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유동성추이
지난해 무역흑자 270조원, 외국자본 230조원 유입
거품론 고개…역내 금융협력으로 달러의존 줄여야
거품론 고개…역내 금융협력으로 달러의존 줄여야
아시아가 넘쳐나는 돈으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주식시장에선 연일 황홀한 돈 잔치가 이어진다. 10년 전 위기의 상처를 씻어냈음을 알리는 뒤늦은 축가인가? 또 다른 위기의 전주곡인가?
중국, 하루 1조4천억씩 곳간 채워=전 세계의 돈뭉치가 아시아 신흥시장을 향하고 있다. 지난해 아시아 국가들이 무역을 통해 거둔 흑자는 2903억달러(약 270조원).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엔 그 규모가 3899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물건 장사와는 관계없이 지난해 순유입된 자본액도 2545억달러나 된다. 그 중심엔 중국이 있다. 중국은 올해 1분기에만 외환보유액이 1340억달러나 늘어났다. 하루 1조4천억원씩 쌓이고 있는 셈이다.
월가의 연구기관인 게이브칼은 이른바 ‘4분의1 법칙’을 제시한다. 아시아 나라들이 기록한 경상수지 흑자의 4분의1 가량은 미국 시장으로 ‘환류’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 나라들이 미국 등 선진국 국채를 사들이면 반대로 선진국 시장엔 돈이 풀린다. 이 돈은 첨단 금융기법에 의해 몇 배, 몇 십배 부풀려지면서 ‘글로벌 유동성’이라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전 세계 시장을 떠돌아 다닌다.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투자자금으로 아시아로 되돌아 온다.
광의통화(M2)를 기준으로 지난해 아시아 지역 유동성 증가율은 평균 17%. 선진국보다 3배나 높았다. 오석태 씨티은행 경제분석팀장은 “나라밖으로부터 들어오는 돈으로 인해 아시아 나라들의 중앙은행이 무장해제 당한 꼴”이라 말했다. 통화정책의 약발이 먹혀들지 않는다는 얘기다.
“물건 팔아 거품 수입”=흥미롭게도 세계경제가 심각한 위기를 겪은 후엔 어김없이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크게 늘어났다. 위기에 빠진 나라들이 큰 폭의 경상수지 흑자를 거두며 위기에서 벗어나는 비밀은 바로 미국이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를 통해 이들 지역으로 유동성을 마구 풀어댔기 때문이다. 김일구 랜드마크투신운용 이사는 “달러를 무기로 펑펑 소비를 해댄 미국 덕에 아시아 나라들은 위기에서 벗어났다”며 “결국 물건을 내다팔고 거품을 수입한 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상태가 영원히 계속될 수는 없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월마트가 재채기하면 중국은 감기에 걸린다”고 지적했다. 아시아의 유동성 호황은 미국의 ‘소비 증가→경상수지 적자 확대’의 결과로, 미국의 소비 증가세가 주춤하면 한 순간에 반전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지만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경사무소장은 “중국은 당분간 강력한 수출드라이브를 걸 수밖에 없어 지금의 구도는 최소한 몇 년 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동성 주기에 주목해야=아시아 증시 주변에서는 거품 우려가 조금씩 커지고 있다. 최근 중국 증시는 급락과 반등을 되풀이하는 모양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한국 증시도 단기적으로는 투자심리의 과도한 확장에 따른 거품이 발생한 상황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게이브칼 연구소가 미국 중앙은행에 위탁된 국채 잔액을 기준으로 글로벌 유동성 주기를 살펴봤더니, 지난해 가을을 고비로 증가율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지만 전체적으로는 지난 몇 년에 걸친 증가율 상승 국면이 점차 끝자락에 접어들 가능성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금융시장은 글로벌 유동성 증가율이 힘을 잃을 무렵이면 어김없이 위기를 맞이하곤 했다.(그래픽 참조)
전문가들은 아시아 나라들이 거품 우려에서 벗어나려면 역내 금융협력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창환 한신대 교수(경제학)는 “외환위기 후 10년 동안 아시아 경제가 걸어온 길은 결국 달러의 절대적인 헤게모니 속에 잠재적 위기 가능성만을 더 키웠을 뿐”이라며 “역내 자본시장을 더욱 활성화해 달러 의존도를 줄여나가는 게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전문가들은 아시아 나라들이 거품 우려에서 벗어나려면 역내 금융협력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창환 한신대 교수(경제학)는 “외환위기 후 10년 동안 아시아 경제가 걸어온 길은 결국 달러의 절대적인 헤게모니 속에 잠재적 위기 가능성만을 더 키웠을 뿐”이라며 “역내 자본시장을 더욱 활성화해 달러 의존도를 줄여나가는 게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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