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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남-북-러 잇는 경제거점 ‘연해주’가 뜬다

등록 2007-06-10 20:35수정 2007-06-10 22:36

러시아 연해주 주청사는 블라디보스톡 중심가인 스베틀란스카야 거리  광장 옆에 있다. 광장 중앙에 깃발과 나팔을 든 병사의 거대한 동상 너머로 LG 광고 입간판이 보인다. 블라디보스톡/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러시아 연해주 주청사는 블라디보스톡 중심가인 스베틀란스카야 거리 광장 옆에 있다. 광장 중앙에 깃발과 나팔을 든 병사의 거대한 동상 너머로 LG 광고 입간판이 보인다. 블라디보스톡/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러 정부, 2012년 아펙정상회담까지 3조7천억원 투입
국제공항·컨벤션센터 등 갖춘 동북아 경제 거점으로

러시아가 연해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 중심가 세메노브스카야 거리 언덕에 자리잡은 현대호텔에서 지난 2일 동북아시아 ‘한-러 경제협력’을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정여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두 가지 못 믿을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하나는 북한이 국제세미나에 참석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러시아가 극동·연해주 개발에 적극 나선다는 것이었다. 북한은 그의 말대로 세미나에 초청받았으나 오지 않았다. 그러나 러시아의 극동지역 개발은 달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월27일 이곳을 방문해, 2012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아펙) 정상회의 개최지로 블라디보스토크가 사실상 확정됐다고 밝혔다. 연방정부는 이에 예산 1천억루블(3조7천억원)을 배정했다. 뒤이어 신규 국제공항 건설, 홍콩식 루스키섬 개발, 고속도로, 호텔·컨벤션센터 개발 등 사업목록이 쏟아지고 있었다.

세미나 전날인 1일 알렉산더 코스텐코 수석 부주지사는 공항재건축 사업은 이미 착수됐으며, 루스키섬으로 이어지는 황금만(졸라토이 로그) 재건·확장사업도 설계가 완료됐다고 적극 ‘세일즈’에 나섰다. 그는 극동·연해주 개발전략의 큰 틀에서 보면 아펙 정상회의 준비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현대자동차 등 제조업 투자에 큰 관심을 보였다.

다만 정치는 여전히 연해주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블라디미르 니콜라예프 블라디보스토크 시장은 마피아 출신이다. 그는 비리혐의로 구속됐다. 현지에서 동포들의 교육 관련 일을 맡고 있는 한 관계자는 “시장 직선제가 오히려 마피아의 권력장악을 도와주는 셈”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선출직 주지사를 연방정부 임명제로 바꾼 데는 그런 이유도 있었다. 그러나 세르게이 다르킨 주지사 역시 마피아 출신으로 알려졌다. 현지에선 시장과 주지사의 권력다툼은 물론, 극동대 총장과 주지사의 알력 등등이 공공연한 얘기로 나돌고 있었다.

동아시아재단(이사장 정몽구) 산하 동아시아협의회(CEAA)와 러시아 극동국립대학이 공동주최한 이번 세미나의 주제는 한-러 경제협력이었지만, 초점은 연해주를 중심으로 한 남-북-러 삼각협력으로 모아졌다. 남-북-러 협력의 이면에는 이 지역의 인구 감소와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려는 러시아 쪽의 동기도 작용하고 있었다.

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삼각협력 구체 방안

부산-나진-하산의 삼각협력 지난 3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선 남-북-러 철도 책임자가 참석한 운영자회의가 개최됐다. 북-러는 나진~하산 구간의 철도 개량 사업에 합의했고, 남-북-러 3자는 한반도 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의 연계를 지속적으로 논의한다는 데 동의했다. 한국 철도공사를 비롯해 네 물류회사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나진항 개발 및 나진-하산 철도 개보수사업에 참여하기로 했다.

강남훈 동북아시대위원회 경제문화협력국장은 발제에서 부산-나진-하산 컨테이너 시험운행이 필요하다면서, 두 철도(TSR-TKR) 연결의 첫걸음이 5·17 경의·동해선 열차 시험운행이라면 이는 두번째 조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독일·벨로루시·러시아 철도운송통관협정과 같은 남-북-러 3자 협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기찬 청와대 비서관은 부산-나진-하산 연결을 가장 큰 파급효과가 있는 사업으로 꼽았다. 나희승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두 철도(TSR-TKR)는 물류전용의 유라시아망으로, 경의선-중국 횡단철도(TCR)는 동북3성을 겨냥한 여객·물류 겸용노선으로 접근하는 역할분담을 강조했다. 자연독점문제연구소 철도인프라부문 책임자인 블라디미르 사브추크는 ‘철도 현대화 총계획 2030’을 소개하면서 “러시아의 철도운수는 비약적인 발전의 길을 걷고 있으며, 특히 기술공학적으로도 현대화돼 있다”고 강조했다.

농업 남북러 협력의 새로운 모델 연해주의 광활한 토지, 북한의 노동력, 한국의 기술과 자본으로 농업은 또다른 삼각협력의 모델이다. 김현동 동북아평화연대 집행위원장은 “연해주 농업은 땅이 아니라 사람”이라고 말했다. 불과 200만명이 한반도 1.3배(30만6천여㎢)나 되는 드넓은 땅에서 농사를 짓고 있기 때문이다. 임수진 농촌공사 사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 합의 뒤 한국농업의 새로운 활로로, 러시아는 중국의 인구 유입을 견제할 필요성으로 남북 협력을 희망하고 있다면서 연해주 지역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임 사장은 동북아평화연대가 중앙아시아 고려인들의 재활 차원에서 추진하는 이 지역 농업 정착사업을 함께 지원할 수 있도록 농업투자지원센터 설치 등 정부간 협력도 검토하기로 했다. 사실 이는 정주영 전 현대 명예회장이 제안했던 일들이다. 이화영 의원은 “그 때는 구상이었다면 이제는 현실이 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에너지 협력의 지정학 타마라 프란초바 하원의원은 이르쿠츠크 코빅타 석유가스전 개발, 서캄차카 대륙붕개발 프로젝트 등을 위해 두 나라의 전략적 협력센터를 꾸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외교통상부의 권해룡 국제경제국 심의관도 자원협력을 위한 위원회 설치와 양국 에너지관련 각료급 회담의 정례화, 동북아에너지 협력기구의 설립 필요성 등을 제시했다. ‘세계경제와 국제관계연구소’(IMEMO) 소장을 거친 노다리 시모니아 에너지경제연구소 소장은 연방정부가 아직도 중국과 일본이 치열한 경합을 벌였던 코빅타 석유 파이프라인의 노선을 확정짓지 못했다면서, 중국 노선에 대해서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그는 푸틴 대통령에게 서신을 보내 중국의 다칭(대경)유전으로 연결되는 중국 노선은 러시아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며, 연해주의 나홋카로 연결해 한·일 등에 수출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시모니아 소장은 이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에너지 협력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을 드러내놓고 말했다.

강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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