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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과밀학급과 과소학급, 동시에 해결 가능하다 / 유성동

등록 2020-12-09 18:19수정 2020-12-10 02:40

유성동 ㅣ 금산 신대초등학교 교사

아침 8시15분, 교실에 들어선 김 교사는 일찍 와 있는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고 한 명 한 명의 건강 상태를 살핀다. 이후 아이들에게 소독 티슈를 나눠주면서 각자의 책걸상을 닦도록 지도한다. 아이들이 모두 도착해 책걸상 소독까지 끝난 시각은 8시40분. 이제 건강 상태 자가진단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들 이름을 클릭하며 참여 독려 문자를 보낸다. 응답이 없는 학생 보호자들에겐 다시 개별 문자를 보낸다. 자가진단 초기 “이미 등교했는데 왜 입력을 해야 해요”라는 민원은 사라졌지만, 자가진단과의 씨름은 1교시 시작 직전까지 이어진다.

정신을 차리고 1교시 수업을 시작한다. 초등학교 1학년 27명의 아이들로 꽉 찬 교실은 조금의 여유도 없다. 거리두기를 위해 사물함까지 복도로 빼고 아이들을 앉혔으나 한계는 있다. 물리적 한계뿐이 아니다. 수업 중 앞뒤로 넓게 벌어진 아이들과 끼리끼리 안부를 묻는 수다들로 분위기는 어수선하고 뒤쪽에 자리한 아이들에게 칠판과 티브이(TV)는 꽤 멀어, 안 보이고 안 들린다는 불만까지 제기될 때면 교사의 목소리는 더욱 커진다.

인근 초등학교 1학년 최 교사의 교실 상황은 정반대다. 교실에 들어서면 통학버스를 타고 등교하는 권군이 언제나 먼저 와 있다. 최 교사의 학급에 소속된 학생은 권군 한 명이다. 오늘도 권군은 글을 읽고서 생각과 느낌을 나눌 친구가 없다. 교과서에 나와 있는 역할 놀이도 최 교사와 함께 일인다역으로 소화해야 한다. 최 교사가 학년 초 가졌던 사명감이 염려로 변한 지 오래다. 만약 권군이 5년을 계속 이래야 한다면?

과밀학급에 대한 여러 해결책이 등장하고 있다. ‘학급당 학생수 20명 이하’의 내용을 담은 교육기본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25명이든 20명이든 기준선을 세워 과밀학급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혁신으로 보이진 않는다. 기준선을 낮추는 것이 근원적 해결로 이어지진 않기 때문이다. 책상에 앉아 ‘학급편성 기준 학생수에 미달했습니다’라며 교육 현장의 어려움을 외면하고 키워온 교육당국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된다.

과밀학급과 과소학급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묘책이 있다. ‘학급당 적정 목표 학생수’란 개념을 도입하고 하나의 기준선이 아닌 ‘4~24명’이란 인원대로 목표점을 삼는 것이다. ‘적정 목표’란 교육과정이 지향하는 핵심 역량과 성취 기준의 도달점을 의미하며, 학교 방역 등 학생 안전을 위한 한계점을 의미한다. 그리고 과밀학급 판정을 위한 정량적 기준만이 아닌 정성적 기준을 마련한다. 이러면 과밀학급 기준선에 도달할 때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유휴 교실이 발생한 경우 정량적·정성적 기준에 따라 새로운 학급을 편성할 수 있다.

교육행정 역시 혁신돼야 한다. 현장에 나가 새로운 학급 편성 여부를 직접 보고 듣고 따져야 한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학급당 4~24명 인원대 비율을 확인한 뒤 ‘학급당 적정 목표 학생수’ 비율을 지속적으로 높여가기 위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교육부만의 일도 아니다. 범정부적 의지와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학급 정원은 4명에서 24명 사이에 유지되어야 합니다. 정부는 이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라는 국정 수반의 약속과 선언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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