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유럽

초라한 퇴장, 토니 블레어

등록 2007-05-09 18:26수정 2007-05-09 20:37

토니블레어 영국 총리(오른쪽)가 벨파스트 스토몬트의사당을 떠나며 아일랜드공화군(IRA) 출신의 마틴 맥기네스 북아일랜드 차석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이언 페이슬리 북아일랜드 수석장관(가운데)이 이끄는 민주연합당(개신교)과 맥기네스 차석장관이 이끄는 신페인당(가톨릭)은 8일 공동자치정부를 출범시켰다. 벨파스트/AP 연합
토니블레어 영국 총리(오른쪽)가 벨파스트 스토몬트의사당을 떠나며 아일랜드공화군(IRA) 출신의 마틴 맥기네스 북아일랜드 차석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이언 페이슬리 북아일랜드 수석장관(가운데)이 이끄는 민주연합당(개신교)과 맥기네스 차석장관이 이끄는 신페인당(가톨릭)은 8일 공동자치정부를 출범시켰다. 벨파스트/AP 연합
‘시작은 창대, 퇴장은 쓸쓸’
한때 80% 지지율 이라크전으로 몰락
`끝까지 반성하지 않는 푸들’

영국 언론이 떠나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에게 내리는 평가는 가혹하다. 1997년 최연소 총리로 화려하게 등극했던 블레어는‘구겨질 대로 구겨져’ 현직을 떠난다. 10일 노동당 당수직 사임을 발표할 그는 다음달 30일께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에게 자리를 넘길 예정이다.

블레어의 시작은 창대했다. 보수당의 18년 장기집권에 염증을 느낀 영국 국민은 블레어의 노동당에 표를 몰아줬다. 옥스퍼드대를 나온 싱싱한 엘리트인 40대 총리는 늙은 영국에 새 바람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됐다. ‘성장과 분배의 조화’를 주창한 그의 ‘제3의 길’은 젊은 블레어 부부만큼이나 매력적이었다.

한때 그의 지지율은 80%대를 웃돌았다. 친기업적 정책은 노동당 내 좌파의 불만을 샀지만, 경제 성장률은 유럽 최고 수준인 3%대로 올라갔다. 영국의 오랜 두통거리였던 북아일랜드 분쟁을 해결하는 역사적인 ‘굿프라이데이(성 금요일) 협정’ 체결로, 테러와 피로 얼룩졌던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거리에선 총소리가 멎었다. 2001년 6월 그는 재선에 가볍게 성공했다.

그러나 이라크 침공이 그의 무덤을 팠다. 2002년 블레어 정부는 ‘이라크 정부가 45분만에 대량살상무기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는 과장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듬해 그는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참전을 강행했다.

그 과정에서 영국인들을 특히 분노하게 한 것은 블레어의 미국에 대한 저자세였다. 미국 국무부의 고위 관료조차 “블레어의 미국에 대한 구애는 처음부터 일방적이었으며, 부시 대통령의 블레어 무시는 민망할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후 미국의 ‘푸들’이라는 별명이 내내 블레어를 따라다녔다.

블레어 영욕의 10년
블레어 영욕의 10년

2005년 52명의 희생자를 낸 런던 시내 지하철 폭탄테러 사건과 각종 부패 스캔들은 그의 몰락을 재촉했다. 이달 초 <텔레그래프> 여론조사에서 영국 국민의 절반에 가까운 48%가 ‘블레어 집권 이후 생활이 나빠졌다’고 답했다. 지난주 지방의회 선거에서 노동당은 참패했고, 스코틀랜드에서는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스코틀랜드 국민당이 다수당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국내 정치에서 그가 거둔 성과는 평가절하하기 어렵다. 북아일랜드의 평화 정착이 대표적이다. 그가 주도한 평화회담으로 북아일랜드의 개신교 민주연합당과 가톨릭 신페인당은 8일 공동 자치정부를 출범시켜 30년간 이어진 유혈분쟁에 마침표를 찍었다. 의료와 교육 체계는 개선됐고, 무엇보다 경제 호황이 이어졌다.


블레어에 비판적인 자세를 유지해온 진보지 <가디언>이 지난달 말 ‘블레어의 업적’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블레어의 10년은 영국을 더 좋은 나라로 만들었다”고 평가한 것은 이런 복잡한 사정을 반영한다. 사설은 블레어가 국내 정치의 업적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없는 이유로, 이라크 침공 외에 △빈부격차의 심화 △소극적인 개혁 △지나친 언론 플레이 등을 꼽았다.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