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네단계 낮춰…“투자 유치 못하면 그리스 전철 밟아”
S&P, 그리스에 ‘선택적 디폴트’ 경고…구제금융 물거품 위기
S&P, 그리스에 ‘선택적 디폴트’ 경고…구제금융 물거품 위기
무디스 등 세계 신용평가회사들이 그리스처럼 추가 구제금융을 신청할 가능성이 있다며 포르투갈의 국가 신용등급을 정크(투자 부적격) 등급 수준으로 강등했다. 또 신용평가회사들은 그리스에 대한 추가 구제금융안은 그리스를 선택적 디폴트(지급 불능)로 몰아넣는 것이라고 평가해, 유럽 국가들의 추가 구제금융 합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는 5일(현지시각) 포르투갈의 장기국채 신용등급을 ‘Baa1’에서 무려 네 단계 낮은 ‘Ba2’로 낮췄다고 발표했다. 무디스는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제시해 추가 강등 가능성까지 경고했다.
무디스는 성명에서 현재 협상중인 그리스의 추가 구제금융안이 민간투자자들이 보유한 그리스 국채의 차환을 요구한다면, 포르투갈은 2013년 민간 시장에서 자금을 충당하지 못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리스의 추가 구제금융안이 시장의 돈을 마르게 하고, 그리스 외에 포르투갈 등 부채위기 국가들에 대한 민간투자자들의 투자를 꺼리게 한다는 것이다. 무디스는 포르투갈이 민간투자자를 끌어들이지 못한다면, 그리스처럼 추가 구제금융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푸어스(에스앤피)는 같은 날 민간투자자들이 보유한 그리스 국채를 차환하는 방식의 그리스 추가 구제금융안은 그리스를 ‘선택적 디폴트’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이 주도하는 그리스 추가 구제금융은 그리스 국채를 보유한 민간투자자들의 고통분담 여부를 놓고 계속 갈등을 노출하다 최근 프랑스 은행들 쪽이 민간투자자들이 보유한 그리스 국채 일부를 그리스 정부가 새로 발행하는 5년이나 30년 만기 국채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해 돌파구를 열었다.
그러나 신용평가회사들의 이런 평가는 민간 투자자들은 고통분담을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협상안에 대해 강력한 비토 성격을 띠고 있다. 그동안 민간 투자자들, 즉 대형 기관투자자들은 그리스 추가 구제금융안에서 자신들이 보유한 그리스 국채의 만기연장 등을 포함한 어떠한 형식의 고통분담도 반대해왔고, 신용평가 회사들은 이들 민간 투자자들의 입장을 지지해왔다.
이에 따라 돌파구를 찾는 듯하던 그리스 추가 구제금융안은 다시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협상에서 민간 투자자들의 이익을 대표하는 유럽중앙은행(ECB) 쪽은 그동안 신용평가 회사들이 협상안에 디폴트 평가를 내리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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