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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붉은 별'의 두 얼굴,빈부차와 대국꿈

등록 2006-12-27 19:37수정 2006-12-27 19:55

[베스트셀러로 짚어 본 2006 세계] ③중국
개혁개방 20년의 자화상
‘형제’ 양극화 현실 그리고
‘대국의 흥기’ 세계주도권 노려

올해 중국에선 두 권의 책이 화제를 모았다. 문화혁명과 개혁개방이라는 시대의 격랑 속에서 성공과 실패로 엇갈린 이복형제의 운명을 그린 소설 <형제>와 15세기 이후 세계사를 주도한 강대국의 조건을 탐색한 기록물 <대국의 흥기>(원제 ‘대국의 굴기’)가 그것이다. 빈부 격차라는 가혹한 현실과 제국의 부활이라는 달콤한 열망이 뒤섞인 중국의 이중 상황을 고스란히 반영한 구도다.

두 책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사실주의적 접근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사회의 모순과 국가의 고민을 직시하는 출판물이 나오기 힘든 중국의 억압적인 현실을 고려하면, 두 책의 등장은 가히 쿠데타라고 할 수 있다. 두 책의 문제의식은 암암리에 중국 지도부의 고민과 맞닿아 있다.

<형제>는 리광터우와 쑹강이라는 배다른 형제가 문화혁명과 개혁개방의 높은 파도를 헤쳐가는 모습을 그린다. 여자화장실이나 훔쳐보며 양아치처럼 자란 리광터우는 일제 중고 옷가지 장사로 졸부가 된다. 우유부단하고 착하기만 한 쑹강은 아내에게까지 버림받고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개혁개방이 강요하는 생존의 법칙이 줄을 까딱 잘못 서면 나락으로 떨어졌던 문화대혁명의 광기와 다를 바 없다는 은유를 담고 있다.

<형제>는 온갖 해적판이 난무하는 중국에서 거뜬히 100만부를 팔았다. 상편이 나온 지난해 5월부터 줄곧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켰다. 인터넷에선 책에서 묘사한 개혁개방의 그림자를 놓고 찬반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극단적인 이야기로 현실을 비틀었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그러나 작가 위화는 “내 소설에 나타난 극단은 오늘날 중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현상”이라고 받아쳤다.

극단이 보편화한 사회는 폭탄과 같다. 실제 중국은 급속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확대된 빈부 격차라는 뇌관을 안고 있다. 사회적 양극화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13억 인구 가운데 2억이 생존선 밑에서 허덕이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무분별한 개발로 땅을 빼앗긴 농민들은 전국 곳곳에서 격렬한 생존권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04년에만 전국적으로 대략 7만4천건의 시위가 벌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10년 전보다 7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런 현실의 반대편에 대국을 향한 중국의 꿈이 있다. 최근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에서 내보낸 다큐멘터리 <대국의 흥기>는 책으로 나오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됐다. 시내 대형 서점에 가면 따로 코너를 만들어 책을 전시할 정도다. 미국과 영국·프랑스·독일·러시아·스페인·일본 등 15세기 이후 세계사를 주도했거나 지금도 이끌고 있는 아홉 나라의 흥기를 다룬 이 책은 대국이 되고자 하는 중국의 야망을 잘 보여준다.

이 책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접근으로 중국인들을 자극했다. ‘대국=제국주의’라는 등식을 거부하고, 의회, 의무교육, 언론자유 같은 이른바 ‘서양의 민주주의적 가치’에 존경심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중국의 역사를 과장하고, 문화적 우월성을 강조하는 중화주의적 책들이 서점가에 널린 상황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인 관찰이다. 기존 역사인식을 수정하면서까지 대국화를 지향하는 중국의 대담함을 보여준다.


이런 ‘불행한 현실’과 ‘야심찬 미래’의 부조화는 올해 중국을 휩쓴 조화사회 담론의 배경이기도 하다. 시장만능주의를 배격하고, 사회주의 공유제의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조화사회 담론은 지난 20년간 중국이 걸어온 개혁개방에 대한 반성을 담고 있다. 동시에 이제는 그런 개혁개방의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뿜는다. <형제>의 불행과 <대국의 흥기>의 야심은 과연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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