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 중인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15일(현지시각) 워싱턴에 있는 미 국무부 청사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면담을 마친 뒤 청사를 빠져나가고 있다. 워싱턴특파원단.
미국을 방문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15일(현지시각) 한국전쟁 종전선언과 북한 비핵화에 대해 “따로 놀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 실장은 전날 워싱턴에서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난 데 이어, 이날 오후에는 국무부 청사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만났다. 서 실장은 폼페이오 장관과 면담을 마친 뒤 기자들이 이번 방미 기간에 종전선언에 대한 논의가 있었는지 묻자 “종전선언 문제는 항상 협상 테이블 위에 있던 문제이고, 그 부분에 있어서 한-미 간에 다른 생각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문제는 종전선언이 비핵화 과정에서 선후 관계가 어떻게 되느냐, 또는 비핵화와의 결합 정도가 어떻게 되느냐의 문제일 뿐이지, 종전선언이 (비핵화와) 따로 놀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라고 말했다. 종전선언은 북한의 비핵화와 긴밀하게 연결돼서 이뤄지는 것이지, 그것만 독립적으로 추진하는 게 아니라는 의미다. 서 실장은 다만 “(이번에) 종전선언에 대해 특별히 깊이 있게 얘기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의 시작점으로서 종전선언을 제시하고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서 실장은 남북관계 또한 미국과 긴밀히 협의해서 진행해나갈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남북관계는 한-미 동맹과 상관 없이 독자적으로 해나갈 것이냐’는 질문에 “남북관계는 남북만의 관계라고 할 수 없다. 모든 것들이 미국, 주변국과 함께 의논하고 협의해서 진행해야할 문제이기 때문에 그렇게(독자적으로)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의 방위비 분담 협상과 관련해 서 실장은 “계속 논의를 해나갈 것이고, 우리 입장도 가능하면 빠른 시일 안에 방위비 문제가 합리적이고 상호 수용 가능한 선에서 타결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방미 기간에 방위비 문제 또한 깊이 있게 논의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서 실장은 “오브라이언 보좌관, 폼페이오 장관과 상당히 유익한 얘기를 많이 나눴다”며 “굳건한 한-미 동맹이 얼마나 깊이 있게 잘 관리되고 있는지 서로 공감하고 확인한 성과가 있다”고 자평했다. 또 “얼마전 북한의 열병식 등 한반도 정세 평가도 하고 어떻게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느냐의 문제에 대해 깊이 있는 분석과 토론을 했다”고 말했다. 한-미 양자 현안에 대해서도 폭넓은 대화를 나눴다고 덧붙였다.
서 실장의 방미는 그가 지난 7월 국가정보원장에서 청와대로 자리를 옮긴 뒤 처음이다. 그의 방미는 전날 열린 서욱 국방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의 제52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와 시기적으로 겹쳐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서 실장은 “공교롭게 날짜가 그렇게 겹쳤다. 사실 내 일정은 2~3주 전에 확정돼 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 실장은 미 대선(11월3일)이 임박한 시점에 방미한 데 대해 “대선과 관계 없이 한-미 관계는 정권 여부와 관계 없이 지속돼야 하는 문제 아니겠냐”며 “특별히 대선을 염두에 뒀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워싱턴에 도착한 서 실장은 3박4일 일정을 마치고 16일 귀국길에 오른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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