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목동· 등 최대 7천만원 싸게…양도세 절세 목적도
올해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일을 한 달 반 정도 앞두고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세금 부담을 피하려는 목적의 급매물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종부세를 감수하더라도 계속 보유하느냐, 아니면 처분하느냐’를 놓고 고민하던 와중에서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분위기가 확산되자, 매물을 내놓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급매물들이 본격적으로 나온다면 올해 들어 주춤세를 나타내고 있는 집값이 뚜렷한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16일 부동산업계의 집계를 종합하면, 강남권과 목동신시가지 등 값비싼 아파트 단지에서 공시가격 6억원을 넘는 종부세 대상 아파트들이 급매물로 서서히 나오고 있다. 이들 아파트의 매도자는 종부세 부과 기준일인 6월1일 전까지 등기를 끝내는 조건을 달고 시세보다 많게는 5천만~7천만원 싸게 매물을 내놓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 1단지에서는 17평형 급매물이 최근 시세보다 7천만원 정도 싼 값에 거래됐다. 이 아파트는 ‘1·11 부동산 대책’ 이후 값이 13억5천만원에서 12억5천만원으로 1억원 떨어졌는데, 이번에 이보다도 7천만원 낮은 11억8천만원에 거래가 이뤄진 것이다. 이 지역의 ㄱ공인중개사사무소 최아무개 실장은 “집 주인이 5월 말까지 잔금 납부와 등기를 마치는 조건을 달았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의 올해 공시가격은 9억8400만원으로, 종부세와 재산세를 합친 보유세가 700만원 정도 된다. 올해 보유세는 6월1일 기준으로 집을 가진 사람에게 부과된다. 또 대치동 은마아파트 31평형은 급매물 가격이 9억5천만까지 떨어졌다.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졌던 10억원이 무너진 것이다.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아파트단지도 급매물이 늘어나는 추세다. ㅅ공인중개사사무소 김아무개 사장은 “일반 매물의 호가보다 5천만~1억원 정도는 낮아야 매수 문의가 들어올 정도”라며 “급매물의 실거래 가격이 얼마까지 떨어졌는지는 중개업소에서도 정확히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이런 비싼 아파트 급매물들은 종부세를 피해가는 것에 더해 양도소득세 부담을 줄이려는 목적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한다. 시가 10억원짜리 아파트 보유자가 순전히 보유세 500만원을 견디지 못해 집을 내놓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하지만 종부세 외에 양도세 중과세 부담까지 안고 있는 1가구 2주택자인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지난해 아파트를 추가로 매입해 두 채 소유자가 된 경우 기존의 아파트를 1년 안에 팔아야만 양도세를 면제받거나, 장기보유 특별공제(실거래가 6억원 초과 주택)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집값 광풍이 몰아쳤던 지난해 9~11월에 주택을 매입한 1가구 2주택자들도 올 연말까지 양도세 절세 매물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한다. 또 집값이 더 떨어지기 전에 차익을 실현하려는 매도세까지 가세한다면 고가 아파트들의 가격 하락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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