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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들, 시장급변 외면했다 되레 수요자 외면당해
3순위까지 청약자 없는 곳도…연말에 찬바람 정점
3순위까지 청약자 없는 곳도…연말에 찬바람 정점
지방에서 청약자가 단 한명도 없는 아파트 단지가 나오는 등 아파트 분양 시장에 찬바람이 휘몰아치고 있다. 올 들어 아파트값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9월부터 분양값 상한제 확대 시행과 청약가제점 도입으로 분양 시장의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데도, 건설사들이 고분양값으로 ‘배짱’ 분양에 나섰다가 실수요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것이다.
■ 청약자 ‘0’인 아파트=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일까지 청약을 받은 강원도 춘천시 동면 만천리 케이씨씨(KCC) 스위첸 아파트는 367가구 모집(군인공제회 특별 공급 물량 제외)에 3순위까지 청약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아파트 공개 청약에서 청약자가 ‘0’인 경우는 매우 이례적인 것이다.
특히 이 지역은 투기과열지구가 아니어서 계약과 동시에 전매가 가능한데다 중도금 60%를 무이자로 융자해주는 등 금융 조건도 좋은 편이었는데도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케이씨씨 쪽은 “초기 분양률이 높을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다”며 곤혹스러워했다.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서도 미분양 바람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19~21일 청약을 받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 롯데 캐슬메디치 주상복합아파트의 경우 50가구 모집에 3순위까지 청약자가 단 2명에 그쳤다. 롯데캐슬의 미분양은 강남 등 이른바 ‘버블 세븐’ 지역이라도 이제는 미분양이 나올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청약가점제 시행 뒤 첫 분양 단지였던 경기 양주 고읍지구 신도 브래뉴도 비교적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8개 주택형 중 4개가 3순위에서도 미달됐다. 앞서 지난 달 초 공급된 남양주 진접지구 동시분양 역시 초기 분양률이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 분양값 거품 빼야=전문가들은 미분양의 근본적 원인이 고분양값에 있다고 지적한다. 청약가점제 시행 이후 실수요자들은 가점을 높이면서 분양값 상한제가 적용되는 아파트가 나올 때까지 청약통장 사용을 자제하고 있는데, 건설사들은 분양값 상한제 적용을 피하려고 이전 수준의 분양값으로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청약자가 단 한명도 없었던 춘천 케이씨씨 스위첸의 경우도 110~159㎡의 분양값이 3.3㎡당 530만~566만원선으로 주변 시세(3.3㎡당 450만~500만원선)보다 비쌌다.
전문가들은 실수요자들이 고분양값에 본격적으로 저항하기 시작했기 때문이 건설사들이 분양값을 내리지 않는다면 미분양 확산을 막을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가수요가 없는 지역일수록 고분양값에 대해 수요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추세”라면서 “건설업계로서는 분양값을 내리지 않고 달리 돌파구를 찾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특히 분양값 상한제가 적용되는 민간 아파트들은 사실상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공급될 예정이어서 상한제 적용을 피하려는 물량이 쏟아져나오는 올 연말께 미분양 사태가 정점에 이를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지난달 분양을 한 인천 논현 힐스테이트 같은 인기 지역의 아파트들은 높은 청약율을 기록하고 있다. 김신조 내외주건 사장은 “청약가점제가 시행되면서 통장을 함부로 쓰지 않고 인기 지역을 기다리는 수요자들이 크게 늘어났다”면서 “인기 지역에 대한 ‘청약 쏠림’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전국 미분양 주택 물량 추이
이런 가운데서도 지난달 분양을 한 인천 논현 힐스테이트 같은 인기 지역의 아파트들은 높은 청약율을 기록하고 있다. 김신조 내외주건 사장은 “청약가점제가 시행되면서 통장을 함부로 쓰지 않고 인기 지역을 기다리는 수요자들이 크게 늘어났다”면서 “인기 지역에 대한 ‘청약 쏠림’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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