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커뮤니티 보고서] 이자연 | 대중문화 탐구인
취미나 관심사별로 가입자 성향이 나뉘는 남초 커뮤니티와 달리 여초 커뮤니티는 비슷한 연령의 사람들이 모이는 걸 선호한다. 정체보다는 세대. 따라서 다양한 정체성의 사람들이 섞여 있게 마련인데 예를 들어 종교인과 무신론자, 아이돌 덕후와 머글(아이돌에 관심 없는 일반인을 의미), 이성애자와 동성애자가 한 공간을 두런두런 이용한다. 현실에선 관심 없거나 가까워질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이들이 익명을 빌려 이야기를 나누고 농담을 던지면서 서로에 관한 오해를 무너뜨린다. 표면적으로 보면 여성 커뮤니티는 이러한 다양한 정체성을 자유롭게 연결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쉽게 가까워질 수 없는 두 집단이 있다. 바로 비혼과 기혼자. 이 둘 사이에 주된 갈등은 이렇게 시작했다. 영업 실적을 위해 앱을 깔아달라는 부탁 게시글에 많은 여성들이 작은 도움이라도 되기 위해 앱을 내려받았는데 알고 보니 남편의 것이었을 때. 기존 남성중심적인 문화를 비판하는 글에 난데없이 “우리 남편 눈감아” 같은 댓글이 달릴 때. 비혼들은 스멀스멀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기혼 여성들의 이야기를 참기 어려웠다.
개인적으로 이런 분노가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온라인으로 페미니즘이 퍼져나가는 동안 커뮤니티가 일조했기 때문에, 일부 여성들은 온라인에서 좀 더 능동적이고 독립적인 이야기가 오가길 바랐고,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레 남성의 이야기를 불쑥 개입시키는 걸 달가워하지 않게 됐다. 한편 기혼자들은 도가 지나친 비난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두 집단 사이의 갈등은 더욱 공고해져 갔다.
그리고 한 댓글에서 눈이 멈췄다. “저럴 거면 그냥 맘카페에나 갔으면 좋겠어.” 물론 비슷한 사람들과 비슷한 관심사를 편하게 이야기하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왜 이렇게 기혼 여성만 한데 모아 가두려는 느낌이 드는 걸까. 이미 사회는 맘카페에서 분노의 목소리가 일면 정당성을 따지기에 앞서 ‘예민한 엄마들이 모여 있는 곳이니까 저런다’는 식으로 나오는데, 여성 커뮤니티마저도 ‘기혼자끼리 남편 자랑하는 곳에 가버려!’ 하는 것만 같았다. 나는 기혼 남성이 결혼 생활에 대해 말한다고 해서 ‘대드카페나 갔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얻는다는 걸 한번도 들어본 적 없다.
맘카페를 향한 혐오는 결국 여성 전반을 향한 검열과 같다. 기혼자가 맘카페를 이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혼자가 ‘맘카페만’ 이용해야 하는 건 아니다. 더 넓은 곳에서 기혼자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 때 그들은 ‘예민한 엄마’가 아니라 ‘분노한 여성’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노키즈 다음은 노맘존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