최종훈 기자
최근 일부 지역에서 아파트값 ‘짬짜미’(담합)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14일치 <한겨레> 기사가 나가자, 해당 지역 집주인들의 항의성 이메일이 기자 앞으로 날아왔다. 노원구 상계동에 산다는 한 독자는 “노원의 집값 상승이 일부 세력의 조직적 집값 올리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은 삐뚤어진 시선”이라며 “전체적인 집값 상승 무드에서 마지막까지 소외되어 있던 지역인 노원이 이제야 꿈틀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다른 독자는 “저평가되어 평당 600만원도 안 되는 이곳을 걸고 넘어지지 말고 강남, 검단 새도시 등이나 감시하라”고 말했다.
노원구는 최근 아파트값 상승세가 가파르지만, 서울의 다른 구에 견주면 집값이 여전히 싼 편인 것은 사실이다. 20년에 가까운 소형 평수가 밀집해 있지만 재건축은 막혀 있고, 뉴타운 개발 호재도 없다. 이런 탓에 올 들어 강북 집값이 들썩이는 가운데서도 이곳만큼은 집값이 요지부동이었다. 최근 집값이 올랐다 해도 다른 지역의 그동안 집값 상승치에는 훨씬 못미친다.
그렇지만 노원구 동호회 카페를 통해 드러난 일부 집주인들의 행태는 도를 넘어선 게 분명하다. 이미 다른 지역을 휩쓸고 지나간 집값 짬짜미 행위는 그렇다 치고, 전·월세금을 담합해 올리려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카페에는 “17~20평의 소형을 전세 놓을 경우 전세금은 1억원, 월세는 보증금 1천만원에 월 70만원이 하한선”이라며 전·월세금 짬짜미를 부추기는 글이 떠 있다. 집주인들한테 비협조적인 몇몇 중개업소는 곧 퇴출된다는 공지사항까지 올라 있다.
노원구 소형 아파트 한 채를 소유한 사람이라면 분명 소시민이다. 또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려온 이들이 “10년 동안 쌓인 한을 풀어보자”고 외친다고 해서, 싸잡아 비난하기도 어려운 현실이 됐다. 하지만 경제적 약자인 세입자를 희생양으로 삼아 집값 상승을 꾀한다면 이는 용납하기 어려운 문제다. 아파트값 폭등 광풍을 틈타 집주인들이 전·월세금마저 짬짜미한다면 그야말로 집없는 서민들의 삶의 기반은 송두리째 무너져 내리기 때문이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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