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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8.12 21:25 수정 : 2019.08.12 22:18

서울 강동,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한겨레> 자료 사진

유명무실 ‘상한제’ 적용 지역 확대
10월 주거정책심의위서 첫 선별

강남4구·서울 도심권·과천시 등
정비사업 줄잇는 곳 1차 대상 예상

“주요 단지 분양가 20~30% 떨어져”
‘분양 승인 신청’ 기준으로 소급적용
지역 확대땐 ‘주택공급 위축’ 우려도

서울 강동,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한겨레> 자료 사진
정부가 지난해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내놓은 지 11개월 만에 민간택지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기로 하는 추가 대책을 내놨다. 최근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다시 반등하고 있는 집값이 잇단 새 아파트의 고분양가와 맞물려 주택시장 과열로 번질 우려가 커지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부의 이번 조처는 치솟는 분양가를 누그러뜨리고 집값을 안정시키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편으로 가격 통제 지역이 확대될 경우 ‘공급 부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없지 않다.

정부가 12일 내놓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기준 개선안’의 핵심은 그동안 사실상 유명무실했던 상한제 적용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현실화한 것이다. 현재 투기과열지구는 서울 25개 구 전역과 경기도 과천시, 성남 분당구, 광명시, 하남시, 대구 수성구, 세종시 등 31곳으로, 정부는 10월 초 주거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첫 대상 지역을 선별하기로 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현재 청약시장 판도를 고려할 때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를 포함한 서울의 상당수 지역이 청약경쟁률 요건을 충족할 것으로 내다본다. ‘부동산114’ 조사를 보면 최근 6, 7월 서울지역 평균 청약경쟁률은 각각 12.42 대 1, 18.13 대 1로 두달 연속 10 대 1을 넘어 청약경쟁률 선택 요건을 충족한다. 분양가 상승률 요건을 적용해도 서울 전역이 사정권에 들기는 마찬가지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허그)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최근 1년간 서울의 민간 아파트 분양가는 전년 동월 대비 21.02% 올랐다. 같은 기간 소비자 물가상승률(올해 2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0.7%)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주택법 시행령이 발효되는 10월 초까지 청약경쟁률과 분양가격 변동을 다시 검토하더라도 서울을 비롯한 투기과열지구 상당수는 정량 요건을 충족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정량적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주택정책심의위원회의 ‘정성적’ 평가에 따라 지정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문기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은 “구체적인 상한제 지역과 시행 시기에 대한 결정은 시행령 개정 이후 당정협의, 주거정책심의위원회 등을 거치며 추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에선 정부가 일단 ‘강남4구’, 서울 도심권, 과천시 등 정비사업(재개발, 재건축)을 통해 고분양가 아파트 공급이 줄 잇는 지역을 1차 과녁으로 삼을 공산이 큰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의 새 아파트 분양가는 지금보다 크게 내릴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자체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주요 단지 분양가가 ‘현 시세의 70∼80%’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봤다. 예컨대 연말 분양 예정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의 경우 주변 아파트 시세가 3.3㎡당 4천만원대로,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면 일반 분양가가 3.3㎡당 3천만원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선 최근 허그의 고분양가 심의를 피해 후분양을 검토 중이던 일부 재건축 단지도 분양가 상한제 시행에 앞서 다시 선분양으로 돌아서는 ‘궁여지책’을 선택할 여지가 생긴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다만, 일부 재건축 조합은 분양가 상한제 적용 기준 시점이 기존 주택법 시행령상의 ‘관리처분인가 신청’에서 이번에 ‘입주자 모집 승인 신청’ 단지로 바뀐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이른바 ‘소급 적용’으로 재산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관리처분인가에 포함된 예상 분양가격과 사업 가치는 법률상 보호되는 확정 재산권이 아닌 기대이익에 불과하다”며 이미 법리 검토를 마쳤다는 입장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만 관리처분인가를 마치고 분양을 준비하는 재개발·재건축 아파트가 모두 66개 단지, 6만8406가구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투기과열지구 전체를 분양가 상한제 대상 지역으로 곧바로 정하지 않고 주거정책심의회의 정성적 평가 등 추가 논의를 거쳐 선별하기로 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최민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부동산학과)는 “칼은 칼집 안에 있을 때 더 위력을 발휘한다는 말이 있다”면서 “분양가 상한제가 두려워 허그의 분양가 규제를 받고 서둘러 분양하는 단지가 속출해도 정책 효과가 나타나는 셈”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어 “상한제 적용 지역이 서울 강남권 외 지역으로 크게 확대될 경우에는 주택 공급 위축으로 이어지는 부작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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