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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직장·취업

칸막이 없애니 언제 누구와도 소통가능

등록 2008-05-20 18:43

 유니머코의 기술담당 임원 예르겐 뷜로우(맨 오른쪽)가 일하는 뒤편으로 각종 장비를 이용해 드릴을 깎아내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유니머코의 기술담당 임원 예르겐 뷜로우(맨 오른쪽)가 일하는 뒤편으로 각종 장비를 이용해 드릴을 깎아내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공장·사무실 한공간…사장실·임원실 따로 없어
수평적 문화 덕 유럽서 ‘일하기 좋은 직장’ 꼽혀
신바람 일터 만들기 2부 /

③ 덴마크 유니머코

책상마다 컴퓨터와 서류가 놓인 사무공간 바로 옆에서 티타늄과 인조다이아몬드를 가공해 드릴을 만드는 기계의 절삭음이 요란하다. 사무실 바닥에는 가공을 앞둔 각종 금속막대가 쌓여 있고 이를 운반하는 지게차가 오가고 천장에서는 기중기가 금속 덩어리를 이동시킨다. 덴마크 중서부 순스에 있는 공구제작회사 유니머코를 찾은 지난 8일, 공장인지 사무실인지, 연구실인지 물류 창고인지를 구분하기 어려운 모습을 만났다.

37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유니머코 순스 사업장은 공장 시설과 사무실, 연구공간 사이에 일체의 칸막이가 없다. 2만2천㎡(약 6700평)의 넓은 공간은 칸막이가 없이 통합된 하나의 공간이다. 지붕을 지탱하기 위한 기둥들이 부분적으로 시야를 가릴 뿐이다. 칸막이가 있는 곳은 단 한 곳뿐이다. 정밀계측을 해야 하는 품질검사실만이 높은 온도 등 가혹한 조건에서 테스트를 해야 하는 특성 때문에 유리벽이 쳐져 있다. 전체 공간은 에어컨과 방음시설이 작동한다.

1964년 설립돼 1990년대 이후 세계시장에 진출하며 유럽연합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으로 꼽히기도 한 유니머코는 지난해 약 1300억원 매출에 96억여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세계 11곳에 지사를 둔 세계적인 공구 제작회사다. 이 회사는 한국에 진출하지 않아 국내에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국제 경쟁력을 갖춘 각종 산업용 절삭공구와 정밀계측기구를 생산하고 있으며 유럽에서 ‘일하기 좋은 직장’으로 손꼽힌다.

유니머코는 ‘칸막이 없는 사무실’을 ‘한 지붕 속 마을’(Roofed Village)이라고 부른다. 사무직 직원에게는 여느 사무실과 다른 소음과 냄새가 있는 셈이지만, 제작 부문 직원의 입장에서 보면 사무실 환경 수준의 공장에서 일하는 셈이다.


드릴 깎는 기계에서 깎여 나온 금속찌꺼기가 모인 상자가 있고 곳곳에서 절삭 기계의 소음이 들린다. 먼지와 소음이 많이 나는 작업은 기계에 보호막을 입힌 채 이뤄지고 있지만, 많은 엔지니어들은 직접 드릴을 깎아내고 있다. 작업라인 가까이에서는 소음과 함께 절삭유의 고유한 냄새가 난다. 절삭기계 옆에서는 옆 사람과 대화하자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사무실의 소음이 높지 않으냐’고 물으니, 제조라인 바로 옆에 책상이 놓인 기술담당 임원 예르겐 뷜로우는 “내 귀엔 소음이 안 들린다”며 “사람들 대화가 72데시벨인데 내 옆에서 드릴 깎는 소리는 60데시벨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제조라인에서 일하는 얀 옌센은 “가장 큰 장점은 일하다가 언제라도 누구에게나 바로 가서 상의할 수 있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처음부터 칸막이 없는 공장 겸 사무실은 아니었다. 얀이 입사한 1989년에는 공장과 사무공간 사이에 벽이 있었다. 벽을 없애는 공사가 이뤄진 것은 사장인 케네트 이베르손이 15년 전에 이를 결정하면서다.

