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부시 브루킹스연구소 동북아시아센터 소장
중국의 길 실험과 도전
1부. 변화하는 중국, 중국이 바꾸는 세계
② 뉴욕에서 중국의 미래를 보다
인터뷰/리처드 부시 브루킹스연구소 동북아시아센터 소장
1부. 변화하는 중국, 중국이 바꾸는 세계
② 뉴욕에서 중국의 미래를 보다
인터뷰/리처드 부시 브루킹스연구소 동북아시아센터 소장
30년간 비약적으로 컸지만 미국 군사력 추월은 힘들어
중국, 한반도 통일 두려워해 한-미가 안심시킬 필요있다 리처드 부시는 미국 민주당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중국과 한반도 등의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대한 분석과 이 지역에서의 미국 정책을 연구하는 동북아시아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그는 1977년 비영리재단인 아시아소사이어티의 중국위원회 활동을 시작으로 30여년 이상 동북아 문제를 연구해온 미국의 대표적인 아시아통이다. 83년부터 95년까지 10여년 이상 하원 외교위원회와 산하 아시아태평양소위원회 등에서 동북아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다. 2002년 브루킹스 연구소에 들어왔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 당시 입각이 거론되기도 했다. 미 컬럼비아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중국어에 능통하다. 그는 새해 한반도 상황에 대해 “여전히 위기 국면이 이어지겠지만, 미국이 북한과 양자접촉 또는 대화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 중국의 부상 -옛 소련 몰락 이후, 중국이 미국의 새로운 유일 경쟁자로 떠올랐다. 중국이 이렇게 떠오르게 된 핵심 요인은 뭔가? “30년 이상 지속된 경제성장 때문이다. 개방 전에도 중국은 잠재력이 있었다. 1979년 개방 이후 중국은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자신의 자원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미래에는 중국의 군사력이 미국을 넘어설 수도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의 군사비는 미국 다음으로 군사비를 많이 쓰는 15개 국가 군사비 총계의 절반 정도다. 중국은 (오랫동안) 따라잡기 힘들다. 중국이 빠른 속도로 국력을 키워나가고 있지만, 미국도 발전하고 있다. 격차를 좁히는 게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중국의) 속도가 워낙 빠르지 않은가? “중국은 환경, 부패, 불완전한 정치체계, 인권 등 몇 가지 심각한 문제를 지니고 있다. 경제는 빠르게 성장했지만, 내수와 수출의 불균형이 너무 심하다. 이제 곧 (그로 인한) 성장의 한계에 직면할 것이다. 1차대전이 일어난 1914년에 독일은 (당시 최강대국이었던) 영국보다 경제규모가 더 컸다. 중국이 언젠가 미국보다 경제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곧 미국보다 국력이 더 강하다는 걸 의미하진 않는다.” -중국은 인권문제 등을 비판받을 때, 이를 서방의 시각에 따른 편견이라고 주장한다. 앞으로 중국은 서방과 같은 민주주의 확산, 인권신장 등의 과정을 거치게 될 것으로 보나? 아니면 서방과는 다른 발전경로를 걷게 될 것으로 보나? “중국 지도부는 현모델을 유지하기를 원한다. 중국의 현시스템은 시장 자본주의에 기반한 경제발전과 강력한 정부다. 민주주의나 인권은 그리 고려치 않는다. 나는 이런 모델이 영원히 지속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정치시스템은 개방되어야 한다. 아마 중국은 (정치·사회적으로) 조금씩 개방될 것이다. 그러나 완전한 민주주의가 되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중국이 전체주의 국가는 아닌가? “중국사회에서 대중은 인터넷 등을 통해 사회에 점점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불만을 자신들의 방법(인터넷 등을 통해)으로 표시하면,정부는 이를 수렴한다.그래서 중국을 전체주의 국가라고 할 순 없다.” -중국은 사회주의를 고수하지만, 경제체제는 사실상 자본주의다.하지만 중국의 자본주의는 서구모델과는 차이가 많다. 국가자본주의, 스탈린주의처럼 보이기도 한다. “스탈린주의란 정부에 의한 철저한 계획경제다. 79년 이전 중국은 그러했지만,현재는 아니다.중국은 여전히 정부의 역할이 절대적이지만,재화와 용역의 교환과정에서 시장의존도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 경제체제를 어떻게 정의해야 하나? “국가자본주의 경제체제와 포퓰리즘적 요소를 지닌 레닌주의 정치체제가 융합된 형태라고 본다.” -앞으로 중국이 맞게 될 시련으로 예상되는 것은? “중국의 정치체제는 복잡한 경제와 사회에 비해 지나치게 경직돼 있다. 또 불평등은 심각한 문제다. 부의 균형분배를 위해 더 힘쓸 필요가 있다. 특히 부패는 공산당과 결부돼 있어 해결이 쉽지 않다. (중국의) 개혁은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중국이 이런 문제들을 극복할 수 있으리라 보나? “알 수 없다. 중국은 지금까지 30년간 잘해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잘해왔다고 앞으로도 잘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중국에서 사회주의라는 건 어떤 의미인가? “사회주의는 (중국의) 목표다. 중국은 아직 사회주의를 구현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공산당의 목표는 국가구조가 더욱 강해지는 사회주의를 실현하는 것이다. 나는 그것이 국가자본주의 상태를 의미한다고 본다.” ■ 중-미 관계
-미국과 중국은 경제적으로는 환율과 무역문제에서, 정치안보적으로는 북한과 대만 문제, 그리고 국제적으로는 기후변화 문제 등 계속 부딪친다.앞으로 미국과 중국이 가장 심하게 부딪칠 영역은 어디인가?
