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세계에서 3번째로 큰 바렌츠해의 슈토크만 가스전 개발과 수출에서 미국을 소외시킨다는 방침을 밝힌 러시아가 독일한테는 천연가스 공급의 핵심적 역할을 맡기겠다며 대조적 입장을 보였다.
10일 독일 드레스덴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만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회담 뒤 “(슈토크만의 천연가스) 자원 일부를 유럽으로 돌리겠다”며 전날의 국영 천연가스회사 가즈프롬의 발표내용을 재확인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메르켈 총리의 요청에 따라 러시아와 독일 사이에 건설될 발트해 파이프라인을 이용해 슈토크만 가스를 보내겠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는 독일이 유럽으로 가는 (러시아산) 가스의 주요 배분처가 된다는 뜻”이라며, 독일로 가는 천연가스 양이 두 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980년대에 동독 주재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요원으로 드레스덴에서 근무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에 내년 초 유럽연합(EU)과 러시아가 맺게 될 동반자 협정에서 에너지 분야를 따로 협약하자면서, 러시아 에너지 확보에 적극적 자세를 보였다.
가즈프롬은 전날 3조2천억㎥의 매장량을 지닌 슈토크만 가스전 개발을 두고 협상이 진행 중이던 미국의 셰브론 등 5개 서방 업체의 참여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고, 생산물량의 주요 수출선을 애초 대상인 미국에서 유럽으로 돌리겠다고 갑작스럽게 발표했다. 이런 배경에 미국이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승인하지 않는 문제 등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미국 무역대표부 관계자는 그러나 이번 주에 스위스 제네바에서 진행될 협의를 비롯해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 가입을 위한 협상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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