‘칸막이 없는 사무실’은 빠른 의사소통과 함께 수평적인 조직 특성을 지향한다. 이 회사에서는 누구도 칸막이 쳐진 별도의 방을 갖고 있지 않다. 사장실도, 임원실도 없다.

유니머코는 주식 100%를 직원이 소유한 사원 주주회사이다. 주식 소유는 평직원 55%, 대표이사 30%, 이사회 임원 15%로 이뤄져 있다. 이베르손은 1995년부터 직원들의 책임감을 높여 실적을 개선시키는 방법으로 자신의 주식을 직원들에게 넘겨왔다. 현재는 직원들에게 소유권이 있기 때문에 직원들이 뜻을 모으면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 전체를 바꿀 수도 있는 구조다.

‘유니머코가 지나치게 평등 지향적 조직이고 개인별 인센티브가 없는 특성 때문에 강력한 지도력이나 조직 혁신성에서 문제가 있지 않으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직원들에 의해 이사로 뽑힌 구매담당 직원 리세 라우르센은 “같은 사무공간 안에 있는 사장이나 임원들에게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개방된 구조와 빠른 의사소통이 특징이지, 우리 회사가 모든 걸 민주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 회사 사장은 스스로 개혁을 주도하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갖고 있기 때문에 경쟁력이나 혁신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독특한 철학을 가진 유니머코에서는 직원 채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간과 비용도 많이 들어간다. 한 사람을 뽑는 데 5~6개월이 걸리기도 하고, 아무리 많은 지원자가 있어도 적임자가 없으면 뽑지 않는다. 홍보 관련 업무를 하는 스텐 안셰르는 “내가 일하는 부서에 결원이 생겼지만 많은 지원자 중에서 적임자를 뽑지 못해 아홉 달간이나 채용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순스(덴마크)/글·사진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이익 공유제’ 위험도 이익도 함께

매달 이익 10% 직원배분…경영자료 모두 공개

유니머코가 시행하고 있는 인센티브 방식도 독특하다. 유니머코는 직원들에게 개인별 차등을 주는 인센티브 방식 대신 회사 이익의 일부를 모든 직원에게 동등하게 배분하는 이익공유제를 운영하고 있다. 직원의 95%가 회사 주식의 55%를 소유하고 있다. 회사는 안정적 소유 구조를 위해 퇴직하는 직원은 주식을 회사에 팔도록 하고 있다. 이 주식에 대해선 새로 입사한 직원이 구입 우선권을 갖는다.

회사는 매달 전월 이익의 10%를 전 직원들에게 배분한다. 한 달 단위로 이뤄지는 이익공유제는 직원들이 회사의 매달 실적에 높은 관심과 주인으로서의 책임감을 갖고 일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제도는 어촌에서 자라난 대표이사 케네트 이베르손의 소년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도입됐다. 어촌에서 보편적인 ‘고기잡이배’ 수익분배 모델은 선주와 선원들이 위험과 이익을 나눠 갖는 방식이다. 배와 연료를 댄 선주가 어획량의 절반을 갖고, 나머지 절반은 선원들이 나눠 갖는 이 방식은 고기잡이에 선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하는 강한 동기를 부여했다. 이익공유제도는 실적과 이에 대한 보상을 직결시키고자 1977년에 도입됐다. 손실이 난 달에는 이익이 나는 달까지 실적 합산이 미뤄진다.

전 직원들이 식사하려고 모이는 식당 입구에는 매출과 전월 이익 등 회사의 경영자료가 게시돼 있다. 하루에도 여러 번씩 접할 수밖에 없다. 인수합병과 같은 일을 빼고 이 회사에는 기밀이라는 것이 없다. 모든 직원은 개인적으로 회사 열쇠를 부여받았고, 언제라도 가족과 친구를 데려와 회사 구내를 구경시켜 줄 수 있다. 순스(덴마크)/구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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