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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MZ커뮤니티 보고서] 같이 달릴까? 달글에서!

등록 2021-08-31 14:38수정 2021-09-01 02:36

이자연ㅣ대중문화 탐구인

도대체 ‘달글’이 뭘까? ‘달리는 글’의 준말인 달글은 한가지 주제에 관해 댓글로 이야기하는 온라인 문화다. 주로 여초 커뮤니티에서 볼 수 있는데, 예를 들어 ‘비건 달글’에서는 사용자가 비건 경험이나 정보 등을 댓글로 아낌없이 나눈다. 달글은 처음엔 팬덤으로 시작했다. 좋아하는 배우, 게임 등 관련 글이 여기저기 분산되자 더 효율적으로 공유하기 위해 생겨난 것이다. 모든 주제를 게시판으로 만들 수 없다는 한계와 검색만으로 정보를 한번에 찾기 어려운 커뮤니티 특성을 파악한 후 여성들은 스스로 창의적인 대안을 만들어냈다. 다음 카페의 경우 게시글당 최대 댓글 수가 9999개인데, 인기 많은 주제는 100차를 넘기도 한다.

이 온라인 문화가 여성들에게 중요한 이유는 그간 현실에서 여성을 배제하며 발생한 정보 공백을 집단지성으로 채운다는 점이다. 달글은 점차 주식, 코인 등 재테크로 영역을 넓혔고 운동, 외국어 같은 자기계발은 물론 운전, 비혼주의자의 집 구하기 등 실생활에서의 유용한 주제로 발전해갔다. 실제로 작년 말, 엔에이치(NH)투자증권이 그해 자사 계좌를 개설한 고객들의 연령대별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2030세대 남녀 수익률에 큰 차이를 보였다. 20대 여성의 수익률이 21.73%인 데 비해 남성은 3.81%에 그쳤고, 30대 남성은 11.29%로 같은 연령대 여성의 25.98%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물론 수익률의 근거를 커뮤니티 정보로 연결할 수는 없다. 다만 어렵게만 느껴지던 주식이 여초 커뮤니티 특유의 흥미로운 밈과 워딩으로 전환돼 퍼지면서 여성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일조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정보로 우열을 가리거나 몰라서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않고 서로의 이해를 도운 결과다.

문화적으로 풍요로운 이야기도 오간다. 매일 그림 그리는 취미를 가진 이들이 온라인 달글 전시를 열고, 피아노 취미를 가진 이들은 피아노 연주회를 연다. 하나의 공통된 관심사를 지녔다는 이유로 마치 진짜 동호회에서 알게 된 사람처럼 친절하고 다정한 반응을 남기기도 한다. 누군가 모차르트 곡을 연주하면 다 같이 몰려와 “멋져르트!” 같은 귀여운 댓글을 남기는 풍경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한가지 주제를 심도 있게 탐구하고 몰두해본 경험을 함께 쌓으면서 아무도 모르게 동료의식이 생겨난 것이다.

그뿐일까. 철학적인 질문에 관해 진솔한 의견을 나누기도 한다. ‘과시가 정말 결핍에서 비롯하는지 말해보는 달글’, ‘꿈과 현실이 이어졌다고 믿는 달글’ 등이 그렇다. 이토록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장면을 모아 보니 커뮤니티가 원론적으로 지향하던 수평적 가치가 바로 여기에 구현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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