“북한이다. 북한이 전쟁 리스크를 키우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냉전시대의 미국과 소련은 군사적 긴장도 상당했다. 그러나 미-중 관계는 그에 비해 군사적 긴장은 덜한 편이다. 앞으로 미-중 관계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도 있나?
“가능은 하다. 그러나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현재 미국과 중국의 격차는 (과거 미-소간 격차보다) 훨씬 크다. 또 냉전시대에는 유럽이 소련의 재래식 지상 공격에 취약했다. 그러나 현재 동아시아에서 한국, 일본, 대만 등은 중국과 (바다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어 긴장도가 덜하다. 이밖에 냉전시대에는 미-소 진영간 경제적 상호의존 관계가 없었다. 그러나 오늘날 중국은 일본, 한국, 미국, 대만과 경제적으로 얽혀있다. 이는 분쟁을 어렵게 만든다. 그래서 중국의 군사력이 더 커지더라도, 미-중 군사적 분쟁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고 본다.”
-그렇다면 미-중 관계는 기본적으로 협력인가, 경쟁인가?
“협력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중국이 결국 어떤 선택을 할지는 잘 모르겠다.”
■ 북한 문제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북한의 핵폐기)를 위해 북한 체제의 와해를 감당할 생각이 있을까, 아니면 (북한의 붕괴로) 미국의 영향력이 한반도 전역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핵을 가진 북한’을 용인할 것으로 보나?
“중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원한다.그러나 이에 대한 압력이 북한의 붕괴 리스크로 이어진다면, 중국이 북한을 더이상 강하게 압박하지 않을 것이다.”
-6자회담이 2년 넘게 가동중단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6자회담은 여전히 유효한 대화틀인가, 아니면 다른 협의체의 구성이 필요하다고 보나?
“북한이 핵정책을 바꾸기로 결정한다면, 6자회담은 좋은 틀이 될 것이다.그러나 북한의 핵포기 의사가 없다면, 그때는 다른 메카니즘이 필요하다. 아마도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이 한 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는 (5자회담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6자회담이냐, 5자회담이냐를 결정해야 할 때가 언제인가?
“아마도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북한이 자신의 포지션을 정리한 이후가 될 것 같다. 그때는 북한에서 정책 재조정이 일어날 수 있을만한 때다. 중국도 마오쩌둥 사망 이후 덩샤오핑이 정권을 잡았을 때, 정책 조정이 있었다. 중국 지도층이 마오쩌둥 정책의 폐해를 인식했고, 변화를 추구했기 때문이다. 북한도 그럴 수 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생존해 있을 때는 그런 변화가 어려울 것이다. 후계자는 변화를 추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은 종종 외부의 그런 기대를 저버리곤 했다.
“맞다. 그러나 최종판단을 내리긴 아직 이르다.”
-중국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도, 도발적 행동도 원치 않지만, 동시에 한반도 통일로 미국의 영향력이 북한에까지 미치는 것도 원치 않는다고 본다. 이후 중국이 어떻게 행동하리라 보나?
“중국은 한반도 통일을 두려워한다. 미국과 한국은 중국에 대해 통일이 중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신시켜야 한다. 중국은 ‘통일한국에서 미군은 어디에 있게 될 것인가’ 궁금해할 것이다. 미국과 한국은 중국에 대해 미군이 (중국과 인접한) 압록강은 물론 (현재의)북한 지역에는 주둔하지 않는다고 약속할 수도 있다고 본다.”
