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건물 담벼락에 ‘지구 기후 변화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은 당신입니다’라는 대형 문구가 걸려 있다. 유럽에서는 지구 온난화 문제에 적극 대처하자는 주장이 담긴 홍보물을 길거리에서 흔히 접할 수 있다.
[유럽연합 50돌]③ 통합용광로 현장을 가다
열효율 높이는 집수리 지원 등 온난화와 전쟁중
열효율 높이는 집수리 지원 등 온난화와 전쟁중
“기후 변화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은 당신입니다.(YOU CONTROL CLIMATE CHANGE)”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 본부 담벼락에 적혀 있는 대형 문구다. 22일 유럽연합 본부에서는 환경을 주제로 한 특별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빙하가 녹는 현장 사진을 배경으로,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줄이자는 내용이었다. 이 중 한 전시물에는 ‘실내 온도를 1도 낮추면 연간 이산화탄소 300㎏, 복도 전구 5개를 끄면 연간 400㎏의 배출을 줄인다…’고 쓰여 있었다.
독일 베를린 시내 훔볼트대학 근처의 한 건물 지붕에도 지구 온난화 관련 문구가 걸려 있었다. 건물 지붕 위에 빨간 털모자를 씌운 대형 그림 위에 ‘우리의 기후를 보호하라’는 구호가 내걸렸다. 열효율을 높이는 집수리를 하면 지원금을 준다는 안내도 붙어 있었다.
유럽은 어디에서나 지구 온난화와 싸우고 있었다. 환경은 유럽연합의 최대 역점사업 중 하나였다. 유럽연합은 올해 환경 관련 예산을 지난해보다 17.9% 높게 편성했다. 유럽연합은 지구 온난화와의 전쟁을 통해 ‘세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서고 있었다. 미래 산업 선점, 삶의 질 담보, 그리고 에너지안보 확보가 그것이다.
환경산업은 유럽의 미래 엔진=“단지 푸른 하늘만 바라는 게 아니다. 환경 분야는 기술시장이 있고, 지금 혁신하면 미래상품을 팔 수 있다.” 독일 외무부 유럽연합국 하디 버클러 부국장의 말이다. 그는 “우리는 지금 조금 투자해서 나중에 30~40% 비용을 줄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 테초 독일 알프레드오펜하임 유럽연구센터 연구원은 “돈 냄새가 난다”는 표현을 썼다. 그는 “환경은 최고의 비즈니스 모델”이라며 “미국은 일단 시작하면 우리보다 훨씬 빨리 적응하는 만큼 더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먼저 시작해야 유리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이 유럽에 부를 안겼듯, ‘제2의 산업혁명’인 환경산업을 선점함으로써 유럽연합의 미래를 개척해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과 관련한 각종 기준의 엄격한 적용은 자연스레 관련 기술의 개발을 앞당긴다. 벨기에 브뤼셀 공항에 전시된 BMW 325i 승용차의 안내서에는 ‘1㎞당 203g C02 배출’이라고 적혀 있었다. 독일 프리드리에버트재단 국제정치 연구단의 크리스티앙 켈러만 박사는 “환경분야는 유럽연합의 산업 발전을 이끌 미래 엔진”이라고 말했다.
환경문제로 하나된 유럽=환경문제가 경제적 관점에서 유럽의 ‘블루오션’ 이라면, 삶의 질이란 관점에서 유럽인들을 한데 묶어 주는 매개체이다.
유럽은 요즘 지구 온난화로 인한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었다. 지표면이 수면보다 낮은 네덜란드는 빙하가 녹아 물에 잠기는 위협에 시달리고, 스위스 알프스에서는 지난 겨울 눈이 오지 않은 탓에 스키시즌이 짧아졌다. 겨울철 이상난동으로 지난해 12월부터 2월까지 석 달간 평균기온이 예년보다 평균 섭씨 2도 이상 높았다. 유럽인들에게 환경파괴는 현실적 위기였다. 벨기에서 만난 덴마크인 이렌 한센은 “날씨가 진짜 미쳤다. 지구가 파괴되고 아이들은 이상한 병을 앓는다”고 말했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 조사에서, 유럽인 72%가 환경을 유럽연합이 주력해야 할 분야로 꼽았다. 20년 가까운 녹색당의 활동 등도 환경에 대한 시민의식을 높였다. 전문가들은 관료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유럽연합이 환경문제를 통해 시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국경이 없는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훌륭한 통로가 바로 유럽연합이기 때문이다. 로마조약 50돌을 맞아 유럽연합이 25일 발표한 ‘베를린 선언’도 이 점을 분명히 밝혔다. 선언은 “우리는 국경 안에서 해결할 수 없는 중대한 도전들에 직면하고 있다”며 “에너지 정책과 기후보호 문제를 공동으로 주도하고, 전지구적 위협이 되고 있는 기후변화를 막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안보를 지킨다=유럽연합이 지구 온난화를 강조하는 또 다른 이유는 에너지 안보다. 장 테초 연구원은 “러시아는 불안한 이웃”이라며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확보해야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럽연합은 석유의 27%, 천연가스의 24%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는 최근 몇 년 간 갑자기 에너지 공급을 중단하는 등 유럽으로 하여금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닫게 만들었다.
유럽연합이 최근 현재 6% 수준인 재생에너지 비율을 2020년까지 20%로 끌어올리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운 것도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려는 노력의 산물이다. 온난화를 가속화하는 화석연료를 줄이고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여, 석유와 가스 등의 의존도를 자연스레 줄이려는 것이다.
독일 베를린에서 폴란드 북부 체친으로 가는 철로 옆의 곳곳에서 풍력 발전기가 돌아가고 있었다. 프랑스 외무부 유럽연합 협력국 줄리앙 스테이머 부국장은 “새 에너지를 개발하고 에너지원을 다양화하면 우리의 에너지 자율권이 높아질 것이다”고 말했다.
파리·브뤼셀·베를린/글·사진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유럽은 요즘 지구 온난화로 인한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었다. 지표면이 수면보다 낮은 네덜란드는 빙하가 녹아 물에 잠기는 위협에 시달리고, 스위스 알프스에서는 지난 겨울 눈이 오지 않은 탓에 스키시즌이 짧아졌다. 겨울철 이상난동으로 지난해 12월부터 2월까지 석 달간 평균기온이 예년보다 평균 섭씨 2도 이상 높았다. 유럽인들에게 환경파괴는 현실적 위기였다. 벨기에서 만난 덴마크인 이렌 한센은 “날씨가 진짜 미쳤다. 지구가 파괴되고 아이들은 이상한 병을 앓는다”고 말했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 조사에서, 유럽인 72%가 환경을 유럽연합이 주력해야 할 분야로 꼽았다. 20년 가까운 녹색당의 활동 등도 환경에 대한 시민의식을 높였다. 전문가들은 관료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유럽연합이 환경문제를 통해 시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국경이 없는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훌륭한 통로가 바로 유럽연합이기 때문이다. 로마조약 50돌을 맞아 유럽연합이 25일 발표한 ‘베를린 선언’도 이 점을 분명히 밝혔다. 선언은 “우리는 국경 안에서 해결할 수 없는 중대한 도전들에 직면하고 있다”며 “에너지 정책과 기후보호 문제를 공동으로 주도하고, 전지구적 위협이 되고 있는 기후변화를 막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도별 온실가스 배출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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