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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17 01:29 수정 : 2019.10.17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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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비주택 거주자 1만여명 조사
공공임대 포기자 62% “보증금 비싸”
74% “이주계획 없거나, 거의 불가능”
보증금 적지만 비싼 임대료 내고
여인숙·비닐하우스 등에서 살아
매입·전세임대주택도 있지만
이웃·직장 접근성 때문에 꺼려
“저렴한 공공임대주택 늘려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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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인 50대 미혼 남성 김철수씨는 고시원에 산다. 올해로 3년째 살고 있는 고시원의 월세는 28만원 정도다. 김씨는 공공임대주택 입주를 희망한다. 얼마 안 되는 벌이지만 앞으로 13년 정도 차곡차곡 모으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주거복지재단이 조사한 수도권 취약계층의 주거 환경을 가공한 게 김철수씨 사례다. 취약계층 주거지원을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출자해 설립한 주거복지재단은 올해 6월부터 2달 동안 서울(9767명)과 경기(2405명)·인천(757명)에서 ‘집 아닌 집’에 사는 1만2954명을 면접 조사해 ‘취약계층 주거실태조사 결과보고서’를 냈다. 비주택 거주자 실태 조사는 이번이 세번째다. 2017년 국토교통부는 비주택 거주자 6809가구를 표본으로 조사해 전국 현황을 추정했고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서울·경기도(부천·과천), 수도권 외 대도시(부산·대전)와 농촌 지역(전북 익산)의 비주택 거주자 203가구를 심층 면접 조사했다. 19만명으로 추정되는 수도권 비주택 거주자 중 1만명 이상을 조사원이 일일이 찾아가 면접했다는 점이 이번 조사의 도드라지는 특징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윤관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을 통해서 입수한 결과보고서를 보면, 설문에 응한 1만2954명 중 절반에 가까운 5608명(49.1%)이 고시원에 살고 있었다. 쪽방 거주자는 1231명(10.8%)이었고 노숙인 쉼터 813명(7.1%), 비닐하우스 473명(4.1%), 여관·여인숙 327명(2.8%) 차례였다. 보고서에선 거리(205명, 1.8%)와 사우나(51명, 0.4%)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는 사례까지 7개 유형을 모아 거주자 특성을 따로 분석했다. 이들 비주택 거주자의 성별은 남성 70.4%, 여성 29.4%였다. 함께 사는 가족 수를 응답한 6322명 중 1인 가구는 53.4%(3374명)였고 2인 가족 1233명(19.3%), 3인 가족 864명(13.7%) 차례였다. 비닐하우스 거주자 절반 이상(232명, 51.7%)은 배우자와 함께 살고 있었다.

이들이 ‘직전에 살았던 곳’으로 가장 많이 꼽은 곳도 고시원이었다. 3명 중 1명 꼴(33.1%)로 고시원에 살았다고 답했다. 단독주택(다가구 포함)에 살았다는 응답은 19.6%였고 다세대 7.5%, 아파트 4.3% 등 주택에 살다가 비주택으로 옮겨왔다는 응답은 36.1%였다.

주거의 상대적 안정성과 비용 면에서는 차이가 크게 났다. 비닐하우스는 평균 거주 기간이 10년1개월인 반면, 고시원은 2년10개월로 짧았다. 쪽방은 7년10개월, 여관·여인숙은 3년3개월이었다. 비닐하우스는 평균 보증금이 781만3천원으로 가장 비싼 반면, 월 임대료는 20만6천원으로 저렴한 편이었다. 쪽방은 보증금 324만3천원에 임대료 23만1300원, 여관·여인숙은 보증금 55만6천원에 임대료 30만4천원이었다. 고시원은 보증금 없이 월평균 임대료가 28만4천원이었다. 보증금이 필요 없는 게 고시원의 장점이었다.

이들이 내는 평균 월 임대료는 27만원으로 국민임대·행복주택(28만원)과 맞먹었고 영구임대(수급자 4만5천원, 일반 8만원), 매입임대(원룸형 10만원, 다가구형 19만원)보다 비쌌다. 보증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신 비싼 임대료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입주할 때 ‘목돈’을 걸어야 하는 보증금은 취약계층이 공공임대주택으로 이주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 11%가 공공임대아파트에 입주할 기회가 있었지만 포기했다고 답했고 “비싼 보증금 때문”이라는 이유가 62.1%였다. ”친한 이웃이 없어서”였다는 이유도 8.3%, “일자리가 멀어서”라는 응답도 7.9%에 달했다. 보증금이 500만원 미만인 매입·전세임대주택도 있지만 이웃과의 유대관계와 직장 접근성 때문에 이주를 꺼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4명 중 1명 꼴(25.8%)로 “이주를 위한 구체적 계획이 있다”고 했지만 54%는 “없다”고 답했고 “거의 불가능하다”는 응답도 20%였다. 이주를 위해 이들이 설정한 평균 목표 금액은 4700만원이었고 11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취약계층 거주자들은 가장 필요한 주거복지 프로그램으로 ‘저렴한 공공임대주택 공급(46.5%)을 꼽았다.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한다면 함께 살 가족이 있다는 응답도 24.9%였다. ‘월 임대료 보조’는 28.8%, 공공임대주택 보증금 분납을 희망한다는 응답도 11.7%에 달했다.

국토부는 지난 6월부터 보증금을 경감하거나 월세로 전환하면서 주거 취약계층의 매입·전세임대주택 입주를 유도하고 있다. 생계급여·주거급여를 받는 최저소득계층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하는 매입·전세임대주택에 보증금 없이 입주가 가능하며, 의료급여 수급자, 한부모 가족, 평균소득 70% 이하 장애인 가구 등은 보증금을 절반으로 낮출 수도 있다. 그러나 비주택 거주자들이 자활을 위해 생활권을 유지하며 매입·전세임대주택으로 이주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달 말 비주택 거주자 주거향상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주거복지재단과 공동 세미나를 개최할 윤관석 의원은 16일 “매입·전세임대주택을 본인 생활권에서 구하기가 쉽지 않으며, 입주했어도 기존 이웃과의 관계가 그리워 쪽방으로 다시 돌아오는 경우도 많다”며 “건설형 공공임대주택 물량을 늘리고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에 우선 입주를 위한 가점을 부여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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