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50돌] “독립적 통화정책 뺏겨”

덴마크 스웨덴, 유로화 가입 꺼려...영국은 경기호황에 관망세
9개 나라는 자격안돼 가입못해

“유로화를 쓰면 편하겠지만, 우리의 역사와 전통을 잃고 싶지 않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만난 덴마크인 피터 가본은 덴마크가 유로화를 채택하는 데 반대했다. 유럽연합 27개 회원국 중 14개 나라는 유로화를 채택하지 않고 있다. 덴마크와 스웨덴 등은 가입조건을 갖추고도 가입하지 않는 나라들이다. 나쁘지 않은 경제 상황, 유럽중앙은행에 통화정책을 넘겨주면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잃는다는 판단 등이 가입을 망설이게 하고 있다.

프랑스 국제문제연구센터 프랑수와 바푸알 책임 연구원은 “유로화를 채택함으로써 정치인들이 자국 안에서 강력한 통화정책을 펼 수 있는 정치적 수단을 빼앗긴다고 생각하는 것이 가입을 꺼리는 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파운드화를 쓰는 영국도 유로화에 가입하지 않았다. 벨기에 유럽정책연구소 마이클 에머슨 박사는 “영국이 언젠가는 유로존에 가입하겠지만 당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영국은 늘 다른 나라보다 조금씩 늦게 유럽연합 정책을 채택했지만, 그래도 에스컬레이터처럼 항상 따라붙어왔다”며 영국이 장기적으로는 유로존에 가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문우식 교수도 “영국은 파운드화를 이용해 유럽과 미국 사이에서 독특한 위치를 활용하면서 국제금융센터로써 역할하고 있다”며 “경기도 호황이어서 당장 적극적으로 가입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등과 달리 가입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나라도 9개국이나 된다. 2004년 5월 유럽연합에 가입한 동유럽 10개 나라 중 올해 유로존에 가입한 슬로베니아를 뺀 헝가리·체코·폴란드·리투아니아 등이다. 최근 1년 간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가장 낮은 3개 회원국의 평균 물가상승률에다 1.5%포인트를 보탠 수치 이내로 물가를 유지해야 하는 등 물가·재정·금리·환율 등의 조건을 맞춰야 한다.

이는 경제적 여건이 쳐진 나라가 유로존에 가입해 다른 회원국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막기 위한 조처다. 때문에 키프러스·몰타·슬로바키아는 2009년께, 폴란드·헝가리 등은 2010년대 초반에 가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클 에머슨 박사는 “유로존은 서서히 확대될 것”이라며 “2015년께에는 22~23개국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리·브뤼셀·베를린/김순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