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수도권 아파트값이 곳곳에서 들썩이면서 주택시장 경고등이 다시 켜졌다. 지난해 ‘12·16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이후 한동안 내림세를 보였던 서울 아파트값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고 경기 남부지역을 중심으로는 규제 ‘풍선효과’가 빚어져 아파트값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11일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값 동향’을 보면, 이번 주(8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 대비 0.02% 올라 지난 3월 둘째주(0.02%) 이후 3개월여만에 상승 전환했다. 서울 아파트값은 이미 지난주 감정원 조사에서 하락세를 멈추고 보합 전환했고, 민간 시세조사업체 부동산114 조사에서는 2주 연속 올랐다.
정부의 강도 높은 대출 규제와 코로나19 감염증 여파로 줄곧 하락세를 보이던 서울 아파트값이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집값을 끌어내리던 강남권 급매물이 모두 소진된 데다가 잠실, 삼성동, 용산 등지에 국지적인 개발 호재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현대차그룹이 강남구 삼성동에 짓는 신사옥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가 착공 허가를 받은 데다 지난 5일 서울시가 발표한 잠실 스포츠·마이스(MICE·전시컨벤션센터) 민간투자사업 적격성 조사 완료 소식이 ‘불쏘시개’ 구실을 했다. 이에 송파구 아파트 매맷값 변동률이 지난주 -0.03%에서 이번주 0.05%로 분위기가 바뀌었고,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도 0.02% 올라 1월 둘째 주 이후 4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강북 도심 아파트시장의 풍향계인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지역은 철도정비창 주택공급 계획 발표 이후 집값이 들썩이는 용산과 함께 마포가 보합을 기록했고, 성동구(0.01%)는 3개월여만에 상승 전환했다. 목동은 신시가지5단지가 최근 정밀안전진단에서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으면서 개발 기대감에 인근 아파트 호가가 뛰고 있다.
경기·인천 지역 아파트값은 서울보다 큰 폭으로 들썩이고 있다. 이번주 한국감정원 조사에선 안산시(0.51%), 하남시(0.39%), 평택시(0.37%), 용인 기흥구(0.56%), 수원 팔달구(0.31%) 등의 오름폭이 컸다. 또 최근 3개월간 집계로는, 안산시(6.49%), 오산시(6.16%), 군포시(5.71%), 시흥시(4.07%), 인천광역시(3.78%) 등의 집값 상승이 두드러지고 있다. 최근 석달간 아파트값이 가파르게 오른 곳들은 모두 비규제지역으로 광역급행철도(GTX) 추진 등 교통 호재가 있다는 게 공통점이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집값이 불안한 조짐을 보이는 서울, 수도권 시장 동향에 대한 정밀 모니터링에 착수했다. 서울의 경우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집값이 단기간 가파르게 오를 가능성은 적어 보이지만, 잠실 개발로 인해 송파구 등지 부동산이 과열되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어 과열 확산을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이 지역에 대한 주택 실거래 조사에 주력하고 있으나, 시장이 불안하다고 판단되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대지면적 기준 18㎡ 이상 토지 및 주택을 매매할 때 관할 구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수도권 지역에 대해선 시장 여건에 따라 규제 수위를 높이는 대응이 예상된다. 정부는 투자 수요가 몰려 주변 집값을 불안하게 하는 비규제지역은 조정대상지역으로 새로 지정하고, 기존 조정대상지역은 규제 수위가 높은 투기과열지구로 격상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인천광역시, 군포시, 안산시 등은 새로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고 기존 조정대상지역 가운데 집값 상승률이 높은 구리시, 수원시, 용인시 일부 지역(기흥·수지구) 등은 투기과열지구로 묶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분석이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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