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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올림픽 성화 봉송 2주앞…중 지도부 ‘티베트 딜레마’

등록 2008-03-16 21:48

느슨한 대응 하자니 ‘소수민족 독립운동’ 도미노
초강경 고수 하자니 ‘올림픽 거부 운동’ 부를까
베이징 올릭픽을 5개월 앞두고 중국이 가장 우려하던 ‘티베트 뇌관’이 마침내 폭발했다. 이번 올림픽을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알리는 축제무대로 삼으려던 중국은 초강경 진압을 공언하고 있지만, 유혈사태 악화가 불러올 국제사회의 비난과 올림픽 거부 움직임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고민스런 처지에 빠졌다.

중국 지도부가 사상자 발생 직후 기민한 움직임을 보인 것은 티베트 사태의 ‘휘발성’을 잘 보여준다. 후진타오 주석을 비롯한 상무위원 9명은 14일 오후 긴급회의를 열어 “단호한 의지를 발휘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베이징에 와 있던 장칭리 시짱자치구 당서기는 이튿날 자치구 상무위원회 긴급 확대회의를 열고 질서 회복을 위한 ‘인민전쟁’을 선언했다. 초기단계의 초강경 진압 방침을 확인한 것이다.

이번 사태가 티베트 바깥으로 확산되면, 중국의 소수민족 정책은 파국을 맞을 우려가 크기에 중국 지도부로서도 절박한 상황이다. 만약 국제사회의 압력에 굴복해 티베트 시위에 관용을 베풀거나 느슨한 대응을 한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도 있다는 게 이들의 우려다. 실제 간쑤성과 칭하이성에서도 시위 움직임이 나타나는 등 이번 사태가 티베트를 넘어설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일단 이번 사태를 티베트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의 분리주의적 행태가 낳은 ‘폭동’으로 규정했다. 달라이 라마에게 책임을 물어 이번 사태를 일반 티베트인들과 분리시키려는 의도로 읽힌다. 또 사태가 인접한 신장위구르자치구로 파급되는 것을 차단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중국 정부가 최근 적발된 항공기 폭파 기도를 이 지역 분리주의 세력의 ‘작품’이라고 발표한 것은 ‘예방적’ 단속으로 풀이된다.

그렇지만 강경 일변도 대응이 불러올 위험도 만만치 않다는 데 중국 지도부의 고민이 있다. 중국 지도부는 그동안 천안문 사태를 비롯해 반정부·분리독립 시위에 대해선 초강수를 주저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좀 다르다. 중국 정부의 시위 탄압에 대한 국제적 비난이 확산되면, 세계적인 올림픽 거부 운동으로 번질 수 있다. 올림픽이 16일 출범한 후진타오 2기 체제를 기반을 굳혀주는 성대한 잔치가 아니라 최악의 성토장으로 바뀔지도 모른다.

이번 사태는 중국의 소수민족 정책에 대한 소수민족의 불만을 상징한다. 중국은 1954년 통과된 헌법 제3조에서 “각 민족의 자치구는 모두 중국의 분리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못박고 ‘통일적 다민족 국가’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티베트를 비롯한 소수민족 지역이 경제적으로 낙후하면서 이런 통합의 논리가 스며들지 않았다.

티베트는 여기에 종교적 갈등까지 껴안고 있다. 중국이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의 신성함을 부정함으로써 티베트인들은 오랜 종교적 전통에서 ‘강제철거’를 당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경제적 낙후와 종교적 소외감이 티베트 사태의 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다.

티베트인들로서도 국제사회에 독립을 호소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가 베이징 올림픽을 앞둔 지금인 만큼 쉽사리 물러서지는 않을 전망이다. 후진타오 체제가 중국 사회를 뿌리째 흔들 수 있는 ‘소수민족 분리독립 도미노’라는 난제와 정면으로 맞닥뜨린 셈이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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