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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01.03 10:49 수정 : 2020.01.08 11:23

이란의 군부 실세인 카셈 솔레이마니 ‘쿠드스’(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이 3일(현지시각)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미군의 공습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란 시민들이 수도 테헤란에서 솔레이마니의 사진을 든 채 반미 시위를 하고 있다. 테헤란/EPA 연합뉴스

바그다드 공항서 드론으로 미사일 발사
솔레이마니·민병대 실세 현장에서 숨져
이란 하메네이 “가혹한 보복 기다려라”
미, 이라크 내 미국인에 “즉각 떠나라”

이란의 군부 실세인 카셈 솔레이마니 ‘쿠드스’(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이 3일(현지시각)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미군의 공습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란 시민들이 수도 테헤란에서 솔레이마니의 사진을 든 채 반미 시위를 하고 있다. 테헤란/EPA 연합뉴스

미군이 3일 새벽(현지시각)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에 공습을 전격 감행해 이란 군부 지도자와 이란의 지원을 받는 이라크 민병대 실세가 현장에서 사망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공격 명령을 하달했다고 미국 국방부가 공식 발표했다. 이란은 즉각적인 보복 대응을 경고하고 나섰고, 이라크 내 반미 군부조직들도 ‘전투태세 동원령’을 내리고 있어 중동에서의 군사적 긴장이 극적으로 고조되고 있다. 바그다드 주재 미국 대사관은 이날 “이 지역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며 “모든 미국 시민은 비행기편으로 혹은 지상을 통해 즉각 이라크를 떠나 다른 곳으로 대피하라”고 촉구했다.

이라크 군 관계자는 이날 미군의 공습을 받아 이란 군부 실세인 카셈 솔레이마니 ‘쿠드스’(이란 혁명수비대의 정예군) 사령관과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민병대 민중혁명동원군(PMF)의 아부 마흐디 무한디스 부사령관 등 최소 6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고 <시엔엔>(CNN) 방송이 보도했다. 민중혁명동원군 차량 두 대가 공습을 받았으며, 아직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희생자 등이 있어 공식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뉴욕 타임스>는 이날 공습 작전은 미국 합동특수작전사령부가 수행했으며, ‘아메리칸 엠큐(MQ)-9 리퍼’ 드론이 사용됐다고 보도했다. 미군은 이날 시리아를 출발해 바그다드 국제공항에 도착한 솔레이마니 일행이 마중 나온 무한디스와 함께 차에 올라타 공항을 출발한 직후 드론에서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미 국방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이번 작전이 이뤄졌다고 공습 사실을 발표했다. 미 국방부는 “솔레이마니가 지난 몇달간 이라크를 포함한 이 지역 일대에서 미국 외교관과 군인 등에 대한 공격 계획을 활발히 전개했다”며 “이번 공습은 향후 이란의 공격을 (사전에) 막기 위한 방어적 목적에서 이뤄졌다”고 밝혔다. 미국은 최근 일어난 바그다드 주재 미국대사관 습격을 최종 승인한 배후 인물로 솔레이마니를 지목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이날 공습 지시는 미 의회의 승인 없이 이뤄진 것으로 조지 부시, 버락 오바마 등 전직 대통령들은 이란과의 전쟁을 우려해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을 거부한 바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솔레이마니는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특수작전을 수행하고, 레바논 헤즈볼라와 예멘의 후티 반군 등 친이란 시아파 무장세력을 훈련시키는 등 중동 일대를 이란에 유리하게 재편하기 위한 판을 짜온 이란 군부의 실력자다. 미 싱크탱크인 민주주의수호재단의 마크 두보위츠 대표는 “지난 23년간 이란의 해외 군사작전과 외교, 첩보를 총괄해왔다며 “이란 군 조직에선 대체할 수 없는, 없어서는 안 될 인물”이라고 평했다.

이번 공습은 최근 이라크에서 미국과 이란이 로켓포 공격을 주고받고, 친이란 시위대가 바그다드 주재 미국대사관을 습격하는 사건이 일어나는 등 양국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발생했다. 특히 미국이 사실상 이란의 2인자라고 할 수 있는 주요 인물에 대한 암살을 감행하면서, 아슬아슬하게 현상을 유지해온 중동의 위기 상황이 중대 변곡점을 맞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에서 3일(현지시각) 미군의 공습을 받아 사망한 이란 혁명수비대의 정예군 ‘쿠드스’의 카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왼쪽)과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민병대 민중혁명동원군(PMF)의 아부 마흐디 무한디스 부사령관. AFP 연합뉴스

로버트 맬리 국제위기그룹(ICG) 대표는 이 신문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실제 의도와는 상관없이 이번 공습 지시가 이란엔 “전쟁 선포”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 입장에서 보면 이보다 의도적인 도발 행위는 없을 것”이라며 “이란이 대단히 공격적인 방식으로 보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공습 작전이 이뤄진 이라크는 양국 간 대리전쟁터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딜 압둘마흐디 이라크 총리는 이와 관련해 “이번 공격은 이라크 주권에 대한 악랄한 침해이자 이라크 내 미군 주둔 조건에 대한 잔혹스러운 위반”이라며 “미국의 무모한 도발은 이라크와 중동 지역에서 파괴적인 전쟁을 촉발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3일(현지시각) 새벽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에서 미군의 로켓포 공습을 받은 차량이 화염에 휩싸여 있다. 미국 국방부는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 명령에 따라 공습 작전을 감행했으며, 이번 공격으로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군 ‘쿠드스’의 사령관인 카셈 솔레이마니가 사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사진은 이라크 총리 공보관실이 공개 배포했다. 바그다드/AP 연합뉴스

이란은 암살당한 솔레이마니를 ‘순교자’로 지칭하며 즉각 ‘가혹한 보복’을 예고하고 있다.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이날 성명을 내어 “지구상에서 가장 잔혹한 사람들이 전세계의 악과 도적에 대항해 지난 수년간 용감하게 싸운 고귀한 지휘관을 암살했다”며 “암살자들은 가혹한 보복을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날 긴급 안보회의를 소집하는 한편, 3일간의 국가 애도기간을 선포했다. 이라크 군부를 이끄는 시아파 민병대 지도자 무끄타다 사드르는 공습 직후 트위터에 10여년 전 그가 해산시켰던 악명 높은 반미 군사조직인 마흐디 민병대에 “전사들은 대응 준비태세를 갖추라”며 다시 활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날 아시아 금융시장은 바그다드 공습 소식이 전해지면서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일본 엔화 가치는 상승하고, 우리 원화 가치는 떨어지는 ‘안전통화 쏠림 현상’이 재현됐다. 이에 따라 원-엔 재정환율은 오후 3시30분 기준 100엔당 1079.60원으로 전날 같은 시각 기준가에 견줘 14.53원 급등했다.

이정애 정남구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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