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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안도현의 발견] 정구지찌짐

등록 2013-06-17 19:23

나는 부추를 유독 좋아한다. 적당하게 익은 부추김치는 반찬으로, 밀가루를 적게 넣은 부추전은 안주로 그만이다. 아욱이나 애호박과 함께 부추를 다슬기탕에 맑게 끓여낸 것도 좋아한다. 별처럼 자잘하게 피는 부추꽃도 좋아한다.

호남지방에서는 부추를 ‘솔’이라고 부르는데, 영남지방에서는 ‘정구지’라 한다. 내가 보기에 부추는 다른 지방에 비해 영남에서 더 많이 생산하고 소비한다. 대구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친구들의 도시락 반찬은 배추김치가 아니라 ‘정구지김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특히 여름철에 그랬다. 김칫국물 맛이 독특해서 뚜껑 있는 작은 유리병에 담아 학교로 가져왔다. 대구·경북 지방에서 ‘정구지찌짐’은 지금도 크고 작은 잔치 때 빠지지 않는다. ‘찌짐’은 ‘지짐’의 경상도식 강한 표현이다. 표준어로는 ‘부침개’다. 철판에다 기름을 두르고 지지는 부침개는 ‘부침’ ‘부친개’ ‘전’이라는 말이 붙는데, 제사상에 올릴 때는 각별히 ‘적’이라고 쓰는 지역도 있다.

비가 오면 들로 나가지 못하니까 전을 부쳐 먹으며 하루쯤 쉬는 풍습이 있었다. 장마가 시작되면 집집마다 전 부치는 냄새가 퍼질지 모르겠다. 매운 청양고추를 총총 썰어 넣은 정구지찌짐이 그립다. 부추를 주목하자. 여기엔 남자의 양기를 북돋운다는 ‘기양초’라는 이름, 부인이 집을 무너뜨리고라도 심어 남편에게 먹인다는 ‘파옥초’라는 짓궂은 이름도 붙어 있다는데!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트위터 @ahndh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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