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클린턴 면담 이후]
미 언론 “방북때 핵문제 포함한 현안 논의”
클린턴 직접보고 뒤 오바마 정책변화 주목
미 언론 “방북때 핵문제 포함한 현안 논의”
클린턴 직접보고 뒤 오바마 정책변화 주목
미국 정부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을 북-미 관계의 전환점으로 삼기 위한 작업을 ‘로우키’(low key·낮은 목소리)로 진행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과 국무부는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 이후 예상되는 북-미 관계 개선과 관련해 6일(현지시각)에도 “변한 건 없다”며 원론적인 언급을 계속하고 있으나, 북-미 관계 개선을 바라는 발언들을 조금씩 조금씩 덧붙이고 있다. 조금씩 달라지는 변화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방북 결과를 전화로 백악관에 직접 전달한 것으로 이날 전해졌다.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이 5일 밤 뉴욕에서 전화로 제임스 존스 국가안보보좌관 등 국가안보회의(NSC)팀에 방북 결과를 먼저 설명했고, 앞으로 며칠 더 계속 심층 브리핑을 백악관에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깁스 대변인은 또 클린턴 전 대통령이 이와 별도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직접 방북 결과를 설명하며, 엔에스시팀과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브리핑은 함께 진행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클린턴 전 대통령의 회동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오바마-클린턴 면담 이후, 미국의 대북 정책 방향의 변화가 어떻게 진행되느냐가 주목된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북핵 문제를 포함한 북미관계 현안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특히 김 위원장에게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계속 추구할 경우, 추가적인 국제적 고립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미국 <에이비시>(ABC) 방송 인터넷판이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6일 보도했다. <월스트리트 저널>도 이날 “클린턴 전 대통령이 북한 지도부에 과거 납치한 한국 및 일본인들을 석방하면, 한국과 일본으로부터 경제·외교적 보상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렸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특히 한국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미국과 정상회담 형식의 만남을 오바마 대통령과 갖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깁스 백악관 대변인은 “그(클린턴 전 대통령)가 북한에 핵무기 추구를 그만둬야 하며, 핵무기 획득은 국제사회에서 그들의 위상을 높여주는 것이 아니라 고립만 더 자초할 뿐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력히 권고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프리카를 방문 중인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이날 “(클린턴 전 대통령의) 이번 방북이 북한으로 하여금 미국과의 대화를 개선시키도록 촉진시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턴 장관은 또 “북한이 이번 방북을 통해 미국과 긍정적인 대화를 가질 수 있음을 깨닫게 되길 바란다”고 덧붙여, 북-미 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을 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으로부터 방북 결과에 대한 1차 설명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제임스 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도 이번 방북이 “또다른 진전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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