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진단…모기지 차압 등으로 노숙가정 급증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의 진앙지인 미국에서 금융위기 여파로 거리로 쫓겨나는 ‘홈리스’ 가정이 늘고 있다.
<유에스에이 투데이>는 21일 미국의 12개 대도시를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 자녀가 있는 가족이 담보주택 차압을 비롯한 경제적 압박으로 노숙자 신세로 전락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필립 망가노 정부합동 홈리스대책협의회 의장은 “어딜 가든 주택구호 요청이 늘고 있다는 말을 듣는다”며 “실직과 주택 압류가 주된 원인”이라고 밝혔다. 비영리민간기구인 ‘노숙 근절 국민연맹’(NAEH)의 낸 로먼 대표는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식료품값과 연료 가격이 급등한 것도 또다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연방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미국 노숙자는 2000년에 시작된 ‘홈리스 없애기 10년 계획’에 힘입어 2007년 초 67만1888명으로 2년새 12% 줄었으나, 지난해 겨울부터 다시 늘기 시작했다. 포틀랜드 홈리스 프로그램 매니저인 샐리 에릭슨은 지난 6월에 끝난 2007~2008년 회계연도에 긴급 주택구호 요청이 전년보다 2배나 늘었다고 말했다. 뉴욕에서도 지난달에만 2747가구가 임시 거주지 입소를 신청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이상 늘었다.
주택 압류도 폭증하고 있다. 스티븐 프레스턴 미국 주택·도시개발 장관은 21일 미국모기지은행협회 모임에서 “올해 200만채가 훨씬 넘는 주택이 압류처분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올해 미국에서 팔릴 것으로 추정되는 주택 600만채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말했다. 미국의 부동산시장 조사업체인 리얼리티트랙의 집계를 보면, 지난 8월 현재 미국 전역의 압류주택은 이미 204만9782채나 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34만1295채)보다 53%, 2006년(80만1354채)보다는 156%나 늘어난 수치다.
미국 의회가 승인한 구제금융 관련법에는 각 지자체가 압류주택을 사들여 무주택자에게 제공하거나 긴급주거 시설을 제공하도록 39억달러를 지원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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