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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연애의 기술

등록 2013-05-26 19:08수정 2013-06-17 15:29

안도현의 발견
시 창작의 기초를 공부하는 시간에 내는 과제가 있다. 멸치나 북어를 다섯 시간 이상 들여다보고 그것을 묘사하는 시를 한 편씩 제출하기. 사물의 본질에 접근하는 첫 번째 관문이 묘사라는 걸 알려주기 위해서다. 겉을 자세히 알아야 속이 조금이라도 보이는 법이니까. 대상을 잘 묘사하기 위해 관찰은 필수다. 보통은 학생들 눈이 휘둥그레진다. 다섯 시간이나 투자해서 뭐 건질 게 있나 하는 표정들이다.

학생들이 제출한 시를 보면 대상을 얼마나 집중해서 들여다봤는지 그대로 드러난다. 멸치나 북어를 채 10분도 들여다보지 않은 사람이 태반이다. 꿰뚫듯이 오래 바라보지 않고 선입견으로 이해한 학생들은 곧 들통이 난다. 오래 들여다봐야 시가 생긴다는 걸 모르는 바보 같은 놈들! 그런 한심한 관찰자는 호되게 잔소리를 듣게 된다.

연애도 마찬가지다. 연애는 상대를 자세히 바라보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가능한 한 많은 시간 상대방을 탐색하는 데 소비해야 한다. 연애는 사람의 일이므로 그 사람이 살아온 세월과 배경까지도 살펴봐야 한다. 그 사람의 지갑과 친구도 철저하게 검증해봐야 한다. 다만 호들갑 떨지 말고 소리 나지 않게.

이즈음 젊은이들의 연애는 쉽게 만나고 쉽게 깨지는 게 유행이다. 그럼에도 헤어지기 전후 엄살은 더 심하다. 젊은이들아, 연애에 실패하더라도 주위 사람들을 아프게 하지 마라. 제발 너희만 아파라. 연애의 기술이 부족했던 자신만을 탓해라.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트위터 @ahndh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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