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4일(현지시각) 밤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미국 국기를 들고 ‘선거를 훔쳐 가지 말라’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라스베이거스/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대통령 선거를 지켜본 많은 외국인은 ‘코로나19로 미국에서 23만명이나 숨졌는데, 어떻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표가 저렇게 많지?’라는 의문을 가졌음 직하다. 그 답은 미국의 유권자 여론조사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 유권자들은 이번 대선에서 코로나19 못지않게 경제를 중요하게 생각했고 경제를 중시한 이들은 압도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코로나19를 더 걱정한 이들은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몰아줬다.
에디슨리서치가 실시한 유권자 1만5590명 대상 출구조사에서, 지지 후보를 결정하는 데 가장 영향을 끼친 사안은 경제였다고 <시엔엔>(CNN) 방송이 3일(현지시각) 전했다. 응답자의 35%가 코로나19 등 5가지 사안 중 경제를 첫번째로 꼽았다. 두번째로 많은 유권자가 꼽은 사안은 인종 불평등(20%)이었고 코로나19(17%)는 세번째였다. 범죄와 안전 문제, 건강보험 정책은 각각 11%로 나타났다.
경제를 가장 중시한 유권자의 82%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했고, 바이든 후보에게 투표한 이는 17%에 그쳤다. 인종 불평등과 코로나19를 중시한 이들 중 바이든 후보에게 투표한 유권자는 각각 91%와 82%였다.
다만, 경제에 타격을 주더라도 코로나19를 억제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한 응답자(전체의 51%)가 경제 회복이 더 중요하다고 답한 응답자(42%)보다 많았다.
<에이피>(AP) 통신이 전국의 유권자 13만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다. 유권자의 40%는 코로나19를 가장 심각하게 생각했지만, 경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답한 유권자도 30% 수준이었다.
이런 인식 차이는 지지 후보 결정에도 큰 영향을 줘, 바이든 후보 지지자의 60%는 코로나19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의 절반은 경제와 일자리를 최우선시했다. 바이든 지지자 가운데 경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답한 이는 10%에 불과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의 충격이 개인 삶에 끼친 영향은 인종별로 크게 차이가 났다. 흑인 유권자의 40%와 라틴계 유권자의 30%는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고 답한 반면, 코로나19 때문에 가족 등을 잃었다고 답한 백인은 10%에 그쳤다. 코로나19 때문에 가구 수입이 줄었다는 응답자는 라틴계와 흑인의 경우 각각 절반과 40% 수준이었고 백인 중에서는 3명 중 1명만 그렇다고 답했다.
이런 여론조사 결과는 코로나19가 소수자들에게 더 가혹한 영향을 끼쳤으며 미국 선거에서 인종별 양극화가 극심하다는 걸 동시에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존스홉킨스대학이 3일 저녁 8시30분부터 24시간 동안 집계한 미국의 신규 코로나19 확진자는 9만9660명으로, 역대 최대치였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