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비대면 세상이 되다 보니 아동이나 청소년들이 처한 현실은 더욱 열악해지는 것 같다. 당장 아동학대 사건이 증가 일로이고 종일 컴퓨터만 보는 날들이 많아지면서 아이들은 온라인 범죄 피해와 가해에 더 많이 편입되고 있다. 가정이나 학교에서 이루어지던 사회화의 기회가 줄어 일부 아이들한테는 합법과 불법의 경계가 더 모호하게 느껴진다. 코로나가 종식되고 대면접촉이 늘어나면 이런 애매함이 극복될까?
소년사법제도에는 우범소년이라는 규정이 있다. 우범소년이란 일반적으로 10살 이상으로서 집단적으로 몰려다니며 주위에 불안감을 조성하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가출하고 술 먹고 유해환경에 접하는 소년들을 지칭한다. 이들에 대해서는 보호자나 학교장 혹은 아동복지시설장, 보호관찰소장 등이 법원 소년부에 처벌을 요청할 수 있다. 이렇게 송치 또는 통고된 소년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범죄 수사절차 없이 법원이 매우 빠르게 계도적인 처분을 내릴 수 있다.
물론 이런 절차의 최대 장점은 열악한 환경에 놓인 청소년들의 문제에 조속히 개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출을 일삼는 경우 결국 온라인 사기나 성매매에 노출될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높으니 이들이 범죄에 연루되기 전에 보호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하면 종국에 범죄에 빠져들 위험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법원은 전문가 심리상담도 실시하고 다양한 프로그램도 적용함으로써, 위기에 빠진 청소년들을 조속히 구조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이런 처분은 대신 공식적인 전과기록은 남기지 않음으로써 아이들을 전과자라는 낙인으로부터는 피하게 해준다. 어떤 각도에서 보면 청소년들을 매우 보호해주는 정책 같기도 하다.
그런데 잠시 생각해보자. 우범소년 제도가 설계되었던 1960~70년대와 지금의 청소년들의 특성에 대하여. 요즘 아동 청소년들은 소위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한다.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손에 정보통신(IT) 기기를 갖고 태어난다. 그러다 보니 게임과 같은 놀이뿐 아니라 상호작용 모두를 가상공간에서 한다. 이들에게 있어 현상이나 사물에 대한 추론 과정은 매우 즉각적으로 일어나기에 이것저것 생각하며 세상을 이해하기보다는 쉽게 흑백논리에 빠지기도 하고 또 섣부르게 잘못된 결론에 도달하기도 한다. 인터넷 공간 속에서 끓어넘치는 혐오주의와 적대 의식은 생각하기 싫어하는 디지털 네이티브의 특성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이렇게 쉽게 결론으로 치닫는 세대들에게 잘잘못을 따지지도 않고 처분부터 내리는 것이 오늘날도 올바른 제도일까? 언제 어디서 불법영상물을 시청했는지조차 기억해내지 못하는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수사절차 모두를 생략한 채 보호처분을 내리거나 약식기소 하는 것은 잘하는 일일까? 교화의 시작은 바로 자신의 잘못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회개에서 유래한다는 기본 명제조차 지키지 않으면서 급하게 적발하여 급하게 처분을 내리는 것이 좋은 결과로 선순환될 것인가? 우리는 쉽게 그것은 아닐 것 같다는 짐작을 하게 된다.
최근 법무부에서 지난 20년 동안 사용해왔던 교정심리검사를 재표준화하는 연구를 하였다. 여러 가지 요인이 출소자들의 재범과 유의한 연관성을 지녔는데, 그중 출소자들이 갖고 있는 피해의식 역시 중요한 요인이란 사실이 확인되었다. 어릴 때부터 겪게 되는 사법제도가 너무나도 불친절하고 일방적일 때, 사법처분의 대상이 되는 범죄자들은 더더욱 반사회적 성향을 띠고 세상에 대한 피해의식을 지녔다. 일상생활에서 지니게 되는 이런 태도는 재범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런 결과물들을 살필 때, 어린 아동 청소년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들이 잘못한 것이 무엇인지 세세히 설명해주고, 그런 잘못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자기들 편에서 억울함을 변호해주는 정의로운 법조 서비스일 수도 있겠다. 억울함이 없는 처분이 이들에게 다시 시작할 동기를 주는 것은 아닐까? 소년사법 절차 전반에 걸친 숙고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