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연임] 연임 성공 ‘비결’
‘한국 출신’ 중립적 성격 ‘프리미엄’ 작용
헌신성·원만한 품성으로 우호세력 확보
아랍 시위 적극지원…리더십 논란 극복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1일(현지시각) 유엔 총회에서 회원국의 만장일치 동의로 연임을 확정지었다. 경쟁자도 없고, 표결도 없었다. 유엔 사무총장의 연임이 관례라고는 하나, 거의 모든 회원국들로부터 지지를 받는 이런 분위기는 국제적 이해관계가 부딪치는 유엔에서 그리 흔한 일은 아니다. 또 재선 도전을 선언한 지 2주 만에 유엔 총회 승인 절차까지 마무리한 초고속 행보는 역대 사무총장 인선 과정에서도 가장 빠른 케이스에 속한다. 5년 전 반 총장의 취임은 미국·유럽과 중국·러시아의 대립, 선진국과 저개발국 사이의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한국’이 일종의 완충지대로 인식되는 국제적 역학관계가 상당한 힘을 발휘했다. 이번 연임에도 미국과 중국, 서방과 중동의 대립 와중에 ‘한국 출신’ ‘현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중립적 성격이 국제관계 속에서 만장일치 지지를 끌어낸 프리미엄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맞설 만한 경쟁자도 없었다. 반 총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은 상태에서 섣불리 도전을 선언하는 경쟁자가 나오기란 쉽지 않았고, 따라서 유엔 회원국들도 반 총장 이외의 다른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은 처음부터 하지 않았다. 물론 반 총장의 연임이 온전히 이런 외부 변수에만 의존했다고 보긴 힘들다. 한국에서 오랜 외교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다져진 특유의 성실성, 무엇보다 정치적으로 무색무취한 성향으로 적을 만들지 않는 인 관계 등은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유엔 무대에서 많은 회원국들을 우호 세력으로 끌어들였다는 평가다. 역설적으로 이는 취임 초기 서방 언론으로부터 카리스마가 부족하고, 중국 등의 인권 문제에 침묵한다는 등의 집중적인 비판을 받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미국에 비판적인 국가들로부터는 미국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의심을 받아왔다. 힘있는 상임이사국에 대해 ‘할 말을 하지는 못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이날 반 총장의 조용한 스타일은 조지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침공을 불법이라고 선언했던 코피 아난 전 사무총장의 솔직한 스타일과 대비된다며 “가장 친미적인 사무총장 가운데 하나로 보여진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포스트>의 유엔 특파원인 콜럼 린치도 “반 총장의 집권 기간 동안 파키스탄과 예멘에서의 미국 무인공격기 사용에 대한 비판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센추리 파운데이션 연구소의 유엔 분석가인 제프 로렌티는 <블룸버그>에 “지난 5년간 유엔이 뛰어난 리더십을 나타냈다고 보긴 힘들다. 그러나 유엔의 각국 대표들이 반 총장을 비난하는 데는 주저한다. 그는 핵심 국가의 시각에서 보면, 유엔이라는 조직에서 완벽하게 충실한 지도자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사람’ ‘카리스마가 부족한 방관자’라는 부정적 평가에 시달리던 반 총장은 특히 올해 들어 이런 이미지를 벗는 변신에 성공한다. 코트디부아르 사태 당시 로랑 그바그보 전 대통령의 사퇴 불복에 맞서 그의 퇴진을 강력히 주장했고 ‘아랍의 봄’으로 불리는 중동·북아프리카 사태 때 미국 등 다른 서방국가보다 먼저, 처음부터 시위대 편에 서서 국제사회 여론을 선도하며 강한 모습을 드러냈다. 취임 이후 한달에 평균 지구 한바퀴를 돌 정도의 거리를 이동하는 살인적 일정을 소화하는 성실함도 평가를 받고 있다. 김원수 유엔 사무총장 특별보좌관은 “한국 외교부 재직 당시 ‘반기문의 반만 해도 성공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는 부지런했다. 국가 간의 일도 사람이 하는 것이다. 의견이 다르더라도 상대방 입장을 배려하는 총장의 인간성과 업무 스타일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며 각국의 인식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반 총장에 대한 리더십 논란은 이제 거의 유엔 안팎에서 거론되지 않는다. 과거 반 총장의 대중국 태도를 비판했던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의 힐럴 노이어 대표조차 이날 <로이터> 통신에 “그는 세계에서 가장 열악한 지역의 인권을 증진시킨 지도자”라며 재선을 환영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가장 큰 갈등 중의 하나인 한반도 문제에 대해 그가 실제로 기여한 바는 없다는 비판적 시각은 상당하다. 아랍 인권 문제에 높였던 목소리를 강대국에도 낼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한국 출신 유엔 사무총장의 2기의 과제는 1기 때보다 더 무겁다. 뉴욕/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헌신성·원만한 품성으로 우호세력 확보
