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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올브라이트 이후 18년만에…미 최고위급 ‘방북의 역사’

등록 2018-04-18 13:51수정 2018-04-18 20:49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내정자 방북
2000년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미국 각료로 첫 방북
2014년 클래퍼 국가정보국장, 미 시민 석방 목적 찾아
카터와 클린턴은 전직 대통령 신분으로 북한 방문
북이 적극적 요구…폼페이오 방북은 미국이 주도적
미국 국무장관 내정자인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지난 12일(현지시간)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폼페이오 국장이 부활절 주말(3월31일∼4월1일) 극비리에 방북,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났다고 외신이 17일 보도했다. 폼페이오와 김정은은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최대 의제인 비핵화 조건 등에 대해 사전 조율했을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미국 국무장관 내정자인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지난 12일(현지시간)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폼페이오 국장이 부활절 주말(3월31일∼4월1일) 극비리에 방북,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났다고 외신이 17일 보도했다. 폼페이오와 김정은은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최대 의제인 비핵화 조건 등에 대해 사전 조율했을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중앙정보국장 겸 국무장관 지명자의 평양 극비 방문은 미국과 북한 사이의 고위급 접촉으로는 처음이 아니다.

미국과 북한은 1990년대 이래 각종 고위급 접촉을 해왔고, 한때 이런 접촉은 미국 대통령의 북한 방문 가능성까지 제기하기도 했다. 양쪽의 접촉 사상 가장 최고위급이고 의미 있었던 것은 빌 클린턴 미국 행정부 시절인 지난 2000년 10월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국무장관의 북한 방문이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000년 10월23일 북한을 방문한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과 백화원 초대소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000년 10월23일 북한을 방문한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과 백화원 초대소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브라이트 장관의 방북은 그해 5월의 첫 남북한 정상회담 등 일련의 해빙 무드 속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폐기 및 북-미 수교, 이를 위한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을 준비하기 위해 전격적으로 성사됐다. 올브라이트의 방북에 앞서, 미국 국방장관을 지낸 윌리엄 페리 대북 정책조정관이 1999년 5월25일 평양을 3박4일 동안 방문해, 북-미 접촉을 본격적으로 재개했다.

이런 접촉은 당시 북한의 2인자였던 조명록 차수의 2000년 10월 미국 방문으로 이어졌다. 그는 북한 군복을 입은 채 클린턴 대통령을 공식 예방하고는 일련의 북미 합의를 채택했다. 조 차수와 올브라이트 장관은 공동성명을 채택해 △상호 적대 정책 배제 △상호 주권 존중 △무력 불사용 △내정 불간섭 원칙 합의를 발표했다.

이를 바탕으로 올브라이트 장관은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을 조율하려고 10월23일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당시 북한 국방위원장과 회담을 가졌다. 미국 각료로는 북한 정권 수립 이후 최초의 북한 방문이었다. 김정일 위원장도 올브라이트가 평양에 도착한 당일에 예고 없이 올브라이트의 숙소인 백화원 초대소를 방문하는 등 파격적 행보를 했다.

올브라이트의 방북으로 북-미 수교는 눈앞에 다가온 것으로까지 보였다. 미국은 클린턴 대통령이 다음달인 11월에 방북해, 북한의 핵·미사일 폐기 및 북-미 수교를 일괄 타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그 해 11월초 대선에서 공화당의 조지 부시 후보가 당선되자, 클린턴 민주당 행정부가 추진하던 북미 화해 기조는 중단됐다. 부시의 반대에다가, 클린턴 역시 북한과의 수교에 집중할 여력이 없었다. 클린턴은 자신이 추진했던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평화협정인 오슬로협정이 사실상 파기될 위험에 처하자 임기 말의 외교역량을 거기에 쏟아부었다. 나중에 한국을 방문했던 클린턴은 “중동 분쟁에 신경쓰다가 한반도 문제 대처에 힘을 싣지 못했다”며 “무리해서라도 북한을 방문했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부시의 당선 이후로 북-미의 접근은 더 이상 진전을 보지 못했고, 부시가 대통령에 취임한 뒤로는 북미 접근은 다시 원점으로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갔다. 북한 역시 부시 당선 이후 미국 내의 정치 상황이 변하자, 자신들이 내놓을 수 있는 카드들을 모두 접기도 했다.

미국 각료급 인사가 북한을 방문한 것은 2014년에도 있었다. 버락 오바마 민주당 행정부의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그해 11월8일 북한을 방문했다. 하지만 이 방문은 북-미 사이의 포괄적인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공식특사로서의 방문이 아니었다. 북한에 억류된 케네스 배 및 토드 밀러 두 미국 시민을 석방시켜 미국으로 데려오기 위한 것이었다. 북한이 이들의 석방 조건으로 미국의 각료급 인사 방문을 원하자, 오바마 대통령이 클래퍼를 자신의 ‘개인 특사’라고 보낸 것이다.

북한은 클래퍼의 방북을 통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기대했으나, 오바마 행정부는 클래퍼의 임무를 미국 시민 석방에만 한정시켰다. 클래퍼의 방북은 일종의 ‘해프닝’으로 끝났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94년 김일성 북한 주석과 만나 핵동결 약속을 받아낸 뒤 서해갑문을 함께 시찰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94년 김일성 북한 주석과 만나 핵동결 약속을 받아낸 뒤 서해갑문을 함께 시찰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미국의 현직 각료가 아닌 전직 고위 인사들의 방북도 적지는 않았다. 대표적으로 1994년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이다. 미국의 북한의 영변 핵시설을 폭격이 거론되며 북핵 위기가 절정에 오르던 때인 그해 6월15일 카터 전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 당시 주석과 회담했다. 카터의 방북은 남북한 정상회담 및 북미 협상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한 달도 안 돼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며 남북 정상회담은 무산됐다. 미국과 북한은 북핵 폐기를 위한 제네바 기본합의를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뒀으나, 이마저도 그해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다수당으로 오르며 폐기의 길로 접어들었다.

빌 클리턴 전 미국 대통령이 2009년 8월4일 평양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만나고 있다. 이 사진은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도쿄의 조선통신사를 통해 제공했다. 클린턴 오른쪽은 존 포데스타 전 백악관 비서실장. 한겨레 자료사진
빌 클리턴 전 미국 대통령이 2009년 8월4일 평양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만나고 있다. 이 사진은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도쿄의 조선통신사를 통해 제공했다. 클린턴 오른쪽은 존 포데스타 전 백악관 비서실장. 한겨레 자료사진
현직 때 북한 방문이 무산됐던 클린턴 전 대통령도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기자 2명의 석방을 위해 2009년 8월4일 평양을 방문했다. 이 방문 역시 북한이 요구한 것이다. 북한은 애초 힐러리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의 방북을 원했으나, 오바마 행정부는 현직 각료의 방북에 부담을 느껴 앨 고어 전 부통령을 제안했다. 이에 북한이 클린턴 전 대통령을 지목해 그의 방북이 실현됐다. 북한은 클린턴의 방북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 돌파구가 되기를 희망했으나, 오바마 행정부는 미국 기자 석방으로 임무를 한정했다.

지금까지 미국 전현직 고위 인사들의 방북은 북한 쪽이 더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미국이 응하는 형식이었다. 이에 반해 이번 폼페이오의 방북은 미국이 주도적으로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 각별하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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