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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프랑스 대선 ‘비주류끼리 결승’…중도 성향 마크롱 우세

등록 2017-04-24 16:57수정 2017-04-24 22:22

[르포] 송호진 기자가 본 프랑스 대선 현장

중도 마크롱·극우 르펜 결선 진출
“프랑스 정치사의 새 페이지”
“엘리트로부터 프랑스를 자유롭게”
 사회당과 공화당 ‘기성 양당’ 몰락
프랑스 대선 투표가 치러진 23일 파리 노트르담 성당 앞에 무장경찰이 배치돼 있다. 파리/송호진 기자
프랑스 대선 투표가 치러진 23일 파리 노트르담 성당 앞에 무장경찰이 배치돼 있다. 파리/송호진 기자

23일(현지시각) 프랑스 대통령선거 1차 투표가 한창인 파리 소르본대학 근처 투표소. 자전거를 타고 투표소에 온 르네(60·와인 전문가)는 중도 성향 국민운동 조직인 ‘앙마르슈’(전진)의 에마뉘엘 마크롱(39)을 찍었다고 밝혔다. “구 정치체제를 교체할 새 정치인이 필요하다. 마크롱과 함께 ‘새로운 프랑스’로 나아가야 한다. 특히, 그가 가장 친 유럽연합(EU) 성향 후보라서 지지한다.”

대학생인 클레망(21)은 극우 정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48)에게 표를 줬다고 했다. “테러리즘에 기울고 자립심이 부족한 이민자들에게 프랑스가 너무 많은 관용을 보여줬다. 그 결과가 뭔가? 자국민의 실업률은 오르고, 최근 2년 사이에 테러로 230여명이 사망했다. 르펜의 이민 제한, 유럽연합 탈퇴 방향에 공감한다.”

‘극과 극’ 마크롱·르펜 1·2위 차지

마크롱 “출신 묻지 않고 함께 개혁”
친EU 속 자유무역·다원주의 강조

르펜 “오만한 엘리트로부터 해방”
반EU에 반이민·프랑스 우선주의

기성정당 몰락 속 마크롱 우세 전망

중도 좌·우, 1958년 이후 결선 첫 실패
탈락자들 “극우 집권 저지” 공개 요청
현지 조사 “마크롱 63% 압승” 점쳐

이처럼 정치 색채가 전혀 다른 두 후보가 오는 5월7일 열리는 프랑스 대선 결선에 올랐다. 1차 투표에서 마크롱은 23.86%, 르펜은 21.43%를 득표해 각각 1·2위를 차지했다. 프랑스 대선은 1차에서 득표율 50%를 넘는 후보가 없으면 상위 2명이 결선을 치른다. 보수 공화당의 프랑수아 피용(19.94%)과 급진좌파 장뤼크 멜랑숑(19.62%)은 3·4위에 머물렀다. 집권 사회당 후보 브누아 아몽은 6%대에 그쳤다.

마크롱과 르펜은 극과 극의 후보다. 현 정부에서 경제장관을 지낸 젊은 후보 마크롱(39)은 유럽연합과의 지속적인 관계 속에서 프랑스의 고성장과 자유무역, 문화다원주의 등을 강조한다. 반면, 르펜은 이민 제한, 유럽연합과 유로존 탈퇴, 외국인 고용기업에 별도 세금 부과, 공공장소에서 종교 상징물 착용 금지 등 반이슬람·반유럽연합·프랑스 우선주의를 내세운다. 1차 투표 결과, 실업률이 높은 쇠락한 북부 산업지대에선 르펜에게 압도적으로 표가 쏠렸다.

둘의 유일한 공통점이라면 변화를 열망하는 민심을 타고 기성 정당 체제를 허문 돌풍의 주역이란 점이다. 마크롱이 지난해 조직한 ‘앙마르슈’ 소속 하원 의원은 한 명도 없고, 국민전선 소속 하원 의원도 르펜의 조카 한 명뿐인 비주류 변방의 정당이다.

마크롱은 24일 소감 연설에서 “프랑스 정치사의 새 페이지를 열었다. 난 사람들의 출신을 묻지 않고, 정치·사회 개혁과 프랑스인을 위한 안전에 동의하는 사람들과 함께 가겠다”고 말했다. 르펜은 자신을 선택한 유권자들을 “애국자들”이라 칭하며, “이제 오만한 엘리트들로부터 국민과 프랑스를 자유롭게 할 때가 왔다”고 밝혔다.

파리 5구 소르본 대학 투표소에서 프랑스인들이 대선 투표를 하고 있다. 파리/송호진 기자
파리 5구 소르본 대학 투표소에서 프랑스인들이 대선 투표를 하고 있다. 파리/송호진 기자

이들의 선전 앞에 중도 좌·우 진영을 양분하던 사회당과 공화당은 프랑스가 결선투표를 도입한 제5공화국 헌법(1958년) 시행 이후 처음으로 결선 진출자를 내지 못했다. 높은 실업률과 경기 침체를 극복하지 못한 집권 사회당과 보수 공화당의 부패 등에 대한 불만이 기성 정당의 몰락과 대안 세력에 대한 지지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오스카 로페즈(24)는 기성 정당에 대한 불신을 토로하며 “프랑스어로 의회(Parlement)란 단어를 반으로 쪼개면 ‘Parle(말하다)와 ment(거짓말을 하다)’로 나뉜다. 기존 정치세력을 바라보는 내 심경과 똑같다”고 말했다.

결선 투표에선 극단주의 정권을 막으려는 표심이 작동해 마크롱이 우세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현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마크롱이 르펜과의 양자 대결에서 63% 안팎의 지지율로 압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피용과 아몽 등 탈락한 후보들과 현 사회당 정부의 베르나르 카즈뇌브 총리 등은 이미 결선에서 마크롱을 선택해달라고 지지자들에게 공개 요청했다. 피용은 “르펜의 국민전선은 유럽을 혼돈으로, 프랑스를 분열로 이끌 것이다. 난 극우에 대항에 마크롱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1차 투표에서 피용을 지지했다는 마크 비나메(24·세일즈 매니저)도 “유럽연합을 떠난 프랑스를 상상할 수 없다. 최선은 아니지만 르펜을 막는 차선으로 마크롱을 결선에서 찍겠다”고 말했다. “저임금 노동자를 위한 공약” 때문에 급진 좌파 멜랑숑을 찍었다는 알제리 출신의 프랑스 국적자 루콘(27)도 “이민자에 적대적인 르펜 대신 마크롱을 밀어주겠다”고 말했다.

프랑스 대선은 투표소 책상 위에 놓인 작은 봉투와 후보자의 이름이 적힌 투표 용지들을 모두 받은 뒤 지지 후보의 투표 용지만 봉투에 넣어 투표함에 넣는 방식이다. 다른 후보자의 투표 용지는 갖고 나와 휴지통에 버리면 된다. 내달 7일 투표소 밖 휴지통에 적게 버려지는 후보가 프랑스의 새 대통령이 된다.

파리/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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