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임대부 주택 관련 입장차
‘반값 아파트’ 실패 원인과 대책
시범사업으로 첫선을 보인 토지임대부 주택과 환매조건부 주택이 수요자들의 외면을 받자 정부와 정치권간의 책임 공방이 뜨거워지고 있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소모적인 논쟁을 접고 이번 시범사업에서 드러난 문제점과 한계를 따져 보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월 40만원 임대료·20년간 전매제한 부담
시범사업 서둘러 소규모 택지 선택도 패착
전문가 “책임 공방보다 보완대책 마련을” ■ 왜 실패했나? =대한주택공사가 군포 부곡지구에 내놓은 토지임대부, 환매조건부 주택은 일반 공급분 620가구 모집에 17일 3순위자 접수까지 청약자가 101명에 그쳤다. 이들 주택이 시장의 외면을 받게 된 1차적인 원인은 수요자들은 ‘반값’을 기대했는데 실제로는 ‘반값’이 아니었다는 데 있다.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주택의 경우 분양가는 일반 분양가의 55%로 낮았지만 월 40만원 안팎인 토지 임대료가 수요자들에게 부담이 됐다. 또 환매조건부 주택은 일반 아파트보다 10년이나 더 긴 20년간 전매 제한을 받는데도 분양가는 고작 10% 저렴할 뿐이었다. 이처럼 시범사업의 분양값이 낮아지지 않은 것은 정부의 의지 부족 탓이 크다. 건교부는 토지임대부 주택의 택지비를 일반 분양 주택과 똑같이 조성 원가의 110%로 책정한 뒤 3.96%의 이자율을 적용해 토지 임대료를 책정했다. 그러나 조성 원가를 공공 임대주택 수준(조성원가의 85%) 이하로 낮췄더라면 임대료를 내릴 수 있었다. 건교부는 토지임대부 주택은 어디까지나 ‘분양 주택’이며 주공이 손해를 보며 공급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주공은 건축비에서도 상당한 이윤을 얻기 때문에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또 정부가 서울 시내 뉴타운이나 새도시 등이 아닌 군포시의 소규모 택지 지구에서 시범사업을 벌인 것부터가 패착이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청와대가 올해 초 시범사업에 조기 착수하기로 결정하는 바람에 건교부에서 연내 공급이 가능한 군포 부곡지구를 선택한 것이 첫단추를 잘못 꿰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분양 시기를 늦추더라도 송파 새도시처럼 인기 지역에서 시범주택이 나왔다면 결과는 판이하게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파 새도시는 땅값이 싼 국유지를 개발하는 곳이어서 토지 임대료가 싼 토지임대부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최적의 지역으로 꼽힌다.
■ 남은 과제는? =청와대와 건교부는 시범사업의 최종 청약 결과를 지켜본 뒤 여론 수렴을 거쳐 후속 사업을 계속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주택공사는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미달된 물량을 최대한 판매한 뒤 그래도 남는 물량에 대해서는 분양주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사실상 추가 사업은 포기하고 시범사업으로 끝내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반값 아파트’라는 개념은 폐기되어야 하지만 이번 시범사업의 애초 취지는 살려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토지임대부와 환매조건부 주택을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국가가 조성한 공공택지에 국한시킨다면, 투기가 아닌 거주 목적의 실수요자들에게 저렴한 값에 주택을 공급 수 있는 방식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전강수 대구카돌릭대 부동산통상학부 교수는 “정치권이 아파트값을 낮추는 비책이라며 ‘반값 아파트’라고 포장해 국민들이 그릇된 기대 심리를 갖게 한 게 문제”라며 “공공기관이 토지를 매각하지 않고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은 불로소득을 없애고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는 대안”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도 17일 내놓은 논평에서 “청와대, 정부, 범여권, 한나라당이 저렴한 아파트 공급을 위한 구체적 규정을 마련하지 않고 주택법에 달랑 ‘토지임대부·환매조건부 분양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는 규정만 만든 채 정책을 졸속으로 추진한 탓에 일을 그르쳤다”고 비판했다. 민노당은 △대지 임대료의 공정한 산정 절차를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 △건축비 거품을 조장하는 현행 건축비 산정 방식의 개선 등 제도 개선이 이뤄진다면, 토지임대부와 환매조건부 아파트를 거품을 뺀 아파트로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시범사업 서둘러 소규모 택지 선택도 패착
전문가 “책임 공방보다 보완대책 마련을” ■ 왜 실패했나? =대한주택공사가 군포 부곡지구에 내놓은 토지임대부, 환매조건부 주택은 일반 공급분 620가구 모집에 17일 3순위자 접수까지 청약자가 101명에 그쳤다. 이들 주택이 시장의 외면을 받게 된 1차적인 원인은 수요자들은 ‘반값’을 기대했는데 실제로는 ‘반값’이 아니었다는 데 있다.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주택의 경우 분양가는 일반 분양가의 55%로 낮았지만 월 40만원 안팎인 토지 임대료가 수요자들에게 부담이 됐다. 또 환매조건부 주택은 일반 아파트보다 10년이나 더 긴 20년간 전매 제한을 받는데도 분양가는 고작 10% 저렴할 뿐이었다. 이처럼 시범사업의 분양값이 낮아지지 않은 것은 정부의 의지 부족 탓이 크다. 건교부는 토지임대부 주택의 택지비를 일반 분양 주택과 똑같이 조성 원가의 110%로 책정한 뒤 3.96%의 이자율을 적용해 토지 임대료를 책정했다. 그러나 조성 원가를 공공 임대주택 수준(조성원가의 85%) 이하로 낮췄더라면 임대료를 내릴 수 있었다. 건교부는 토지임대부 주택은 어디까지나 ‘분양 주택’이며 주공이 손해를 보며 공급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주공은 건축비에서도 상당한 이윤을 얻기 때문에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또 정부가 서울 시내 뉴타운이나 새도시 등이 아닌 군포시의 소규모 택지 지구에서 시범사업을 벌인 것부터가 패착이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청와대가 올해 초 시범사업에 조기 착수하기로 결정하는 바람에 건교부에서 연내 공급이 가능한 군포 부곡지구를 선택한 것이 첫단추를 잘못 꿰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분양 시기를 늦추더라도 송파 새도시처럼 인기 지역에서 시범주택이 나왔다면 결과는 판이하게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파 새도시는 땅값이 싼 국유지를 개발하는 곳이어서 토지 임대료가 싼 토지임대부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최적의 지역으로 꼽힌다.
토지임대부·환매조건부 아파트로 첫 선을 보인 군포 부곡지구의 견본주택이 마련된 수원 팔달구 화서동 주공 주택전시관에서 지난 13일 시민들이 축소모형도를 보며 주변 여건 등을 확인하고 있다. 수원/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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