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유럽

[블로그] 동유럽 여행기 - ③ 부다페스트

등록 2007-05-07 13:30수정 2007-05-07 13:36

Terror Haza (House of Terror) ⓒ 한겨레 블로그 sporyoun
Terror Haza (House of Terror) ⓒ 한겨레 블로그 sporyoun
셋째날.

오랜만에 개운한 아침을 맞았다. 토요일 밤에는 공항에서, 일요일 밤은 야간열차에서 그리 편히 자지 못했었는데 여행 둘째날 처음으로 유스호스텔에서 마음 편하게 자고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래도 영국과 시차가 1시간 있는 것을 감안하지 못하고 알람을 영국시간으로 맞춰놓아 졸지에 한시간을 뺏기고 말았다.

역에가서 저녁에 크라코우로 가는 야간열차 티켓을 구입한다음, 오늘의 처음 일정인 테러하우스로 향했다. 이 곳은 2차대전 당시 나치에 희생된 헝가리인들과 구 소련지배하에서 억압당하고 죽어간 많은 사람들을 기리기 위한 곳이다.

박물관 견학을 좋아하는 나에게 각 도시를 대표하는 박물관, 미술관을 돌아다니며 특색이나 장점등을 찾아내는것은 큰 즐거움이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겉모습부터 매우 세련되게 꾸며 놓아 눈에 잘 띄는 이곳은 입구부터 거대한 탱크와 희생자들의 초상화로 나를 맞이한다. 탱크와 희생자, 방문객들에게 처음부터 위압감을 주기 위함일까. 마음이 좀 무거웠다. 그러나 각 전시실을 둘러보면서 층층 구석구석마다 잘 꾸며진 시청각적 자료들이 내 마음을 더 무겁게 했다. (안타깝게도 박물관 내부는 사진촬영이 금지되어있다.)

어느 나라든 슬픈 역사를 가지지 않은 곳이 없겠냐만은 헝가리의 근현대사역시 우리나라만큼이나 슬프고 무거웠다. 원치않았던 전쟁과 공산주의에 대한 항변들. 이 곳은 일반인들의 절규를 똑똑히 보여주고있다. 박물관 1층에서 본 영상중에는 헝가리 노인의 울음섞인 절규가 흘러나온다. "누구를 위한 공산주의예요?"

역사적 사건은 주로 소수의 권력자들에 의해 만들어지지만 그 사건을 받아들이고 감당해야 하는것은 대다수 국민들의 몫이고 감당할 수없는 상처를 치유하고 기념하는 것은 후대의 몫이다.


슬픈역사, 온당치 않은 역사는 그만 만들어졌음 좋겠다.

이번 헝가리 여행이 특별히 기억에 남는이유는 어쩌면 황홀한 야경덕분이 아니라 내가 그들의 아픈 역사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공감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박물관 쟁이인 나같은 사람이 아니더라도 깊은 감동을 받을 수있는 곳이기에 이곳을 적극추천한다. 물론 영어 설명이 부족했던 점은 아쉽지만.

오랜시간을 전시실에서 보낸 후 영웅 광장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 1호선을 탔다. 부다페스트의 지하철은 3개 노선으로 나뉘는데 지은지 얼마 안된 2,3 호선에 비해 1호선은 상당히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그래서일까 화보집에서 보는듯한 오래된 대합실에 열차도 작고 귀엽다. 유럽에서 런던다음 두번째로 지하철이 생겼다고 하니 100년은 훌쩍넘을듯 하다.

메트로 1호선. 역사는 낡았지만 작고 귀엽다. ⓒ 한겨레 블로그 sporyoun
메트로 1호선. 역사는 낡았지만 작고 귀엽다. ⓒ 한겨레 블로그 sporyoun

이제는 유럽어디서나 볼수 있는 간판이지만 그래도 새로웠다. ⓒ 한겨레 블로그 sporyoun
이제는 유럽어디서나 볼수 있는 간판이지만 그래도 새로웠다. ⓒ 한겨레 블로그 sporyoun

영웅광장은 헝가리 독립에 일조한 영웅들을 기리기 위해 만든 곳이다. 굉장히 넓은 데다가 청동으로 된 조각상, 그리고 흐린날씨까지 더해져 좀 으스스했다.

영웅광장. ⓒ 한겨레 블로그 sporyoun
영웅광장. ⓒ 한겨레 블로그 sporyoun

광장 뒤편으로 가면 시민 공원이 있고, 그 옆에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이라는 세체니 온천이 있다. 헝가리 여행에서 빼 놓을 수없는 코스가 바로 온천욕이기에 나 역시 그 곳을 찾았다. 가격면에서도 그리 비싸지 않은 편이고, 온천의 효험이야 말할 것도 없었지만 내게는 야외 온천탕에서 본 여유로운 풍경들이 더 인상적이었다.

온천욕하면서 체스를 두는 사람들, 애인과 함께 데이트 하는 연인들, 불편한 부위에 물 폭포 맞고 있는사람, 그리고 마사지 받는사람 등…. 보고만 있어도 여유로워지는 풍경이다.

약 두 시간쯤 지났을까. 크라코우로 가는 야간열차를 타기 위해 다시 역으로 향했다. 그토록 오고 싶어했었던 부다페스트를 뒤로 한채. 더 많은 곳을 가보고 싶었지만 사정상 그럴 수 없었기에, 아쉬움을 남겨두고 오는 것이 여행의 매력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한겨레 블로그 내가 만드는 미디어 세상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