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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안도현의 발견] 갑오징어

등록 2013-06-11 19:13수정 2013-06-17 15:26

충남 서천에서는 6월에 ‘꼴갑축제’가, 전북 부안에선 8월에 ‘님의뽕축제’가 열린다. 축제 이름치고는 참 요란하다. 그렇다고 그 이름에 시비 걸 생각은 없다. 어떻게든 사람을 끌어모아야 하는 자치단체의 안간힘이라고 해두자. 서천 장항항에서 열리는 꼴갑축제는 꼴뚜기와 갑오징어의 앞글자를 따서 만들었다. 백석이 ‘통영’이라는 시에서 “파래에 아가미에 호루기의 젓갈이 좋고”라고 할 때 그 호루기가 꼴뚜기다.

갑오징어가 제철이다. 오징어는 사철 먹을 수 있지만 갑오징어는 때를 놓치면 내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오뉴월에 서해안이나 남해안을 여행할 때 갑오징어 회를 맛보지 않는다면 여행을 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여름 제주 여행에서 자리돔이나 한치를 회로 먹어보지 않는 것과 같다. 갑오징어는 다리가 여덟 개, 오징어는 두 개 더 많다. 오징어에 비해 비싼 편이지만 돈으로 따질 맛이 아니다. 갑오징어 요리는 뭐니 뭐니 해도 갓 잡은 회가 최고다. 그 맛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쫄깃한 맛은 기본이고 그 어떤 회보다 달다. 갑오징어 회를 씹을 때 아, 참 달다, 라는 탄성이 입술 밖으로 빠져나와야 한다. 그래야 그 순간 남부럽지 않은 미식가가 된다.

어릴 적 상비약이 귀하던 시절, 우리 집에는 갑오징어 뼈가 있었다. 무릎이 깨지거나 손이 베였을 때 어머니는 이 뼈를 갈아 생채기에 살살 뿌려주셨다. 한참 따끔한 시간이 지나면 신기하게도 피가 멎었다.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트위터 @ahndh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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