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코넬대 연구원 아침마다 연구실로 출근하면서 늘 마주치는 분들이 있다. 실험실의 쓰레기를 깨끗이 청소해주는 분이 첫번째다. 우리는 웃으면서 아침 인사를 건넨다. 보통은 가벼운 인사가 대부분이지만, 시간 여유가 있으면 주방이 있는 휴게실에서 커피를 내려 마시며 소소한 얘기부터 육아에 이르기까지 대화의 주제가 다양해진다. 언젠가의 아침은 이 친구 얼굴이 싱글벙글했다. 곧 일반실험실 청소일에서 동물사육실의 청소일로 전환한다는 것이었다. 그게 그렇게 기뻐할 일인지 나는 알지 못했다. 동물사육실의 청소는 좀더 세심한 주의와 청결이 필요하므로 시간당 급여가 더 많다는 사실을 그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이제 아침에 그를 만나는 것은 어렵다. 동물사육실 청소는 이른 아침에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연구의 특성상 하루에도 수차례씩 동물사육실을 들락날락한다. 많은 스태프가 실험동물의 건강 체크와 청결 관리를 해준다. 이분들과는 접촉 기회가 빈번해 아예 이름을 부르는 친구 사이다. 나이는 물론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실험 일정, 어깨 수술을 받은 이야기부터 집 천장에 다람쥐가 다니는 사실까지도 얘깃거리다. 연구를 하는 데 이분들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쥐똥만 치우는 청소부가 아니라 우리는 함께 연구하는 동료다. 지난달 26일 서울대 여성 청소노동자 한분이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민교협에 따르면 사망한 노동자는 코로나19 범유행으로 늘어난 쓰레기양으로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것만이 사망에 이른 원인이었을까. 아직은 단정하기 어렵지만, 미뤄볼 수 있는 지점은 많다. 우리나라에서 건물 청소를 담당하는 노동자의 대부분은 여성이다. 이들은 거의 최저임금에 가까운 급여를 받는다. 2018년 기준 최저월급이 157만3770원이었을 당시, 10개 국공립대학 청소노동자의 기본급과 상여금 및 각종 수당을 합친 평균 금액이 190여만원이었다. 2020년 기준 최저월급이 179만5310원이었을 당시, 엘지(LG)트윈타워 여성 청소노동자들의 월평균 급여는 200만원 미만이었다. 일거리가 늘어나면 노동의 강도는 높아지고, 임금은 오르지 않는 구조다. 청소노동자의 복지는 어떠한가? 휴게실은 대부분 건물 지하의 햇빛이 들지 않는, 냉난방의 사각지대인 경우가 많다. 2019년 12월에 보도된 한국마사회 청소노동자 휴게실은 화장실 안에 있었다. 2020년 부산통합청사의 지하 3층 주차장 한편에 있는 청소노동자 휴게실도 당시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현재 내가 근무하는 미국 대학의 청소노동자 휴게실은 넓고 쾌적하다. 연구자들이 쓰는 사무실 바로 옆 사무실이 그분들의 휴게실이다. 청소노동자 대부분은 고용불안이라는 커다란 장애물로 인해 저임금, 부당한 갑질, 그리고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도 그들의 권리를 제대로 표출하지도 못한다. 현재 생활하는 미국 대학에선 교수나 학생이나 학장이나 청소부나 앞에 따로 붙이는 호칭 없이 이름만 부른다. 이름만 부르면 형식상으론 수평적 인간관계다. 나이, 직위의 높고 낮음이 없다. 이름에 붙는 호칭은 인간관계를 껄끄럽게 만든다. 교수님, 사모님, 부장님, 팀장님이라고 호칭하는 사회가 수평적 인간관계를 만들어갈 수는 없다. 9일 현재 서울대학교 공식 인스타그램의 게시글에는 댓글을 작성할 수 없다고 한다. 서울대는 사건의 명확한 원인을 밝히고, 재발 방지는 물론, 구성원이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일류 서울대의 모범을 보이라. 너도, 나도 노동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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