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프랑스 대선 1차 투표에서 1위를 한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오른쪽)와 그의 아내 브리지트 트로뇌가 입을 맞추고 있다. 파리/EPA 연합뉴스
“마크롱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를 규정짓는 말이 ‘자유’라는 것을 아는 것이다.”
프랑스 대선 1차 투표에서 23.86%의 득표율로 결선에 진출한 에마뉘엘 마크롱(39) 후보의 친구이자 경제학자인 마르크 페라치는 <가디언>에 마크롱의 이력을 ‘자유’라는 열쇳말로 설명했다. 그는 “마크롱이 아미앵(마크롱의 고향)을 떠난 이유는 브리지트 트로뇌(마크롱의 아내)와의 자유로운 관계를 위해서였고, 투자은행 로스차일드에 재직한 것은 금전적 자유를 위해서였다. 이후 그가 경제부 장관직을 내려놓은 것도 정치적 자유를 가지기 위함이었다”고 말했다.
2014년 현 사회당 정부에서 최연소 경제장관을 역임하긴 했지만 단 한번도 선출직 공무원으로 일한 적 없는 마크롱이 대선에서 ‘돌풍’을 일으키기까지는 정치적 행운이 뒤따랐다. 유력 주자였던 중도 우파 프랑수아 피용 후보가 세비 횡령 스캔들로 무너지며 마크롱에게 시선이 쏠렸다. 안에서는 극우 후보 마린 르펜, 밖에서는 예측 불가능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극단’이 횡행하는 상황도 중도를 표방하는 마크롱에게 유리한 상황이었다. 최근 3년간 평균 성장률이 0.9%에 그치고, 4년 연속 10%대 실업률이 지속되는 등 더딘 경제성장은 기존 정당이 무능하다는 인식에 기름을 부었다.
마크롱은 의사 집안에서 태어나 엘리트 학교인 프랑스국립행정학교에 다녔지만 ‘인간적 매력’ 또한 갖췄다. 그가 16살 때 만난 24살 연상 교사에 대한 순정을 지켜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30살 때 결국 결혼에 성공한 이야기는 프랑스인들의 마음을 울렸다.
마크롱은 경제장관으로 재임하던 2016년 정당 ‘앙 마르슈!’(전진!)를 창당했다. 중도 후보라 불리지만, 경제 분야에서는 친기업적 성향이 강하고, 사회문제에서는 개방적 태도를 보여왔다. 그는 노동 유연성 강화, 법인세 등 기업의 세 부담 경감을 주장한다. 불평등과 빈곤 문제에 대한 접근도 ‘재분배’보다 ‘공평한 기회’를 중시하는 자유주의 방식에 가깝다. 자유와 개방을 중시하는 마크롱은 유럽연합(EU) 체제를 지지하며 이민자를 배척하지 않는 정부를 표방한다. 점진적 핵에너지 축소를 지향하고 자발적 임신 중단(낙태)을 여성의 권리로 본다.
김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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