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국제일반

오스트레일리아 ‘중도좌파’ 11년만에 집권

등록 2007-11-25 20:33수정 2007-11-26 02:49

오스트레일리아의 총리예정자 케빈 루드(왼쪽)가 24일 총선 승리 뒤 연설 도중 부인 테레스 레인과 함께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브리스번/AP 연합
오스트레일리아의 총리예정자 케빈 루드(왼쪽)가 24일 총선 승리 뒤 연설 도중 부인 테레스 레인과 함께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브리스번/AP 연합
“파병반대·기후협약비준” 외교정책 U턴
노동당, 교육·의료 ‘공공성 강화’ 내세워
‘친부시’ 하워드 지역구마저 잃을 판

보수연합이 집권해온 오스트레일리아에서 11년 만에 좌파로 정권이 교체됐다.

지난 주말 치러진 오스트레일리아의 총선 개표 결과, 중도좌파 성향의 야당인 노동당은 하원 의석(전체 150석)의 과반수를 얻는 대승을 거뒀다. 5기째 집권을 꿈꾸던 자유·국민 보수연합 정권의 존 하워드(68) 총리는 노동당 당수 케빈 러드(50)에게 자리를 내주게 됐다. ‘아시아의 조지 부시’로 불려온 하워드 총리가 퇴진함으로써, 아시아태평양에서 미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를 묶는 미국의 ‘삼각동맹’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승패의 갈림길=오스트레일리아의 공영방송 <에이비시>(ABC)는 26일 오전 0시02분 현재 개표율이 78%라며, 노동당이 88석, 보수연합이 60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다음주 취임할 러드 총리 예정자는 이라크 파병 반대와 교토의정서 비준, 공교육 강화 등의 차별성을 앞세워 정권을 거머쥐는 데 성공했다. 그는 이라크에 주둔 중인 전투부대 550명 등 1500명 규모의 파병 부대를 단계적으로 철수한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또다른 ‘푸들’로 인식돼온 하워드 총리와 대립각을 세우며, 국민들의 반전 정서를 파고든 것이다. 교토의정서 비준에 소극적인 집권세력을 공격하며 환경문제에서도 우위를 확보했다. 의정서 비준과 온실가스 감축 등을 공약으로 내건 러드 총리예정자는 ‘포스트 교토’의 구체 일정을 논의하는 다음달 제13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 참가할 계획이다.

승부를 가른 최대 변수는 교육·의료 정책이었다. 노동당은 서비스가 뒤떨어졌다는 지적을 받아 온 공교육과 의료 부문에 대한 재정지출 대폭 확대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와 함께 연방 공무원의 대폭 감원을 선언하며 하워드 총리의 ‘작은 정부’ 이미지를 빼앗았다. 보수연합의 감세 정책에는 같은 정책으로 ‘물타기’를 하는 ‘미투’(me, too) 전술을 구사했다. 이를 통해 유권자들에게 ‘경제정책엔 차이가 없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 성공했다.

하워드의 종말=하워드 총리는 패배가 확정된 24일 저녁 “나는 더욱 자랑스럽고, 더욱 강하고, 더욱 번영하는 나라를 만들어놓고 총리실을 떠난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 기간 재정흑자와 사상 최저 수준의 실업률 등 경제적 성과를 강조하며 ‘안정적 성장’을 부르짖었다. 그러나 10년 이상 이어진 장기집권에 따른 국민들의 피로감을 돌려놓을 수는 없었다.


하워드 총리는 1974년부터 지켜온 자신의 지역구 베널롱에서마저 거부당할 위기다. 현지 언론들은 이곳에서 13차례 연속 당선된 하워드를 제치고 언론인 출신 정치신인 맥신 매큐가 당선될 것이 유력하다고 전했다. 하워드가 낙선하면 1929년 이후 현직 총리가 의석을 잃는 첫번째 사례가 된다.

달라질 아태 정세=러드 총리 예정자는 25일 당선 확정 뒤 첫 기자회견에서 “내년 미국을 방문해 철군을 주요 의제로 다루겠다”고 말했다. 미국의 핵심 동맹국의 하나인 오스트레일리아의 철군은 미국의 ‘이라크 실패’를 국제사회에 공언하는 사실상 마지막 이벤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지 전문가들은 대미 관계가 냉각될 수 있다고 내다본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전했다.

차기 노동당 정부가 ‘반부시’ 성향이긴 하지만, ‘반미’는 아니라는 데 주목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러드 총리 예정자는 “미국과의 견고한 우방관계는 유지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내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이 집권하면, 대미관계는 오히려 더욱 두터워질 수 있다. 현지 여론조사를 보면 오스트레일리아 국민들이 조지 부시 대통령이나 이라크 전쟁에는 반대하면서도, 미국과의 동맹은 소중히 여긴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미·일과 오스트레일리아 삼각동맹의 견제에 신경을 곤두세워온 중국은 러드 총재의 승리에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관영매체들은 그가 중국과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며 두 나라 관계가 한층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신화통신>은 러드 총리 예정자가 “중국어를 유창하게 할 줄 아는 최초의 서방 지도자”라고 추켜세웠다. <중국신문>은 그가 ‘중국 의식’이 충만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김외현 기자,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osca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