워싱턴/글·사진 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중국, 한반도 통일 두려워해 한-미가 안심시킬 필요있다 리처드 부시는 미국 민주당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중국과 한반도 등의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대한 분석과 이 지역에서의 미국 정책을 연구하는 동북아시아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그는 1977년 비영리재단인 아시아소사이어티의 중국위원회 활동을 시작으로 30여년 이상 동북아 문제를 연구해온 미국의 대표적인 아시아통이다. 83년부터 95년까지 10여년 이상 하원 외교위원회와 산하 아시아태평양소위원회 등에서 동북아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다. 2002년 브루킹스 연구소에 들어왔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 당시 입각이 거론되기도 했다. 미 컬럼비아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중국어에 능통하다. 그는 새해 한반도 상황에 대해 “여전히 위기 국면이 이어지겠지만, 미국이 북한과 양자접촉 또는 대화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 중국의 부상 -옛 소련 몰락 이후, 중국이 미국의 새로운 유일 경쟁자로 떠올랐다. 중국이 이렇게 떠오르게 된 핵심 요인은 뭔가? “30년 이상 지속된 경제성장 때문이다. 개방 전에도 중국은 잠재력이 있었다. 1979년 개방 이후 중국은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자신의 자원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미래에는 중국의 군사력이 미국을 넘어설 수도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의 군사비는 미국 다음으로 군사비를 많이 쓰는 15개 국가 군사비 총계의 절반 정도다. 중국은 (오랫동안) 따라잡기 힘들다. 중국이 빠른 속도로 국력을 키워나가고 있지만, 미국도 발전하고 있다. 격차를 좁히는 게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중국의) 속도가 워낙 빠르지 않은가? “중국은 환경, 부패, 불완전한 정치체계, 인권 등 몇 가지 심각한 문제를 지니고 있다. 경제는 빠르게 성장했지만, 내수와 수출의 불균형이 너무 심하다. 이제 곧 (그로 인한) 성장의 한계에 직면할 것이다. 1차대전이 일어난 1914년에 독일은 (당시 최강대국이었던) 영국보다 경제규모가 더 컸다. 중국이 언젠가 미국보다 경제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곧 미국보다 국력이 더 강하다는 걸 의미하진 않는다.” -중국은 인권문제 등을 비판받을 때, 이를 서방의 시각에 따른 편견이라고 주장한다. 앞으로 중국은 서방과 같은 민주주의 확산, 인권신장 등의 과정을 거치게 될 것으로 보나? 아니면 서방과는 다른 발전경로를 걷게 될 것으로 보나? “중국 지도부는 현모델을 유지하기를 원한다. 중국의 현시스템은 시장 자본주의에 기반한 경제발전과 강력한 정부다. 민주주의나 인권은 그리 고려치 않는다. 나는 이런 모델이 영원히 지속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정치시스템은 개방되어야 한다. 아마 중국은 (정치·사회적으로) 조금씩 개방될 것이다. 그러나 완전한 민주주의가 되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중국이 전체주의 국가는 아닌가? “중국사회에서 대중은 인터넷 등을 통해 사회에 점점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불만을 자신들의 방법(인터넷 등을 통해)으로 표시하면,정부는 이를 수렴한다.그래서 중국을 전체주의 국가라고 할 순 없다.” -중국은 사회주의를 고수하지만, 경제체제는 사실상 자본주의다.하지만 중국의 자본주의는 서구모델과는 차이가 많다. 국가자본주의, 스탈린주의처럼 보이기도 한다. “스탈린주의란 정부에 의한 철저한 계획경제다. 79년 이전 중국은 그러했지만,현재는 아니다.중국은 여전히 정부의 역할이 절대적이지만,재화와 용역의 교환과정에서 시장의존도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 경제체제를 어떻게 정의해야 하나? “국가자본주의 경제체제와 포퓰리즘적 요소를 지닌 레닌주의 정치체제가 융합된 형태라고 본다.” -앞으로 중국이 맞게 될 시련으로 예상되는 것은? “중국의 정치체제는 복잡한 경제와 사회에 비해 지나치게 경직돼 있다. 또 불평등은 심각한 문제다. 부의 균형분배를 위해 더 힘쓸 필요가 있다. 특히 부패는 공산당과 결부돼 있어 해결이 쉽지 않다. (중국의) 개혁은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중국이 이런 문제들을 극복할 수 있으리라 보나? “알 수 없다. 중국은 지금까지 30년간 잘해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잘해왔다고 앞으로도 잘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중국에서 사회주의라는 건 어떤 의미인가? “사회주의는 (중국의) 목표다. 중국은 아직 사회주의를 구현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공산당의 목표는 국가구조가 더욱 강해지는 사회주의를 실현하는 것이다. 나는 그것이 국가자본주의 상태를 의미한다고 본다.” ■ 중-미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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