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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5월 병어

등록 2013-05-22 18:44수정 2013-06-17 15:29

안도현의 발견
전남 서남해안 일대 신안 앞바다의 바닷물 온도가 높아지면 반가운 어족이 찾아온다. 지금은 ‘5월 병어’라는 말을 만들어 불러도 좋을 만큼 병어가 제철이다. 비늘 없는 흰살 생선인 병어는 비린내가 적고 가시가 연해서 회, 무침, 조림 등 어떻게 요리해도 달고 고소하다. 보통 병어보다 몇 배나 더 큰 덕자병어를 남도에서는 덕자라고 부른다. 좀 비싸지만 덕자 한 마리를 회로 썰면 열 사람 이상 그 맛을 푸짐하게 즐길 수 있다. 생선 이름으로는 낯선 이 덕자를 아직껏 만나보지 못했다면 올해 5월에 당신은 그 불행에서 빨리 벗어나라.

병어회는 사시사철 먹을 수 있어 좋다. 제철에 싱싱한 놈을 구입해서 냉동실에 넣어 두면 된다. 횟감이 귀한 여름날의 술안주로는 제격이다. 냉장고에서 꺼낸 병어는 흐물흐물해지기 전에 뼈째 썰어야 한다. 살 속에 자박자박하게 박힌 얼음과 함께 말이다. 병어회는 그냥 쌈장에 찍어 먹어도 좋지만 깻잎에다 얇게 썬 마늘과 매운 풋고추를 얹어 먹어야 제맛이다. 이때 마늘종을 곁들여도 좋다.

깻잎으로 병어회를 쌀 때는 반드시 뒷면으로 싸야 한다. 그래야 깻잎 뒷면의 까슬까슬한 느낌을 참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전라도 어느 선술집에서 병어회를 먹을 때 손바닥 위에 깻잎을 뒤집어 놓지 않았다가는 주모의 지청구를 들을 준비를 해야 한다. 오래전, 지금은 고인이 된 이광웅 시인과 군산 째보선창에서 막걸리 마실 때, 그 집 주모가 “야이, 촌놈아!” 하면서 내게 단단히 일러준 거다.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트위터 @ahndh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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