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러시아의 폭격을 당한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어린이·산부인과 병원에서 만삭의 산모가 구조되고 있다. 이 산모와 태아는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함께 숨졌다고 <에이피>(AP) 통신이 14일 보도했다. 마리우폴/AP 연합뉴스
지난 9일(현지시각) 러시아로부터 폭격을 당했던 우크라이나 동부 도시 마리우폴의 어린이·산부인과 병원에서 극적으로 구조됐던 산모와 태아가 결국 숨졌다고 <에이피>(AP) 통신이 14일 보도했다. 폐허가 된 병원에서 만삭의 몸으로 들것에 실려 옮겨지는 이 산모의 사진이 <에이피>를 통해 전세계로 알려지면서, 민간인을 가리지 않는 러시아의 무차별 공격에 대한 세계적 비판 여론이 들끓었었다.
<에이피>의 이날 보도에 따르면, 이 산모는 구조된 직후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진찰을 받은 결과, 골반 뼈가 부서지는 등의 큰 부상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진은 곧바로 치료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태아의 생명이 위태롭다고 느낀 산모는 “당장 나를 죽여 달라”고 절규했다고 의료진이 전했다. 의사들은 제왕절개를 통해 태아를 살리려고 시도했으나, 태아를 구하는 데 실패했다. 이후 의료진은 산모를 살리는데 집중했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 산모를 치료한 의사 티무르 마린은 “30분 이상 산모를 소생시키려 노력했으나 헛수고로 돌아갔다. 결국 둘 다 숨졌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폭격 이후 병원이 혼란에 빠져 의료진은 이 여성의 이름을 확인하지 못했다.
<에이피> 통신은 산모가 숨진 뒤 주검은 남편과 아버지가 와서 수습했다고 전했다. 의료진은 누군가 와서 주검을 수습해 이 여성이 공동 묘지에 집단 매장되는 일만큼은 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는 9일 이뤄진 어린이·산부인과 병원 폭격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이 병원은 이미 군인들이 장악한 상태였고, 민간인이 희생됐다는 것은 조작이라고 주장했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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