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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1.22 17:39 수정 : 2008.01.22 17:42

증권시장이 연일 폭락하며 1,700선이 붕괴한 지 하루 만에 장중 1,600선마저 무너져 바닥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2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로 비롯된 글로벌경기 둔화 위기가 중국 등 신흥시장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어 당분간 증시의 추가하락을 배제하기 힘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증시가 펀더멘털보다는 심리적인 공황상태에 의해 급락하고 있어 차기 지지선을 운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3.23% 급락한 1,628.92로 출발한 후 외국인의 매물이 쏟아지며 장중 6.25% 떨어진 1,578.37까지 밀리며 1,600선이 붕괴됐으나 장 후반 연기금을 중심으로 저가매수가 유입되며 4.43% 하락한 1,609.02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지수는 2.40% 하락세로 출발, 코스피지수보다 견조한 모습을 보이는 듯했으나 코스피지수의 급락으로 매물이 홍수를 이루며 오후 한 때 8.32% 하락한 597.62까지 떨어졌다가 장 후반 낙폭을 줄여 5.69% 내린 614.80으로 마감됐다.

◆ 미국 서브프라임 위기 세계 경제 전반 확산 우려 =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최근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대규모 부실상각과 중국 은행들의 부실 감염 우려 등으로 나타나며 당초 예상과 달리 더욱 심각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서브프라임 부실은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작년 4.4분기 대대적인 대손상각 발표에도 올해 더 악화하거나 다른 부분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불안심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금융당국은 전날 중국은행, 공상은행, 건설은행 등 대형 국유은행들에 대해 서브프라임모기지 관련 충당금 적립률을 높이도록 지시, 아시아증시에 이어 유럽증시, 다시 아시아증시로 이어지는 도미노 급락사태를 초래했다.


중국은행들은 작년 9월 현재 기준으로 보유증권의 3% 가량인 80억달러가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연계 채권이며 이 중 4분의 1 가량을 손실처리해야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럽연합(EU)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당초 예상치인 2.2%에서 1.8%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으며, 일본도 오는 3월 말까지 2007회계연도 성장률이 기존 예상치 1.8%에서 1.3%로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세계경제의 성장엔진으로 부상한 중국도 계속된 긴축정책으로 경제성장률이 11%대에서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작년 이후 계속 불거지고 있는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의 정확한 규모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하는 증시에 독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결과 서브프라임사태로 인한 향후 결과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미국 경제가 최악의 경우 2개 분기 이상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주장과 서브프라임 부실의 영향이 크지 않아 미국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치인 2~2.5%에서 1.5~2% 성장하는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교보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가 실물경제로 전파돼 경기침체가 일어난 후 다시 유럽, 일본, 중국 등 전세계로 전파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지수 바닥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 = 전문가들은 지수가 심리적인 영향으로 급락하고 있기 때문에 바닥을 예측하는 자체가 의미가 없고 예측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수가 1,500선까지 떨어진 후 3.4분기까지 조정을 받을 것이라는 견해가 있으나 다른 편에서는 현재 시점이 바닥이라는 주장도 있다.

증권사들은 현재 증시의 주가이익비율(PER)은 10배 수준으로 떨어졌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6배 수준으로 과거 경험적으로 볼 때 반등할만한 구간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장세는 이 같은 기초여건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공황상태로 빠져들어 투매에 가까운 현상이 벌어지고 있어 이성적인 분석이 어렵다는 것이다.

대우증권 조재훈 투자분석부장은 "지수는 별 의미가 없으며 예상하기 힘들다"고 전제하면서도 "1월말까지 가장 어려운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오현석 투자전략팀장은 "증시가 심리에 휘둘리고 있어 지지선 혹은 바닥이 어디라고 말할 수 없다"면서 "현재 증시를 둘러싼 악재들이 진정돼야 증시의 반등도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식 사지말고 기다려라" = 전문가들은 현재 증시의 바닥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저점을 논하기 어려운 만큼 주식을 사기보다는 관망하는 전략을 펴라고 제안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날까지만 해도 상당수가 저가매수에 나서라고 목소리를 높였으나 번번이 전망이 어긋나자 더 이상 주식매수 제안을 못하는 모습이다.

심재엽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증시 급락의 원인인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얼마나 더 심각한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저점 매수를 논하기는 이르다"고 전제하고 "지금은 증시 주변상황을 지켜봐야 하며 증시가 악재들을 해소하고 반등에 나서 상승탄력이 붙을 때 매수해도 늦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재 상황에서 더 크게 떨어질 가능성은 없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조금씩 매수에 나서는 것이 유리하다는 제안도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증시가 9.11테러 사건에 버금가는 패닉상태를 맞고 있지만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 "추격매도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IT, 자동차, 금융 등을 중심으로 분할매수에 나서는 게 유리해 보인다"고 제안했다.

◆미국 FOMC 금리결정이 반전 계기될 지 관심 = 증시 관계자들은 글로벌증시의 급락이 미국에서 비롯된 만큼 미국의 불안을 잠재울 만한 재료가 나타나야 하며, 미국 기준금리를 결정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그 역할을 어느 정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경기상황을 고려할 때 FOMC에서 기금금리를 최소한 0.5%포인트에서 0.75%포인트까지 인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고, 이 같은 금리인하 기조는 상당 기간 지속돼야 증시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문기훈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증시 안정은 결국 미국의 금리인하의 폭과 그에 따른 세계증시의 패닉상태 진정 여부, 외국인 매도세 완화 등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dae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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