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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안도현의 발견] 마늘종

등록 2013-05-28 19:19수정 2013-06-17 15:28

마늘종을 뽑아본 적이 있는가? 까딱 잘못하면 끊어지기 때문에 순식간에 적당한 힘을 가하는 요령이 필요하다. 마늘종이 올라온 뒤 보름 정도 되면 서둘러 뽑아줘야 한다. 규모가 큰 마늘밭에서는 노동력 절감을 위해 일일이 뽑는 것보다 아예 자른다고 한다. 그래야 땅속의 마늘 알이 탱탱하게 굵어지는 것이다. 마늘종을 뽑으면 뾱 하는 아주 특별한 소리가 난다. 뾱, 뾱, 뾱 하는 그 소리… 햇볕이 따끈따끈해지는 5월의 마늘밭에서 듣는 소리…. 식물의 살과 살이 분리될 때 나는 그 소리는 가히 중독성이 있다. 어릴 적에 마늘종 한 움큼 뽑아 오라는 심부름은 그래서 신이 났다. 사실 마늘종은 마늘의 꽃줄기를 가리키는 말이다. 개화를 꿈꾸며 마늘이 땅속에서 허공으로 애써 줄기를 밀어올린 것이다. 꽃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뽑히거나 잘리는 마늘한

테는 조금 미안한 일이지만, 된장 하나만 있어도 훌륭한 반찬이 되고 안주가 되는 게 마늘종 아닌가. 아삭아삭하고 연한 이것은 새큼하게 장아찌를 담가도 좋고, 고추장으로 무쳐도 좋고, 멸치나 마른 새우하고 볶아도 좋다. 나는 콩가루를 묻혀 쪄낸 마늘종찜을 특히 좋아한다. 비만과 고지혈증,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니 오늘 장바구니에는 마늘종 한 단 담아볼 일이다. 경남 남해군이 사시사철 푸른 것은 남쪽 끝이어서가 아니다. 드넓은 마늘밭 때문이다. 거기 지금쯤 뾱, 뾱, 마늘종 뽑는 소리가 새소리처럼 치렁치렁 들리겠다.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트위터 @ahndh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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