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의 대선 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29일(현지시각)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압승한 뒤 지지자들과 사진을 찍으며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컬럼비아(사우스캐롤라이나)/UPI 연합뉴스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이 29일(현지시각) 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4차 경선인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압승했다. 지난 세 차례 경선에서 4위, 5위, 2위를 하며 체면을 구긴 바이든이 벌떡 일어서면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단독 질주에 일단 제동을 건 것이다.
개표가 99% 완료된 1일 0시 현재 바이든은 득표율 48.4%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2월3일)에서 강력한 2위(대의원 확보 기준)를 차지하고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2월11일)와 네바다주 코커스(2월22일)에서 연승하며 기세를 몰아온 ‘민주적 사회주의자’ 샌더스는 바이든에게 30%포인트 가까이 뒤진 19.9%로 2위를 기록했다. 기업가인 톰 스타이어(11.3%)는 3위를 차지했으나, 이날 밤 경선 포기를 선언했다. 바이든을 대체할 ‘중도 대안’으로 떠올랐던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8.2%)과 최근 텔레비전 토론에서 두각을 나타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7.1%)은 한 자릿수에 그쳤다. 이날까지 확보한 누적 대의원은 샌더스 53명, 바이든 41명, 부티지지 26명, 워런 8명, 클로버샤 7명이다.
바이든은 이날 밤 사우스캐롤라이나 컬럼비아에서 한 승리 연설에서 “여러분이 나를 되살렸다. 우리는 아주 팔팔하게 살아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원들이 평생 민주당원이며 자랑스러운 오바마-바이든 민주당원인 후보를 원한다면 우리와 함께 하라”고 말했다. 무소속이면서 민주당 경선에 참가하고 있는 샌더스를 겨냥한 것이다.
바이든 승리의 동력은 흑인의 지지다. 아이오와, 뉴햄프셔, 네바다는 흑인 비율이 10% 이하였지만, 사우스캐롤라이나는 약 27%다. <워싱턴 포스트>가 이날 출구조사를 분석한 결과, 투표자의 약 57%가 흑인이었고, 이들 중 61%가 바이든을 지지했다. 흑인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부통령을 8년 지낸 바이든은 흑인의 호감을 사왔고,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 사흘 전 이 지역에 큰 영향력을 가진 흑인 하원의원 제임스 클라이번이 바이든 지지를 선언해 날개를 달아줬다.
재기 불능 상태로 가는 듯했던 바이든이 ‘샌더스 대 바이든’의 대결 구도를 되살려냄에 따라, 민주당 경선은 14개주에서 경선이 치러지는 3월3일 ‘슈퍼 화요일’에 분수령을 맞게 됐다. 이날 전체 대의원의 약 3분의 1(1357명) 향배가 결정된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샌더스가 캘리포니아주(415명), 텍사스주(228명) 등 슈퍼 화요일 주요 경선지들에서 앞서고 있어, 바이든에게 쉽지 않은 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중도 표심이 분산돼 있는 점도 바이든의 장애물이다. 더구나 슈퍼 화요일에는 억만장자 마이크 블룸버그가 참가해 바이든 표를 잠식할 수 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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