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클린스만 한국축구대표팀 감독. 김재욱 화백
독일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한국 축구대표팀의 사령탑으로 선임되면서 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미디어는 그의 영입 소식을 전하면서 대표팀의 득점력 향상과 스타 선수 관리, 팀워크 강화 등에 대한 기대를 전했지만, 다른 한편 최근 3년의 경력 공백이나 바이에른 뮌헨 감독 시절의 부진을 이유로 역량에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외국인 대표팀 감독이 선임됐을 때 이뤄지는 미디어의 부정적인 평가는 일상적이다. 직전 파울루 벤투 감독은 부임 전 중국 프로 무대에서 임기를 채우지 못한 점이 부각됐고, 거스 히딩크 감독 또한 한국에 오기 전에 레알 마드리드 등에서 잇따라 경질됐던 이력이 지적되기도 했다.
초기의 비판적인 반응이 나쁠 것도 없다. 진화심리학의 ‘오류 관리 이론’에서는 정보 오판이 극대화할수록 비용이나 위험을 회피할 수 있게 인간이 진화해온 점을 설명하고 있다. 모든 뱀을 독사로 생각하는 것은 오류지만, 자칫 독 없는 뱀으로 오인했다가 물리는 것보다는 손해가 훨씬 적다.
대한축구협회는 철저히 비용과 효율성을 따진다. 협회의 올해 예산은 천안축구센터 건립비를 빼면 약 1000억원이고, 이 가운데 대표팀 관련 재원은 300억원 정도다. 대표팀 운영비를 모두 벌어서 충당해야 하는 협회가 몸값 100억~300억원의 세계적인 감독을 영입하기는 어렵다.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
준비된 국내 지도자가 낙점됐다면 한국형 축구 색깔이 더 강하게 드러날 수 있고, 대표팀 사령탑이 되겠다는 꿈을 향해 뛰는 국내 감독들도 신바람이 났을 것이다. 협회도 외국인 감독에 비해 큰 지출 없이 초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도 뽑지 않았다.
8일 입국하는 클린스만 감독이 대표팀 축구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클린스만 감독은 협상 과정에서 열정을 보였다고 한다. 재임 기간 부정적 여론에 시달렸던 벤투 감독이 카타르월드컵 16강 진출로 성공한 지도자가 된 것을 보면 여러 가능성이 열려 있다.
오는 24일 국내에서 열리는 콜롬비아 평가전, 28일 우루과이 평가전은 클린스만 감독이 팬들에게 첫선을 보이는 무대다. 선수 시절 독일 대표팀의 주포로 명성을 날린 그가 독일과 미국 대표팀에서 보여준 지도력으로 한국 대표팀을 잘 조련할지 궁금하다.
김창금 스포츠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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