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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안도현의 발견] 가족사진

등록 2013-06-12 18:54수정 2013-06-19 13:46

안도현의 발견
가족사진을 찍으러 사진관에 가는 건 왠지 머쓱한 일이다. 디지털 시대에 맞지 않는 옷을 입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남는 건 사진이야. 누군가 부추기지만 사진관에서 카메라 앞에 서는 일부터 어색해진다. 하지만 사진사 앞에서는 누구나 순종해야 한다. 머리에 손을 얹거나 콧구멍을 후벼 파서는 곤란하다. 고개를 휘젓거나 눈을 깜박거려서도 안 된다. 턱을 너무 쳐들지 마시고, 하면 재빨리 턱을 아래로 내려야 하며, 왼쪽 어깨를 조금 더 세우시고, 하면 지체 없이 왼쪽 어깨를 세워야 한다. 사진사에게 순종해야만 가족의 평화가 인화지 위에 새겨진다.

부모가 가운데 앉고 자식들이 그 둘레에 빙 둘러서서 찍은 가족사진은 언제 봐도 경건하다. 상하이 임시정부 요인들이 김구 주석을 중심으로 함께 찍은 기념사진에 버금가는 위력을 발한다. 카메라 앞에서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며 혓바닥을 쏙 내밀었다가는 한 대 쥐어박히게 마련.

한 시절 가족이 행복했다는 물증이 바로 가족사진이다. 가족사진은 절대로 슬픔이 앉아 있을 자리를 마련해 놓지 않는다. 가난도 드러나지 않는다. 팔꿈치가 해진 저고리도 없고, 엄지발가락이 삐죽이 나온 양말도 없다. 마른버짐이 일어난 얼굴로 떼쓰는 고약한 자식도 없고, 자식들을 향한 어머니의 쟁쟁거리는 잔소리도 없다. 가족을 최대한 평화롭게 담아내는 게 가족사진의 임무다. 사람은 늙어가도 가족사진은 늙지 않는다.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트위터 @ahndh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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