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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장쩌민·시진핑도 막지 못한 ‘류샤오보 부부’의 사랑

등록 2017-07-14 16:35수정 2017-07-14 21:51

죽어서야 ‘중국 정부로부터의 자유’ 얻은 류샤오보
류샤라도 살아서 자유롭게 “가택연금 해제” 목소리
류샤 신변이 국제사회와 중국 ‘인권 대척점’ 될 듯
지난 2002년 10월22일 중국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왼쪽)와 류샤 부부가 책장을 배경으로 소파에 다정하게 앉아 있는 모습으로, 류샤오보의 가족이 외신에 공개한 사진이다. 베이징/ AFP 연합
지난 2002년 10월22일 중국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왼쪽)와 류샤 부부가 책장을 배경으로 소파에 다정하게 앉아 있는 모습으로, 류샤오보의 가족이 외신에 공개한 사진이다. 베이징/ AFP 연합
중국의 인권운동가 류샤오보는 13일 간암으로 생을 마감하고서야 중국 정부의 감시로부터 벗어나 비극적인 자유를 쟁취했다. 국제사회는 아내 류샤(56)라도 살아서 자유를 누리게 해주려고 가택연금 해제와 국외 출국 허용을 촉구하고 나섰다. 류샤오보의 죽음 이후 류샤의 거취 문제가 국제사회와 중국의 인권 대척점이 될 전망이다.

류샤오보는 1989년 천안문 사태로 20개월을 복역하고 출소해 모든 것을 잃었을 때 류샤를 만났다. 촉망받는 시인이자 화가·사진작가였던 류샤는 중국 민주화를 외치다 교수 자리와 아내와 아들을 모두 놓친 류샤오보에게 아낌없이 빛이 돼줬다. 중국 사회에서 누군가 투옥된다는 건 가족도 함께 끝난다는 걸 의미였으나, 고위 금융 당국자였던 류샤 아버지 역시 딸의 결혼을 지지했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을 보면, 류샤는 남편의 친구에게 “당신(류샤오보)과 함께한 이후로 단 하루도 평화로운 날이 없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실제로 두 사람의 결합은 출발부터 화제와 탄압의 연속이었다. 두 사람은 1996년 중국 북동부 노동교화소 식당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류샤오보가 노동 개조 3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던 때다. 중국은 정식 결혼 사진이 없으면 혼인신고를 받아주지 않는다. 이를 악용한 중국 정부는 예식 당일 사진기사를 가로막아 사진촬영을 방해했다. 두 사람은 각자 찍은 사진을 나란히 오려붙여 결혼사진을 위조한 뒤에야 혼인신고서에 직인을 받아낼 수 있었다. 혼인신고 자체가 작은 ‘정치적 승리’로 받아들여졌다.

이 친구는 <비비시>에 “만일 정부가 누군가를 탄압한다면, 그들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사생활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부부의 결혼생활은 중국 정부라는 제3자의 개입으로 내내 위태로웠다. 류샤오보는 결혼생활 21년 중 11년을 감옥에 있었다. 아이도 가질 수 없었다. 류샤오보는 친구에게 “아들이든 딸이든 아이한테 아버지가 경찰에 끌려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며 자녀계획을 세우지 않는 이유를 말한 바 있다. 류샤오보가 감옥 밖에 있을 때도 두 사람은 일상의 소소한 기쁨을 누리기 어려웠다. 류샤오보는 생전에 한 홍콩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류샤의 생일날 절친이 와인 두병을 샀는데 경찰이 우리 집으로 가지고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경찰은 내가 주문한 생일케이크 배달도 막았다. 경찰은 ‘요즘 폭탄테러가 일상이다. 당신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감시의 수준을 언급한 바 있다.

중국 정부는 류샤오보가 2010년 옥중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을 때, 결국 류샤를 감옥과도 다름없는 집에 가뒀다. 류샤가 류사오보를 대신해 시상식에 참가하려하자 가택연금에 들어갔고, 전화통화도 가까운 가족 정도를 제외하곤 가로막았다. 그 사이 류샤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지난해 잇따라 숨지는 애사가 겹쳤다. 류샤는 이때부터 극심한 우울증을 비롯해 심신이 무너져내렸다는 게 지인들의 전언이다.

류샤에게 “잘 사시오”라는 유언을 남긴 류샤오보는 류샤의 안전과 생계를 크게 우려했다. 그의 자서전 작가이자 친구인 유지는 “류샤오보는 아직 남아있는 에너지를 이용하고 싶다고 솔직히 설명했다. 그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 날에 대비해, 류샤를 위해 더 많은 돈을 모으고 싶어했다”고 전했다. 지난 5월23일 간암 말기 진단 이후 선양시의 병원으로 옮겨진 류샤오보가 ‘국외 치료’를 추진한 것도 아내의 남은 인생을 위한 마지막 배려였다. 자신이 죽은 뒤 류샤가 국외에서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국제사회도 이제 류샤의 가택연금 해제와 국외 출국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13일 류샤오보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면서 “부인 류샤가 중국을 떠날 수 있도록 중국 당국이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자이드 라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위 대표도 이날 “류샤오보의 부인 류샤가 원하는 곳에서 머물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요청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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