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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생강나무

등록 2013-05-19 19:28수정 2013-06-17 15:30

안도현의 발견
김유정의 단편 <동백꽃>에는 느닷없이 결말 부분에 동백꽃이 한 번 등장한다. 점순이와 주인공이 부둥켜안고 동백꽃 속으로 파묻혀버리는 장면이 그것.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라는 문장을 읽을 때 나는 얼마나 한숨을 내쉬었던가. 중학생에게는 꿈결 같았으니까. 그런데 붉은 동백꽃 대신 여기 등장하는 ‘노란 동백꽃’은 무엇이며, 게다가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지금은 참고서를 펼쳐보면 그 해답이 거의 나와 있다. 강원도에서는 생강나무를 동백, 혹은 동박이라고 부른다는 것을. “아주까리 동박아, 열지 마라”로 시작하는 <강원도 아리랑>의 ‘동박’도 역시 생강나무다.

생강나무 꽃은 산수유와 비슷하다. 주로 산에서 자생하기 때문에 산을 자주 오르는 이들은 쉽게 안다. 헷갈릴 때는 수피를 보고 구별하면 된다. 산수유는 거칠지만 생강나무의 수피는 맨살처럼 매끈하다.

국립수목원에서 발행한 ‘한반도 민속식물’에 의하면 강원도 사람들은 봄에 생강나무 어린 잎을 삶아서 나물로 먹거나 튀각, 전을 부쳐 먹고, 잘 말려서 차로도 마신다고 한다. 집안에 생강이 떨어졌을 때 생강나무 잎을 빻아 대신 쓴다는 말도 들었다.

춘천에서는 곧 김유정문학제가 열린다. 소설 <동백꽃>을 읽었다면 김유정역으로 가는 열차표를 예약해보는 건 어떨까? 점순이와 함께 파묻혀버리는 것도 좋겠고.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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