아랍 시위 적극지원…리더십 논란 극복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1일(현지시각) 유엔 총회에서 회원국의 만장일치 동의로 연임을 확정지었다. 경쟁자도 없고, 표결도 없었다. 유엔 사무총장의 연임이 관례라고는 하나, 거의 모든 회원국들로부터 지지를 받는 이런 분위기는 국제적 이해관계가 부딪치는 유엔에서 그리 흔한 일은 아니다. 또 재선 도전을 선언한 지 2주 만에 유엔 총회 승인 절차까지 마무리한 초고속 행보는 역대 사무총장 인선 과정에서도 가장 빠른 케이스에 속한다. 5년 전 반 총장의 취임은 미국·유럽과 중국·러시아의 대립, 선진국과 저개발국 사이의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한국’이 일종의 완충지대로 인식되는 국제적 역학관계가 상당한 힘을 발휘했다. 이번 연임에도 미국과 중국, 서방과 중동의 대립 와중에 ‘한국 출신’ ‘현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중립적 성격이 국제관계 속에서 만장일치 지지를 끌어낸 프리미엄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맞설 만한 경쟁자도 없었다. 반 총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은 상태에서 섣불리 도전을 선언하는 경쟁자가 나오기란 쉽지 않았고, 따라서 유엔 회원국들도 반 총장 이외의 다른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은 처음부터 하지 않았다. 물론 반 총장의 연임이 온전히 이런 외부 변수에만 의존했다고 보긴 힘들다. 한국에서 오랜 외교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다져진 특유의 성실성, 무엇보다 정치적으로 무색무취한 성향으로 적을 만들지 않는 인 관계 등은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유엔 무대에서 많은 회원국들을 우호 세력으로 끌어들였다는 평가다. 역설적으로 이는 취임 초기 서방 언론으로부터 카리스마가 부족하고, 중국 등의 인권 문제에 침묵한다는 등의 집중적인 비판을 받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미국에 비판적인 국가들로부터는 미국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의심을 받아왔다. 힘있는 상임이사국에 대해 ‘할 말을 하지는 못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이날 반 총장의 조용한 스타일은 조지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침공을 불법이라고 선언했던 코피 아난 전 사무총장의 솔직한 스타일과 대비된다며 “가장 친미적인 사무총장 가운데 하나로 보여진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포스트>의 유엔 특파원인 콜럼 린치도 “반 총장의 집권 기간 동안 파키스탄과 예멘에서의 미국 무인공격기 사용에 대한 비판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센추리 파운데이션 연구소의 유엔 분석가인 제프 로렌티는 <블룸버그>에 “지난 5년간 유엔이 뛰어난 리더십을 나타냈다고 보긴 힘들다. 그러나 유엔의 각국 대표들이 반 총장을 비난하는 데는 주저한다. 그는 핵심 국가의 시각에서 보면, 유엔이라는 조직에서 완벽하게 충실한 지도자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사람’ ‘카리스마가 부족한 방관자’라는 부정적 평가에 시달리던 반 총장은 특히 올해 들어 이런 이미지를 벗는 변신에 성공한다. 코트디부아르 사태 당시 로랑 그바그보 전 대통령의 사퇴 불복에 맞서 그의 퇴진을 강력히 주장했고 ‘아랍의 봄’으로 불리는 중동·북아프리카 사태 때 미국 등 다른 서방국가보다 먼저, 처음부터 시위대 편에 서서 국제사회 여론을 선도하며 강한 모습을 드러냈다. 취임 이후 한달에 평균 지구 한바퀴를 돌 정도의 거리를 이동하는 살인적 일정을 소화하는 성실함도 평가를 받고 있다. 김원수 유엔 사무총장 특별보좌관은 “한국 외교부 재직 당시 ‘반기문의 반만 해도 성공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는 부지런했다. 국가 간의 일도 사람이 하는 것이다. 의견이 다르더라도 상대방 입장을 배려하는 총장의 인간성과 업무 스타일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며 각국의 인식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반 총장에 대한 리더십 논란은 이제 거의 유엔 안팎에서 거론되지 않는다. 과거 반 총장의 대중국 태도를 비판했던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의 힐럴 노이어 대표조차 이날 <로이터> 통신에 “그는 세계에서 가장 열악한 지역의 인권을 증진시킨 지도자”라며 재선을 환영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가장 큰 갈등 중의 하나인 한반도 문제에 대해 그가 실제로 기여한 바는 없다는 비판적 시각은 상당하다. 아랍 인권 문제에 높였던 목소리를 강대국에도 낼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한국 출신 유엔 사무총장의 2기의 과제는 1기 때보다 더 무겁다. 뉴욕/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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