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금 인하 기다리다 거래 동결
2. 6억 이상 아파트 다시 시선집중
3. 용적률 확대되나 재개발 꿈틀
2. 6억 이상 아파트 다시 시선집중
3. 용적률 확대되나 재개발 꿈틀
대통령 선거 이후 부동산시장은 그 이전과 확연하게 달라졌다. 세금을 낮추고 각종 규제를 완화해 부동산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대통령 당선인의 의지와 인수위원회의 정책 방침을 지켜보면서 시장에서 기대감과 불안감이 교차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 50일간 부동산시장에서 일고 있는 세가지 기류를 살펴본다.
■ 거래는 관망 모드=지난해 연말 부동산 거래세와 양도소득세 인하 방침이 나오면서 올 들어 아파트 거래는 크게 줄었다. 서울의 아파트 밀집지역 부동산중개업소들은 1월의 아파트 매매거래가 지난해 12월에 견줘 절반 수준이라고 전한다. 인수위가 취득·등록세를 1%선으로 낮추고 1가구 1주택 장기보유자에게 양도소득세를 경감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매도·매수 희망자들이 거래 시점을 미루고 있는 탓이다. 특히 집을 사려는 사람들에게서 취득·등록세가 내릴 때까지 기다리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세금을 내리겠다는 방침만 나왔고 실제 시행 시기는 불투명한 상황인만큼 세금 인하 이후로 집 구입과 양도를 미루는 ‘거래 동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업계는 통상 계절적 요인으로 인해 1월의 매매 거래는 12월보다 다소 줄어드는 게 정상이지만 이대로라면 3월 말까지 거래가 부진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2월 임시국회에서 관련 세법 개정안이 처리되더라도 실제 시행은 4~5월 이후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 고가아파트 다시 주목=지난해까지 주택시장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못했던 6억원 이상 고가아파트가 다시 관심을 끄는 것도 달라진 흐름이다. 인수위는 1가구 1주택 소유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를 경감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가, 집값이 불안한 양상을 보이자 하반기에 재검토하기로 한발 물러선 상태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미 여러 채의 값싼 주택을 소유하느니 값어치 있는 집 한 채의 절세 효과가 클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된 상태다. 최근 부산 해운대구에 선보인 분양값 10억~20억원대 초고가 주상복합아파트에 청약자가 몰린 것은 단적인 사례다. ‘해운대 아이파크’의 경우 11일 계약을 앞두고 한동안 사라졌던 ‘떴다방’들이 등장했으며, 전망이 좋은 고층 아파트는 5천만~7천만원 가량의 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
기존 고가 아파트값도 소폭이지만 오름세로 돌아섰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가 대선 이후 6주간 아파트값 상승률을 조사한 결과, 서울지역 6억원 초과 아파트값은 평균 0.13% 올라 대선 이전 6주간 0.06% 떨어진 것과 대조를 보였다.
■ 재개발, 재건축시장 꿈틀=새 정부가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용적률을 높여 도시 내 주택공급을 확대하겠다는 복안을 밝히면서 재개발, 재건축 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용적률 확대는 곧바로 재개발, 재건축 지분 소유자의 투자 수익이 늘어나는 것을 뜻한다.
특히 서울 강북에서는 연립주택과 단독주택 집값이 연초부터 큰 폭의 오름세를 타고 있어 주목된다. 국민은행 조사를 보면, 지난 1월 중 서울 강북지역(14개구)의 연립주택 매매가격은 한달 만에 1.8% 상승하는 급등세를 나타냈다. 단독주택도 1.1% 올라 아파트(0.9%)보다 오름폭이 컸다. 부동산업계에서는 강북의 연립주택과 단독주택은 대부분 재개발을 기대하고 있는 노후 주택이어서 새 정부의 도시지역 용적률 확대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빠르게 퍼지는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강남권에서는 용적률 확대 기대감이 주로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의 재건축 단지 아파트값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강북과 달리 강남에서는 용적률 확대로 주택 공급을 늘릴 수 있는 곳이 주로 재건축 단지들이다. 강동구 명일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수익성이 불투명해 재건축 사업 추진이 사실상 중단돼 있던 명일동 일대 중층(12~14층) 아파트값이 강세로 돌아섰고 수요자들의 문의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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