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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그라스 ‘나치 복무 고백’ 파장 확산

등록 2006-08-15 10:32

귄터 그라스 나치 친위대 복무 사실 고백.
귄터 그라스 나치 친위대 복무 사실 고백.
독일·폴란드 비난 고조..“명예시민증.각종 상 철회” 목소리
노벨 문학상 수상자 귄터 그라스(78)가 2차대전 당시 히틀러의 나치 친위대에서 복무한 사실을 인정한데 대해 매서운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특히 그가 청소년 시절의 과오를 숨기면서 지난 한 세대 동안 타인들에게는 나치 전력을 고백하라고 촉구한 것은 위선이라는 것이 비판의 초점이다. 75세 이상의 독일 남성이라면 대부분 이런저런 이유로 나치 군대에 복무한 것이 사실.

그라스는 지난 수십년간 영향력있는 좌파 평화주의자로서 나치 시절에 대한 비판 외에도 외국인 혐오와 전쟁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왔다. 지난 1959년 처녀작'양철북'을 출간해 세계적 명성을 얻은 그는 1999년에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했고 독일 문단에서는 현존 최고의 작가로 대우를 받고 있다.

14일자 독일 언론들은 그의 전력이 드러나자 다양한 용어를 동원해가며 그라스가 도덕가, 성인군자인 체 한 사실과 뒤늦게 과오를 고백한데 대해 일제히 비난을 퍼부었다.

특히 그라스가 지난 수십년간 경멸을 퍼부었던 우파 언론과 정당들의 공격이 매섭다. 일부에서는 그라스가 노벨문학상을 반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독일의 전국태인협회의 샤를롯테 크보블르흐 회장은 일간지 빌트와의 회견에서 "그는 순수파, 도덕적 좌표를 자처하면서 나치 전력을 빌미로 정치인들과 사회를 몰아부쳤다"면서 "자신의 친위대 시절에 대해 그처럼 오랫동안 침묵한 것은 모든 얘기를 가소롭게 만든다"고 말했다.

비난의 소리는 독일내에 국한되지 않고 있다. 동유럽인들은 그라스가 나치, 그 중에서도 가장 악명높은 조직인 친위대에 복무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있다.

그라스가 출생한 도시로, 소설 '양철북'에서 나치의 악영향이 자세히 묘사되기도 한 폴란드의 단치히(현 그단스크 명예시민증을 반납해야 한다는 격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폴란드 여당의 한 중진의원은 "친위대원이라면 결코 폴란드 어느 도시에서도 명예시민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단스크 상징적 인물이며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레흐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은 그라스가 좀더 일찍 과거를 고백했다면 과연 노벨문학상을 받았겠느냐고 실망을 표시하면서 "너무 늦게 고백한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바웬사는 그라스를 만나면 결코 악수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바웬사는 독일 빌트지와의 회견에서 "그가 나치 친위대원이었던 사실이 알려졌더라면 결코 명예 시민이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하고 "명예 시민 자격을 취소시키는 문제를 검토해야 할 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스스로 반납하는 것이 최선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1994년에 체코의 저명한 작가 카렐 차페크(1890-1938)의 이름을 딴 카렐-차페크 문학상을 그라스에게 수여했던 국제 펜클럽 체코 본부는 13일 그라스에게 수여한 문학상을 철회하는 문제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렐 차페크의 형 요제프는 작가이자 화가로 나치 독일의 수용소에서 살해됐다.

물론 독일의 원로 작가 다수는 그의 고백이 아직도 늦지 않다면서 변호에 나서고 있지만 그라스 본인은 심기가 불편한 모습이다.

그라스는 dpa통신과의 회견에서 "내가 말을 꺼낸다면 결코 멈출 수 없을 것"이라면서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그러면서도 "일부에서 나를 힐난하고 있지만 그들과 다른 목소리가 있다는 점이 매우 기쁘다. 모든 이들이 내 책을 읽어주기를 바랄 수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고 dpa통신은 전했다.

(함부르크 dpa=연합뉴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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