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들이 2018년 8월 수도 카불 남쪽에 위치한 로가르주 지역을 순찰하고 있다. 로가르/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철군 시기를 애초 예정보다 빠른 올 11월 대선 이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선거 운동에 활용하길 원하고, 아프가니스탄에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된 상황 등이 반영됐다.
<뉴욕타임스>는 26일(현지시각) 미 국방부가 조만간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프가니스탄 철군에 관한 세부계획을 보고하는데, 이 중 미 대선이 열리는 11월 전 철군을 마치는 방안이 포함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국방부는 애초 예정대로 내년 5월 철군안을 비롯해 여러 방안을 보고할 예정이다.
국방부는 조기 철군이 대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트럼프의 뜻을 반영해 ‘11월 철군’ 방안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간 철군을 ‘외교적 성과’로 여기는 트럼프가 이를 확실하게 부각시키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군은 예정대로 내년 5월 철군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고위 관계자들은 아프간에서 조기 철수하는 것은 탈레반과 맺은 평화 협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18년 만에 어렵게 이룬 평화 합의가 깨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선 이후 새 대통령이 상황 변화를 반영해 철군을 다시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아프가니스탄 현지의 상황 변화도 조기철군 검토에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아프가니스탄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미군은 아프가니스탄 정부군과의 합동훈련 등을 중단했다. 최근 탈레반과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라마단(이슬람 금식성월) 종료를 축하하는 명절인 이드 알피트르 기간 동안 휴전에 들어가기로 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조기철군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합리적인 수준에서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며 “정해진 날짜는 없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 2월29일 아프가니스탄 무장조직 탈레반과의 평화 협정에서 내년 5월에 철군하기로 합의했다. 2001년 9·11 테러 직후 아프간 전쟁을 시작한 지 18년여 만에 탈레반과의 평화합의에 서명한 것이다.
당시 합의는 구체적 일정을 담아, 탈레반은 무력행위를 중단하고 ‘모든 외국군’이 철수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특히 트럼프는 미국 역사상 가장 길고 비싼 전쟁을 끝냈다는 외교적 성과를 얻었다. 아프간 전쟁으로 미군 사망자만 2440여명, 아프간 민간인은 3만80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미국이 쏟아부은 돈도 2조달러(약 2400조원)에 이른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평화 협상에서 빠지는 등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양쪽은 상호 신뢰구축을 위해 3월까지 각각의 포로들을 교환하기로 합의했지만, 지난 4월초 협상이 결렬됐다. 미군은 오는 7월 중순까지 아프가니스탄 주둔 병력을 1만2천명에서 8600명으로 줄일 계획이지만 순조롭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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