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모 ㅣ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임대차 2법의 실시로 전국민이 혼란에 빠졌다. 어느 지역은 전세보증금이 하루아침에 4억이 올랐다고 아우성이다. 어떤 의원은 자신이 4년 뒤에는 월세를 살게 되었다며 이것이 과연 집 없는 사람들을 위한 법이냐고 비분강개했다.
과거의 경험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임대차 계약기간을 2년으로 개정했을 때 일시적으로 전세보증금과 월세가 급등해 소요가 있었지만 오늘날 우리는 이 개정을 저주하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보면 세입자 보호라는 본래의 취지가 잘 살려졌기 때문이다.
부동산은 다른 재화나 서비스와 달리 공급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규제를 하지 않으면 시장의 실패를 일으키기 쉬운 대표적인 분야다. 공급의 증가라는 해법은 공산품처럼 무한정 늘릴 수 없다는 부동산의 특징 때문에 한계가 명확하다. 신도시 개발로 공급을 늘려도 여전히 부동산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되짚어보자.
전세 제도도 장기적으로 생각해보자. 외국에서는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이 제도는 원래 이자율이 높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런데 오늘날 이자율이 낮아져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은 전세보증금을 이용해 자금을 조달하는 식으로 부동산 투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세 제도와 부동산 투기의 나쁜 상생이라 하겠다.
전세 제도는 결혼을 어렵게 하는 장애요인이 되기도 한다. 월세 제도만 있는 나라에서는 월세살이가 자연스러운 것이기에 결혼을 할 때 주택 비용이 그리 많이 들지 않지만, 전세 제도가 있는 우리는 예비부부들의 주택비 부담을 높여 결국 결혼 자체를 포기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일본에서 결혼한 내 딸의 경우 월세로 주택을 마련하였기에 목돈이 들지 않았다.
많은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돌릴 것이라는 이야기는 현실적인 비판은 아닌 것 같다. 집주인들이 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입했다는 것은 임대수입이 아니라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전세를 월세로 돌릴 자금이 있다면 애당초 전세를 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식이나 친척에게 살게 한다는 주장 또한 대단히 비현실적이다. 자식들이 부모의 주택에 사는 것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들의 직장 문제로 거주 희망 지역은 따로 있게 마련인데 그것이 부모의 소유 주택과 일치하지 않으면 어렵다. 게다가 부모 자식 관계에 이런 거래가 개입되면 얼마나 골치가 아픈지 아는 사람은 안다. 필자는 부모님의 건물에 들어가 살겠다고 했다가 거부당한 일이 있는데 부모님이 내세운 이유는 부자간의 거래가 주는 어려움이었다.
장기적으로 보면 전세가 사라지고 월세가 일반화되는 것이 맞다. 외국에 전세가 없다 하여 서민들이 주택으로 인한 고통을 우리보다 더 겪고 있는 것은 아니다. 월세살이를 인정하고 외국처럼 장기모기지론의 확대 개선을 통해 주택 구입을 유도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다.
세입자 보호라는 장기적 이익을 단기적 문제 때문에 희생할 수는 없다. 일본의 경우 임차인의 권익은 거의 무한정이며 이것이 일본의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고 있음은 상식이 되었다. 이참에 상가에 대한 법도 바꿔 일본처럼 30년을 보장함으로써 임차인이 설비투자로 인한 손해를 회수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일본은 모델이 될 수 있다.
부동산으로 큰돈을 버는 나라치고 경제가 잘되는 나라는 없다. “건물주가 꿈”인 나라에서 건전한 경제발전이 가능하겠는가? 집주인의 사유재산권?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국민경제의 발전과 약자인 세입자 보호라는 대의명분보다 더 중요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정책이란 국민 전체의 이익을 우선하기 위한 것이지 소수의 권리를 지켜주기 위한 것은 아니다. 때론 소수자 보호도 필요하지만 부동산으로 돈을 버는 투기자들이 보호해야 할 소수자는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